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완화는 최후의 카드"…정부, AI·반도체 투자 해법 고심[금산분리 갈림길④]

등록 2025.11.30 06:00:00수정 2025.12.01 11:09:0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李 "논의 필요" 제안에 국가적 어젠다 부상

경쟁당국 "금산분리 완화 외 채널 다양해"

"벤처 리스크 완화해야"…CVC 완화 '긍정'

손자회사 '지분 100%' 규제 완화안 제기

"공정거래법은 일반법…특별법 통해 해소"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TF회의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2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TF회의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2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인공지능(AI)·반도체 패권 경쟁이 세계 산업 지형을 흔들면서 한국에서도 초대형 투자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금융 규제의 핵심 축인 금산분리 원칙이 국내 대기업의 전략산업 투자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다만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는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산분리 완화는 가능한 후순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 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대전제 아래 어떤 절충안이 마련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3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금산분리 완화 논의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주 위원장은 "논의가 다양한 시각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한쪽 측면에서 일종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상당히 불만"이라고 밝혔다.

금산분리 원칙은 기업 부실 위험의 전이를 차단하고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공정위는 시장 점유율 등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시장질서의 왜곡을 견제하기 위한 부처인 만큼,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후 주 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금산분리 원칙을 통해 금융기관 사금고와 개별 기업집단이 대기업 경제력 집중이나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 등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01.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01.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전략산업 육성을 국가적 어젠다로 제시한 상황에서 공정위 역시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부터 "독점의 폐해가 없는 매우 특수한 영역에 한정해 우리 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AI 산업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영역에 한정한 금산분리"라고 거론하기도 했다.

산업을 진흥하는 부처인 산업통상부 역시 금산분리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자국으로 옮겨가려는 산업임을 고려할 때 우리는 총력을 다해 반도체를 지켜내고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 입장은 명확하다. 기존에 자금을 조달하던 방법인 금융시장이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을 활용해도 부족하거나, 이 과정에서 금산분리 완화 원칙이 방해가 된다면 특정 업종에 대해 제한적인 허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기업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자신들의 이익을 활용해 혁신, R&D 시설투자를 지속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금융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주력 기업이 투자에 필요한 금액을 조달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정부가 도와줄 수는 있다"며 "전략산업기금 등 도움이 될 다양한 채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이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1.17.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1.17. [email protected]



금산분리 완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CVC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공정위도 보다 열린 입장이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두려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 형태여야 하고 CVC 펀드를 조성할 경우 외부 자금 비중이 40% 이내로 제한된다. 스타트업 투자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꾸준한 상황이다.

주 위원장은 "벤처 투자의 경우 리스크가 커서 정부가 리스크 일부를 완화해줄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CVC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여당에서도 업계의 투자 길을 열어주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손자회사의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기업집단의 소유구조가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공장설비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SPC에 지분을 투자하려 해도 해당 기업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경우 기금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한 국가적 투자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설령 투자 촉진을 위해 금산분리 등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을 직접 손보기보다는 특정 업종이나 시기 등으로 한정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주 위원장 역시 "기업의 자체적인 자금 조달 여력이 일부 규제 때문에 어렵다면 그 문제를 특별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이라 이를 개정하기보다는 특별법의 한시적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