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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 사물함 '암거래' 기승…취업난에 학생 몰려

등록 2025.09.04 06:00:00수정 2025.09.04 07: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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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으로 대학 오래 머무는 학생 수 늘어

도서관 사물함 배정받은 후 '웃돈' 받고 양도하기도

많게는 양도비 10만원까지 받지만…단속 쉽지 않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김준재 인턴기자 = "도서관 2층 사물함, 편리한 곳입니다. 5만원에 양도합니다"

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가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는 '매물'이 있다. 바로 도서관 사물함이다. 사물함 개수에 비해 취업난으로 오래 학교에 머무르는 학생 수가 늘면서, 대학가에서는 '사물함 암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매 학기 초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웃돈을 주고 사물함을 거래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이 한정된 수량의 사물함을 추첨을 통해 유료 또는 무료로 배정하면, 소유권을 가진 학생이 사물함을 얻지 못한 학생들에게 웃돈을 받고 양도하는 형식인데 이 금액이 1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사물함 암거래가 일어나는 원인은 학생수 보다 사물함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사물함 수는 대학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적은 곳은 2% 수준에 그친다. 모 대학은 지난해 기준 재학생 2만1000여명에 사물함 500개를 운영했다. 많은 곳은 20% 수준이지만, 이조차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재적 학생 수가 2만1000여명인 한 대학은 무료 사물함 총 1800개(대학원생 대상 별도 500개 운영), 유료 사물함 1600개를 운영한다. 2인 1개 사물함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학생 10명 중 2명이 사물함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물함 암거래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경범죄처벌법'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유승재 법무법인 태유 변호사는 "사물함 암거래는 대학 시설 이용 질서 문제로,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로 직접 개입해야 할 만큼 중대한 법익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다"며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거래 행위를 국가기관이 직접 감시하고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오히려 과도한 행정비용만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바람직한 풍토는 아니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가 의식을 제고하고, 학교 차원의 규율을 마련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변호사는 "처벌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사물함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사물함 배정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해 일부 학생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도 "구체적으로 사물함 등 암거래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어 처벌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개인이 사용하지 않을 사물함을, 웃돈을 받을 목적으로 신청하는 것은 다른 사람 기회를 뺏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 스스로 교양인으로서 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규정을 마련해 사물함 암거래 단속에 나섰다. 한양대는 적발 시 6개월 동안 도서관 출입과 도서 대출을 정지하고, 이화여대는 적발 시 징계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세대도 매매가 적발될 경우 추후 사물함 배정 대상에서 불이익이 있다고 공지한다. 그러나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으로 이뤄지는 거래 특성상 적발부터가 쉽지 않다.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대학들도 여럿이다.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분간 '사물함 암거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 취업난으로 인해 졸업하지 않고 대학에 머무르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수가 늘고 있는 영향이다.

통계청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4년 4.4개월로 전년 대비 0.6개월 늘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큰 돈이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확보하려는 청년 세대의 절박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하며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에 청년들은 사회에서 갈 곳이 없고, 최대한 학교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피하려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물함 품귀 현상은 청년 세대들이 사회로 빨리 진출하지 못하면서 생긴 사회 현상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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