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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尹, 통일교 ODA 증액 등 재임기간에 실현"…권성동 '메신저' 지목

등록 2025.09.01 19:46:28수정 2025.09.01 20: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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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공소장 내용

"윤영호, 권성동 안내로 尹 면담해 ODA 청탁" 등

면담 이후 통일교 측 현안 관련 정책 추진 지적도

[가평=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 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박물관 모습. 2025.09.01. dahora83@newsis.com

[가평=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 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박물관 모습. 2025.09.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오정우 기자 = 윤석열 정권에 대한 '통일교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통일교 측의 해외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국정과제에 담겼던 것으로 1일 파악됐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22일 오후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안내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소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을 찾아가 교단 현안을 청탁했다고 봤다.

윤 전 본부장은 이 때 윤 전 대통령에게 ▲제5 유엔(UN) 사무국 설치 ▲아프리카 유니언 행사 비용을 국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 달라는 등 통일교의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특검은 적었다.

특검은 이런 청탁을 들은 윤 전 대통령이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자신의)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하는 등 1시간을 접견했다고 공소장에 담았다.

접견 전 당일 오전 권 의원은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검은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면담 1주일 후인 지난 2022년 3월 30일 외교부 외교안보분과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아프리카 ODA 예산을 2배 증액한다는 목표가 담겼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6월께 윤 전 대통령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도 적시했다. 김 여사가 2022년 11월께 케냐 영부인 환담 과정에서 아프리카 새마을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통일교의 청탁이 실현된 것으로 특검은 봤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09.0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09.01. [email protected]

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11일께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같은 해 12월 9일 '한-캄보디아 우정의 다리 사업' 관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ODA의 일종) 차관 지원이 승인되는 등 관련 지원이 급증했다는 점도 추가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캄보디아와의 이른바 '우정의 다리' 사업 관련 ODA 예산은 2023년 2억원→2024년 약 50억원 →올해 약 588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캄보디아 EDCF 차관지원 한도액은 2022~2030년 기간에 30억 달러로 증액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통일교와 정권 간의 유착 관계가 심화된 배경에 조직적인 대선 지원이 있다고 봤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21년 12월 29일과 2022년 1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교단 원로 격인 당시 윤정로 세계일보 부회장을 통해 권 의원을 소개 받고 신도들을 동원해 윤 전 대통령 당선을 돕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권 의원을 메신저로 윤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는 일련의 과정 전반은 윤 전 본부장이 한학자 총재의 지시를 받아 진행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권 의원이 지난 2022년 10월 3일 한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사건 수사 정보를 윤 전 본부장에게 전하고, 윤 전 본부장은 이를 한 총재 등에게 보고해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권 의원이 "한 총재님이 카지노 하시냐", "경찰 쪽 찌라시인데 통일교 총재 한학자 등 통일교 임원들이 불법 도박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해당 사건으로 통일교에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2013, 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가 된다"는 내용을 전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모습 (사진 = 통일교 제공) 2025.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모습 (사진 = 통일교 제공) 2025.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은 수사 정보를 전달받은 통일교 측은 한 총재의 지시를 받아 실무진으로 하여금 PC 등을 초기화하고 회계 프로그램에서 2010∼2013년 사이 회계 정보를 삭제·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검은 앞서 지난달 18일 윤 전 본부장을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 인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그가 한 총재, 자신의 배우자이자 통일교 전 재정국장을 지낸 이모씨와 함께 교단의 업무상 금품을 국내 정치인과 그 배우자 또는 측근들에게 '선교특별지원', '선교활동 지원비' 등 명목으로 임의 제공하기로 공모했다(업무상 횡령)는 혐의도 적시했다.

특히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제공한 ▲샤넬백 2개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시가 불상의 천수삼 농축차 2개대금을 윤 전 본부장 또는 이모씨가 먼저 지출하고, 통일교의 자금을 사후 송금 받는 방식으로 두 사람과 한 총재가 통일교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적시했다.

이처럼 특검은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의 혐의에 깊숙이 공모했다고 판단헀으나, 통일교는 이를 부인했다.

통일교는 이날 자료를 내 이씨가 20억원에 이르는 교단 자금을 편취하거나 사기적인 방법으로 수령했다며 그를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했다.

또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 내용에 대해 입장문을 추가로 내 "한 총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씀한 적도 없고, 부정한 자금 거래나 청탁, 선물 제공을 승인한 적 없다"며 "문제의 보도 내용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고위 간부를 지내며 개인적 일탈행위를 했던 특정 인물의 허위 주장과 근거 없는 추정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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