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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잭팟 한도 묶인 강원랜드, 고객도 국부도 해외로 간다"

등록 2025.10.19 15:08:48수정 2025.10.19 17: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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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2000원 한도·9억 잭팟 그대로…"낡은 규제로 이중고"

강원랜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슬롯머신 가운데 하나인 '강원랜드 잭팟'. 최고 잭팟 금액은 3억원이다.(사진=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랜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슬롯머신 가운데 하나인 '강원랜드 잭팟'. 최고 잭팟 금액은 3억원이다.(사진=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20년 넘게 ‘2000원 베팅 한도’와 ‘9억9000만원 잭팟 상한’에 묶여 고객 이탈과 국부 유출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했다.

‘중독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유지된 이 낡은 규제가 고액 베팅 수요를 오히려 해외 원정 도박이나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내모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9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개장 이후 1360대의 슬롯머신은 1회 최대 베팅 금액 2000원, 최고 잭팟 금액 9억9000만원(슈퍼 메가 잭팟)이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물가와 소득이 급등한 동안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반면 마카오·싱가포르·라스베이거스 등 주요 카지노는 자율 규제 체계 아래 수백 달러 단위의 ‘하이롤러 슬롯’을 운영하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규제 탓에 강원랜드 이용객은 급감하고, 고액 베팅 고객은 마카오·필리핀 등 해외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의 이탈까지 가속화됐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원정 도박자는 연간 70만 명, 국부 유출액은 5조원에 달한다. 강원랜드의 세금 환원율을 적용할 경우, 이로 인한 국가 재정 손실은 연 2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3대 슬롯머신 제작사인 아리스토크랫과 IGT 등은 “2000원 한도 아래에서는 첨단 게임 설계가 불가능해 시장 매력이 없다”며 한국 입찰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기원 한국게이밍관광전문인협회 고문은 “현행 규제는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자금과 인력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며 “잭팟 금액, 베팅 한도 현실화와 첨단 머신 도입만이 ‘폐광지역 경제 회생’이라는 강원랜드 설립 취지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기 '오징어게임'을 테마로 한 슬롯머신이 올 상반기 필리핀 카지노에 설치되어 있지만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강원랜드에는 언제 설치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인기 '오징어게임'을 테마로 한 슬롯머신이 올 상반기 필리핀 카지노에 설치되어 있지만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강원랜드에는 언제 설치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랜드의 규제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고객 만족도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슬롯머신 한도 외에도 하루 20시간 영업, 월 15일 출입 제한 등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약이 겹치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도 더디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머신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베팅 한도 제약으로 우수한 해외 기종을 들여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하루 평균 6500명이 방문하는 강원랜드는 슬롯머신 1360대, 게임테이블 200대로 하루 수용 인원이 약 3000명에 불과해 ‘좌석 전쟁’이 일상화된 상태다. 고객 불편과 불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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