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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내부 출신 CEO 복귀 '환영'…조직 안정화·쇄신 시험대

등록 2025.12.18 06:00:00수정 2025.12.18 0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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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KT맨’ 귀환에 노조 "적극 환영"…내부 출신 '소극적 혁신' 우려 공존

해킹사태 신뢰 회복 시급…전임자 AI 사업 검증하고 후계자 육성 시급

별도 메시지 없이 조용한 행보…보여주기식 메시지보다 '실질' 중시

[서울=뉴시스]박윤영 KT 대표이사 최종후보. (사진=KT 제공)

[서울=뉴시스]박윤영 KT 대표이사 최종후보. (사진=KT 제공)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박윤영 전 사장이 차기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KT는 다시 한번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1992년 한국통신 연구직으로 입사해 기업부문장(사장)을 거친 박 내정자는 30년 넘게 조직에 몸담아 온 정통 'KT맨'이다. 외부 낙하산 의혹과 맞물린 외부 수혈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조직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부 인사의 복귀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KT에 따르면 전날 KT 이사회는 박윤영 전 사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박 내정자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대표에 오르게 된다.

내부 출신 CEO, 조직 안정 기대…혁신 딜레마도

박 내정자는 재직 시절 합리적인 성품과 탁월한 전략적 식견으로 임직원들 사이에서 '덕장(德將)'으로 불리며 두터운 신망을 쌓아온 인물로 전해진다. 조직 내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통상 외부 출신 CEO가 부임하면 전임자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인위적인 인적 쇄신이나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KT 노조는 성명을 내고 "조합원과 함께 내부 출신 후보가 선정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조직과 사업구조를 속속들이 아는 후보가 KT를 이끌어 간다면 시스템 및 현장 정서를 파악하느라 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했다.

다만 이는 동시에 박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이다. 통상 내부 승진 CEO는 조직 관리와 비용 효율화에는 능하지만, 판을 뒤집는 과감한 신사업 발굴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외부 출신들이 신산업 추진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과 달리 내부 출신은 비용 절감 식으로 수익을 방어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KT 이사회는 박 내정자의 경영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이사회는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DX·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이라며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현안 대응 방안을 제시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KT 본사. 2025.11.0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KT 본사. 2025.11.06. [email protected]


신뢰 회복·AICT 검증·후계자 승계 시스템 구축 등 과제 산적

박 내정자가 마주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최근 해킹 사고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통신은 KT의 근간이다. 이번 해킹으로 기본 인프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AI를 필두로 한 신사업을 논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는 시각이 짙다.

이 가운데 본업인 통신 시장의 정체 역시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다.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5G 역시 가입자 확대에는 한계가 이른 상황이다. 정부의 요금 규제와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통신 본업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이다.

김영섭 현 대표가 추진했던 'AICT(AI+ICT)' 전략의 검증과 계승도 중요한 과제다. 김 전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AI 컴퍼니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의 실적 호조가 실제 AI 사업 성과라기보다 부동산 자산 활용 등이 성과를 견인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돈 버는 AI'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박 대표의 숙제로 거론된다. 이에 김 전 대표가 이룬 AI 협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이어갈지도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끊어진 'CEO 승계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KT는 퇴임했던 박 전 사장을 다시 불러들여야 했을 만큼 내부에서 차기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후계자 양성 시스템을 재건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올드보이의 귀환'이나 '낙하산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정중동' 행보…실질 챙긴다

박 내정자는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이후에도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별도의 대외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는, 내부 보고를 중심으로 현안 점검과 인수인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 안팎의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쏠린 상황에서 불필요한 메시지 관리보다는 실제 경영 환경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기조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박 내정자가 취임 전부터 존재감을 과도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내부 현안 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통신 시장 정체와 AI 전환이라는 복합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서두르기보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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