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로 읽히길" [문화人터뷰]
'저주토끼' 이후 다시 세계로…'한밤의 시간표' 英·美 출간
"번역 파트너 안톤 허, '터널 장면 정말 무서웠다' 불평해"
"익숙한 공포라 생각하고 읽다 새로운 공포 발견했으면"
"해외 독자들, 한국적 공포에 흥미…해외 출간은 큰 영광"
"예술성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펼칠때 빛나는 작품 나와"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 (사진=ⓒ혜영) 2025.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13/NISI20251013_0001964852_web.jpg?rnd=20251013184309)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 (사진=ⓒ혜영) 2025.10.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밤의 시간표'는 '귀신 이야기'라고 공언하고 쓴 책이에요. 한(恨) 맺힌 처녀귀신처럼 한국적 공포 이야기를 해외 독자들이 무척 흥미로워합니다. 저도 한국 전설을 더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소설가 정보라는 뉴시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밤의 시간표'로 해외 독자들을 만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해외 독자들을 만나는 건 큰 영광이자 즐거움"이라고 했다.
정보라의 연작소설집 '한밤의 시간표'가 번역의 날개를 달고 국경을 건넜다. 이 작품은 영국 부커상 국제상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 직후 출간돼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지난 2일 출간됐다. 프랑스, 폴란드 등 10여개국에도 수출됐다.
작품은 '귀신 들린 물건들'을 보관하는 정체불명의 연구소를 배경으로 한 총 7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그러나 단순한 공포 서사가 아니라 정보라 특유의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의 불안과 상처를 비춘다.
"코로나 시기의 영향이 컸어요. 당시 대학 강사로 학교에 가면 텅 빈 학교 건물이 유독 불안하고 무섭게 느껴졌어요. 또 코로나 시기에 가정 폭력 피해가 늘었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죠. 여성과 아이들이 피신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번역은 오랜 호흡을 맞춰온 번역가이자 작가 안톤 허(44)가 맡았다. 정보라와 안톤 허의 '콤비'는 유명하다. 안톤 허는 '저주토끼'를 비롯해 '너의 유토피아', '붉은 칼' 등 정보라의 대표작을 모두 영어로 옮겼다. 반대로 정보라는 영어로 쓰인 안톤 허의 첫 장편 '영원을 향하여'를 한국어로 번역하며 '역번역의 인연'을 이어왔다.
정보라는 "외국어로 번역된 작품은 의미를 다른 언어로 옮겨준 그 번역자의 작품"이라며 "안톤 허가 (이번 작품의) 터널 장면을 번역하면서 '정말 무서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해당 장면은 첫 수록작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에서 지하 주차장을 막는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간 주인공 찬이 터널 속에서 죽음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한밤의 시간표' 미국판. 현지 번역본 제목은 'Midnight Timetable' (사진=Algonquin Books) 2025.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13/NISI20251013_0001964849_web.jpg?rnd=20251013183815)
[서울=뉴시스] '한밤의 시간표' 미국판. 현지 번역본 제목은 'Midnight Timetable' (사진=Algonquin Books) 2025.10.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보라는 "각 언어권의 독자들은 번역자를 통해 제 작품을 읽게 될 것이고, 그들이 각자 자기 나름의 해석과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번역의 과정은 '마법'"이라고 했다.
정보라도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른 작가에게 '마법'을 발휘주고 있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폴란드 작가 브루노 야시엔스키의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김영사), 스타니스와프 렘의 '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현대문학) 등 동유럽 문학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자신도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해외 독자를 만나는 일은 그에게 언제나 설레는 경험이다.
그가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드러낸 ‘한밤의 시간표’가 해외 독자들과 만나는 일은 더욱 그렇다.
정보라는 "아직 번역본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독자 반응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귀신, 괴담, 도시 전설은 어느 문화권에나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며 "익숙한 공포 장르라 생각하고 읽다가 새로운 점을 발견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보라는 점점 높아진 한국문학의 위상을 언급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상업적인 작품부터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궁구하는 철학적인 작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세상에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두려워하지도, 예술성이나 완성도에 얽매이지도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야 그 안에서 세계에서 빛나는 문학 작품, 영화·드라마, 연극·뮤지컬의 원작 스토리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가 '한밤의 시간표' 영미권 출간 기념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퍼플레인 제공) 2025.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13/NISI20251013_0001964851_web.jpg?rnd=20251013184026)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가 '한밤의 시간표' 영미권 출간 기념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퍼플레인 제공) 2025.10.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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