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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최초 농인 사제 박민서 신부 "농인에도 동등한 권리… 청인과 마음으로 소통하길"[문화人터뷰]

등록 2025.06.15 10:00:00수정 2025.06.15 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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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단어엔 부정적 시각…농인이 적합

인공 와우수술후 소음에 고통받는 농인들 많아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 최근 출간

농인 의견 경청하던 유흥식 추기경님 잊지 못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청인(聽人)이 말하는 청각 장애인은 귀가 다친 사람, 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담긴 말이라 저는 '농인(聾人)'이란 말을 더 좋아합니다."

1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직속 장애인사목 특임사제 박민서 신부는 우리 사회의 농인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했다. 인터뷰는 수어 통역사가 함께했다.

박 신부는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청각장애인'이란 말에 담긴 차별적 시선을 지적했다.

청인들이 농인들에게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 와우 수술을 하도록 도와주고 나서 '와 잘 듣는구나, 축하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보청기나 인공 와우 수술을 하고 싶으냐 물으면 '듣지 못해서 더 좋다'하는 농인도 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email protected]


박 신부가 보기엔 듣지 못하는 상황이 오히려 낫다.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 와우 수술을 한 후 자동차 경적, 공장 기계 소리 등 소음에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고성이나 욕설에 마음에 상처받는 농인들이 많아서다.

그는 "소음이 너무 괴로운데 소음이 차단되어 고요하고 조용한 상태에 있는 농인을 부러워하는 청인도 봤다"며 "옆방에서 심하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도 저는 듣지 못해 아주 잘 잔다"고 했다.

이어 "농인은 수어로 충분히 소통하고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신부는 2~3세에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사제의 꿈을 꾸고 1995년 미국 갈로뎃 대학과 성 요셉 신학원을 거쳐 2004년 성 요한 대학교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7월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되어 '아시아 최초 농인 사제'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9년까지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 사제로 봉사하면서 2019년 농인 성당 '에파타' 성당 건립에 핵심 역할을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 교회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 박민서 신부가 지난해 5월 23일 전 세계에서 가톨릭 농인으로서는 최초로 가톨릭 실천신학(가톨릭 농인 교회)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진=본인 제공) 2025.06.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 교회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 박민서 신부가 지난해 5월 23일 전 세계에서 가톨릭 농인으로서는 최초로 가톨릭 실천신학(가톨릭 농인 교회)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진=본인 제공) 2025.06.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 신부는 2021년 다시 미국으로 가 워싱턴대교구 농인 공동체 사목자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실천신학박사를 취득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 지도신부로 활동하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1일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교정 성당에서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코로나가 확산했던 시기 중 1년을 제외하고 매년 6월 첫째주 혹은 둘째주 일요일 가톨릭 농아선교회 농인 신자와 청인 봉사자의 친목을 위해 열리고 있다. 지역을 순회하며 열리는 이 행사 중 기념미사는 개최지역 교구장 주교가 주례를 맡는다.

올해는 전국 20개 지역 가톨릭 농아선교회 농인 신자들과 청인 봉사자 등 70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교회 두 번째 농인 사제 김동준 신부의 강연, 박희전 신부의 '명화로 보는 성모님의 생애' 강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퀴즈 풀기, 장기자랑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 주례 미사가 봉헌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email protected]


박 신부는 대전가톨릭대학에서 처음 열렸던 첫 행사 때 기념미사를 주례한 유흥식 추기경과의 만남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유 추기경은 행사 당일 견진성사가 있어 보좌주교에게 기념미사 주례를 부탁했었다.

박 신부는 수어 통역자와 함께 유 추기경에게 직접 찾아가 행사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일정을 바꿔 견진성사 일정에 보좌주교를 대신 보내고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박 신부는  "유 추기경님이 보좌주교와 상의하고 일정을 변경해 행사에 오셔서 모두가 반갑게 맞으며 환호하고 행복했다"며 "유 추기경님이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경청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나도 말을 줄이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유 추기경님의 모습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평화방송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사제인 박 신부는 최근 첫 저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를 출간했다. 2025.06.14. [email protected]


13번째 행사가 열린 날 박 신부의 박사 학위 논문 번역서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가 출간됐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시노드 정신에 따라 교회의 '실존적 변방'에 있는 농인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한 포용적 교회를 향한 농인들의 응답을 담았다.

박 신부는 서울대교구 청각장애인 가톨릭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아시아 농인 가톨릭 신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신앙 경험과 교회에 대한 바람도 제시한다.

박 신부는 이 책에서 청인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메시지도 담았다.

"농인이 동정과 관심 대상이 아니라 청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차별을 느끼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막힘없이 하도록 도와주는 행복한 교회와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농인과 청인은 마음으로 소통하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농인이 청인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청인도 농인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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