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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첫 회담 앞둔 日다카이치…"아부하되, 원하는 것 주지 마라"

등록 2025.10.27 16:22:28수정 2025.10.27 17: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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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공개 압박 피해야…의제 끌고 가면 승리"

트럼프 환심 위해 LNG, 트럭, 대두 등 수입 준비

대미 투자, 방위비 등 난관…"조심스러운 줄타기 필요"

[도쿄=AP/뉴시스] 지난 25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다카이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환심을 사는 동시에 자국 이익을 최대한 관철해야 하는 시험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10.27.

[도쿄=AP/뉴시스] 지난 25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다카이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환심을 사는 동시에 자국 이익을 최대한 관철해야 하는 시험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10.27.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취임 후 미국과 첫 정상회담을 앞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동시에, 일본의 대미 투자 및 방위비 관련 자국 이익을 최대한 관철해야 하는 시험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폴리티코는 "다카이치의 줄타기, 트럼프에게 아부하되 먹이는 주지 마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1일 취임한 지 7일 만인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찾았던 다카이치 총리는 27일 아침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빠듯하게 귀국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일본대사관 정치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타츠미 유키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 선임이사는 폴리티코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국방 등 문제로 자신을 공개적으로 압박할 빌미를 주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의제, 즉 '우린 책임을 다해 함께 인도태평양을 더 안전하고 번영하며 안정된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주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승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현 모바라 시의 모바라컨트리클럽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골프를 치고 있다. 2025.10.27.

[모바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현 모바라 시의 모바라컨트리클럽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골프를 치고 있다. 2025.10.27.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지 이틀 만에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탁월한 지혜와 강인함을 겸비한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멘토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친구로 지낼 정도로 긴밀한 관계였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 측 고문은 "둘은 매우 잘 지낼 것"이라며 "트럼프와 아베 관계의 강점은 개인적인 유대감에서 비롯됐고, 이로 인해 경제 및 전략적 협력이 훨씬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픽업트럭, 대두 등 구매 패키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일 미국대사관 부대사 겸 대사대리를 지낸 커트 통은 "전체적인 추진력을 얻기 위해 몇 가지 주요 발표에 노력하고 있다"며 "다카이치 정부는 구체적인 성과를 발표해 진정성을 보여주고 미국을 안심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참모들을 대동하고 일본 대표단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책상 위 팻말에는 일본의 대미투자액이 400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수기 수정돼 있다. (사진=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엑스). 2025.10.27.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참모들을 대동하고 일본 대표단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책상 위 팻말에는 일본의 대미투자액이 400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수기 수정돼 있다. (사진=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엑스). 2025.10.27. *재판매 및 DB 금지


양측이 충돌할 여지는 남아있다.

일본은 전임 이시바 정권에서 미국과 5500억 달러(약 79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협정을 맺었는데, 미국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투자 금액을 선불로 지급하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하는데, 일본은 자금 성격이 정부 보증 대출과 선별적 기업 자금 조달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다카이치 총리가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말 "일본에 불공정하고 국가 이익을 해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5.10.27.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5.10.27.


국방비 지출 규모도 난관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달성하겠다며 시기를 앞당겼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나아가 3.5%로 인상하길 요구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상태에서 국내적으로 트럼프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여유가 없다"며 "자민당과 연정을 이룬 일본유신회는 재정적으로 보수적이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임금 급락으로 어려운 상황에 투자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걸 경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 양보함으로써 불안정한 여당 연정을 흔들 수도 없고, 트럼프에 맞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 협정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 사이 "조심스럽게 줄타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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