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법률 AI 사용 둘러싼 갈등 계속…"개혁 통해 새 시장 열어야"

등록 2025.11.06 14:31:49수정 2025.11.06 15:42: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영·미·일 적극 도입 속 한국만 역주행

국민 70% '사법 절벽' 현실 고려해야

대한변협 등 규제 압박 속 헌법소원 제기도

[부산=뉴시스] 지난 11월22일 법무법인 대륜의 손계준 기업법무그룹장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정황이 담긴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사진=법무법인 대륜) 2025.11.05.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지난 11월22일 법무법인 대륜의 손계준 기업법무그룹장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정황이 담긴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사진=법무법인 대륜) 2025.11.05.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국민의 일상생활과 각종 업무에 챗GPT 활용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편화됐지만, 국내 법률 시장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대다수가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는 ‘사법 절벽’ 현실에 비춰 법조계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기술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률 서비스에 AI 도입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지난해 ‘AI 프로그램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가 비판이 일자 일부를 삭제했지만, 소비자에게 AI를 연결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조항은 여전히 유지 중이다.

이에 대해 올해 초 헌법소원이 제기돼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다.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해 10월 AI 서비스를 시행한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대표 변호사 6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달 15일 법조윤리위원회는 법무법인 대륜의 ‘AI대륜’에 대해 “소비자가 인공지능 등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거나 연결하는 방식·내용의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사실조회와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3일 법무법인 대륜은 AI 광고 제한과 관련해 변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정황이 담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대륜은 올 초 자체 제작한 ‘AI 대륜’을 출시했으나 변협이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대륜 관계자는 “AI는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분명하다”며 “폐쇄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국내 법률 시장은 결국 AI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로펌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 등 법조단체는 AI가 제공하는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피해나 법적 분쟁 시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을 이유로 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이 AI 도입에 적극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변호사 선임료를 지키려는 의도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렉시스넥시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의 53%가 이미 사건과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톰슨로이터 연구소 조사에서도 영미권 기업 법무팀의 59%가 “비용 절감을 위해 로펌의 AI 사용을 원한다”고 답했다.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 AI 법률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일본 법무성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유료 자문을 하는 행위는 금지하되, 변호사나 법무법인이 AI를 활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조력행위로 폭넓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변호사가 AI를 통해 국민에게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로펌 대상 유료 AI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법률 서비스에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국민 대다수가 법률 서비스의 높은 문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본안사건 중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비율은 2019~2023년 5년 동안 70% 안팎을 유지했다. 형사사건에서도 변호사 없이 혼자 소송을 진행한 비율이 45%에 달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이 변호사 없이 재판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잠재 수요를 외면한 채 개혁에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한다면 리걸테크 산업과 법조인 모두의 공멸을 자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 진입한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한 신입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들은 AI가 자신보다 단순 업무에서 더 낫다고 인정하기도 한다”며 “AI를 통해 ‘나홀로 소송’에 내몰린 국민에게 합리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는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륙아주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대륙아주 징계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이제원 넥서스AI 대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리걸테크(법률·기술 결합 서비스)혁신'을 위한 24시간 무료 인공지능(AI) 법률 상담 서비스를 출시한 뒤 대한변호사협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2024.10.08.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륙아주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대륙아주 징계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이제원 넥서스AI 대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리걸테크(법률·기술 결합 서비스)혁신'을 위한 24시간 무료 인공지능(AI) 법률 상담 서비스를 출시한 뒤 대한변호사협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2024.10.08.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