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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된 병동"…별 대신 하트로 채워진 '특별한 교실'[같이의 가치]

등록 2025.06.09 01:01:00수정 2025.06.09 06: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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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교육, 2014년부터 성모병원서 봉사

교재·태블릿 기증 등 교육환경 개선 노력

"교육 불평등 해소 위한 노력 계속할 것"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 어린이학교에서 천재교육 학습봉사단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천재교육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 어린이학교에서 천재교육 학습봉사단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천재교육 제공) 2025.06.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혁진 강은정 수습 기자 = "색칠 공부 자료를 준비했는데 그게 별 모양이었어요. 혹시나 아이들이 '하늘의 별'을 떠올릴까봐 하트 모양으로 급하게 바꿨던 게 생각나네요."

아이들을 대할 때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특히 그 상대가 몸이 조금 불편하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더 깊은 상처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재교육 회계팀 소속 원명식(39)씨는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혹시라도 사소한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킬까봐 늘 신중을 기했다.

원씨는 "헤어질 때 '다시 만나자'고 말하는 게 참 어려웠다. 그 친구는 병원에 계속 있어야 하니깐. 그래서 '건강해'라고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천재교육 학습봉사단은 매주 목요일이면 서울성모병원에 출석 도장을 찍는다. 병원 문을 넘는 순간 평범했던 회사원들은 성모병원 어린이학교의 선생님이자 따뜻한 친구가 된다. 교재 기증으로 시작한 만남은 어느 덧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창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암세포와 싸우고 있는 환아들에겐 등교는 세상 밖 꿈같은 일이다.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공백이 길었던 탓에 학교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성모병원의 특별한 교실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환아들을 돕고 싶다는 간절함과 '배움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한다'는 천재교육의 믿음이 만나 탄생했다.

어린이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없다는 것이다. 천재교육 수학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임직원들이 1시간 동안 직접 가르치는 '저자 직강'은 아이들의 이해력을 쑥쑥 키워준다. 특히 개인별 진도에 맞춘 교과서 중심 수업은 아이들의 퇴원 후 학교 수업 적응을 돕는 일등 공신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초등학교 2·4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원씨는 "부모의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씨는 "요즘 6학년 수학도 수준이 있어서 퇴근하고 예습을 많이 했다. 자녀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어린이학교 친구들이 어려워할 부분을 미리 파악했다"고 소개했다.

비단 배움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오랜 투병 생활로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일 역시 봉사단의 몫이다. 마음이 약해져 있는 친구를 볼때면 "건강해야 밖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로 힘을 북돋아줬다.

일반적인 학교와 달리 학생들의 면면은 그때그때 다를 때가 많다. 해당 시간에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봉사단원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수업을 항상 준비해야했다. 직장 생활과 교육 봉사를 병행하는 데서 오는 남모를 고충도 있었지만 주변의 격려와 봉사 활동을 장려하는 사내 문화 덕분에 매주 환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 어린이학교에서 천재교육 학습봉사단의 수업을 듣는 모습. (사진= 천재교육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 어린이학교에서 천재교육 학습봉사단의 수업을 듣는 모습. (사진= 천재교육 제공) 2025.06.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천재교육은 어린이학교를 넘어 더 나은 병원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자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 어린이학교에 올 수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매년 2000만원 상당의 교재를 가톨릭중앙의료원에 기증하는 것도 이같은 활동의 일환이다.

삼성서울병원 어린이학교에는 스마트 학습 프로그램 '밀크티'와 태블릿 선물로 직접 갈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랬다. "천재교육이 없었다면 정말 심심했을 것"이라는 한 아이의 손 편지는 봉사단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재단장을 위해 잠시 멈췄던 학습봉사단은 올 하반기부터 다시 배움의 사각지대를 찾아간다. 이들은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희망과 가능성을 전하는 것'이라는 천재교육의 철학을 다시 실천할 계획이다.

최정민 천재교육 회장은 "교육은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희망의 연결고리인데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불가피하게 교육 기회를 놓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모든 학생이 공평한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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