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음악 거장 헤레베허 "시대악기 연주는 바흐의 소리 찾아가는 과정"

내달 18일 '필리프 헤레베허 &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헤레베허 2년 만에 내한…'최애' 바흐 'B단조 미사' 지휘

의사 출신 특이 이력…"정신의학, 사고·음악 분석에 도움"

"음악은 영적 소통…마음·정신 울렸다면 내 목표는 달성"

[서울=뉴시스]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 (사진=크레디아 제공 ⓒMichiel Hendrychkx) 2025.08.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향수나 순수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바흐가 상상했던 소리의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악기들은 더욱 투명하고 따뜻하며, 수사적인 명료함을 제공하여 음악의 구조와 의미를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고(古)음악 거장'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8)는 서면인터뷰에서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매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소리와 악기의 균형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음악은 덜 거대하고 더 친밀하며 영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호흡한다"며 "이를 통해 바흐의 목소리가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진실되게'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헤레베허는 그가 1970년 창단해 55년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앙상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와 내달 18일 '필리프 헤레베허 &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23년 5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의 내한 공연 이후 약 2년 만의 내한이다.

헤레베허는 벨기에 겐트대학교에서 정신의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지휘자는 분석적인 사고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신의학을 공부하면서) 사고하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대학시절 음악을 하고 싶어 친구들과 창단한 게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여자 친구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의 지휘 모습.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5.08.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앙상블에 대해서는 "솔리스트로서도 손색없는 각 연주자의 역량과, 각 레퍼토리에 맞춰 최적의 합창단을 구성하는 역량이 이 앙상블의 큰 강점"이라면서 "연주자들이 친구 같은 존재로 함께 음악을 만드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의사라는 길을 내려놓고 전업 음악가로 나아갈 힘을 줬다"고 했다.

헤레베허는 이번 무대에서 그의 '최애곡' 바흐의 'B단조 미사'를 선보인다. 이 곡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와 세 차례 녹음했고, 지금까지 200번 정도 지휘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 곡을 지휘하는건 19년 만이다.

그는 "(작품을) 수없이 연주했음에도 매번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며 "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듣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포인트나 발음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어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흐가 한 번에 작곡한 작품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쓴 여러 악장을 모아 말년의 음악적 유산으로 남긴 것"이라며 "수십 년의 경험, 신학적 깊이, 대위법적 완성도, 그리고 제 이해를 뛰어넘는 영적인 힘이 응축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헤레베허는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로 작품 중 제2부 '글로리아'를 꼽았다. 그는 "'글로리아' 중 '성부 오른편에 앉으신 주여(Qui sedes ad dexteram Patris)'에서 오보에와 알토가 긴밀히 주고받는 부분을 좋아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 (사진=크레디아 제공 ⓒMichiel Hendrychkx) 2025.08.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음악 거장인 그에게 고음악의 매력에 대해 묻자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바탕으로 한 템포에 대한 감각과 연구로, 이는 음악에 매우 섬세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라며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가장 오래된 악보와 논문부터 시작해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으며 해석을 발전시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에서 제 롤모델은 고(故) 구스타프 레온하르트(네덜란드)와 고(故)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독일)"라고 밝혔다.

지휘자로서의 덕목에 대해선 "내게 지휘란 음악을 통해 이끄는 일"이라며 "나는 결코 기술적으로 뛰어난 지휘자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리허설을 하면서 작품의 가사, 음악적 맥락, 그리고 아티큘레이션(조음)에 대한 제 지식을 공유하며 지휘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궁극적으로 헤레베허가 이루고 싶은 음악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음악은 영적인 소통의 한 형태이고 언어가 없어된다. 긴장, 기쁨, 고통, 초월을 나눌 수 있게 해준다"며 "만약 공연을 통해 음악이 단순한 소리를 넘어, 마음과 정신을 동시에 울리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헤레베허는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만남에 대한 설렘도 드러냈다.

"제가 이끄는 앙상블인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와 함께 가게 돼 더욱 기대가 큽니다. 한국은 언제나 아름답고 다채로운 나라이고, 세계 최고의 관객 중 하나인 한국의 관객분들이 계신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 즐깁니다."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 (사진=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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