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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선 '합의 하에 맞짱'도 불법…한국엔 없는 '결투죄'

등록 2026.01.13 00:00:00수정 2026.01.13 10: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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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1대1 결투 벌이다 1명 숨져

경찰, '결투죄'로 20대 가해자 체포

日선 합의 있어도 '결투' 자체를 금지

형법상 폭행죄보다도 형량 무거워

[도쿄=AP/뉴시스]2024년 7월31일 도쿄 신주쿠구 유흥가 가부키초 거리의 모습. 2026.1.12

[도쿄=AP/뉴시스]2024년 7월31일 도쿄 신주쿠구 유흥가 가부키초 거리의 모습. 2026.1.12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일본에는 137년 전에 제정된 '결투죄'라는 것이 있다. 형사 처벌 법률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법률 중 하나인 이 법은 서로 폭행하기로 합의하고 싸우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이 결투죄는 여전히 효력이 있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드문 법률인데, 최근 도쿄의 한 번화가에서 이 결투죄가 적용되는 사건이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합의 뒤 토요코 광장서 1대1 결투…며칠 뒤 1명 숨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경시청 폭력단대책과는 치바현 야치요시에 거주하는 무직자 아사리 후즈키(26)를 결투 및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7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아사리는 지난해 9월23일 오전 4시께 주거·직업 불명의 마쓰다 나오야(당시 30세)와 서로 폭행을 가하는 데 합의한 뒤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초 토요코 광장(시네시티 광장)에서 1대1 결투를 벌여 주먹과 발로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해 지난해 10월12일 마쓰다가 신주쿠구 내 한 병원에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두 사람의 결투는 약 10분 간 이어졌으며, 아사리가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리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한다.

마쓰다는 싸움 직후에는 의식이 있었지만 사흘 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결투 약 3주 후 결국 숨졌다. 사인은 뇌에 손상을 입은 데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경찰은 결투로 인한 상해가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아사리와 마쓰다는 처음엔 함께 장기를 두는 등 평범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후 말다툼이 벌어지면서 싸움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아사리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미안하다"고 진술했으며, 말다툼 계기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AP/뉴시스]2021년 10월1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가부키초 거리의 모습. 2026.1.12

[도쿄=AP/뉴시스]2021년 10월1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가부키초 거리의 모습. 2026.1.12


결투죄, 합의 있어도 '결투' 자체를 금지…폭행죄보다 형량 무거워

일본 법률전문매체 벵고시닷컴에 따르면 결투죄는 1889년(메이지 22년)에 제정된 오래된 법률로, '결투죄에 관한 건'이라는 법률에 규정된 범죄다.

이 법률은 결투를 신청하거나, 이에 응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또 결투를 중재·주선하거나 감독·관리하는 등 입회(立会) 하는 것 역시 금지한다.

실제로 결투를 한 경우엔 이 법률에 따라 '2년 이상 5년 이하의 구금형'을 받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았더라도 적용된다.

이는 형법상 폭행죄보다도 무거운 법정형이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결투'란 일반적인 싸움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 법률에서 결투란 서로 살상에 이를 수 있는 폭행을 가하는 데 합의한 뒤 싸우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쪽이 마지못해 싸움에 휘말려 대응하고 있는 경우라면 결투가 아닌 단순한 싸움(상호 폭행)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뉴시스] 최현호 기자 = 2024년 7월13일 일본 최대 환락가로 불리는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초 1번가의 모습. 2026.1.11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 최현호 기자 = 2024년 7월13일 일본 최대 환락가로 불리는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초 1번가의 모습. 2026.1.11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자 상대로 결투 신청한 사건이 법 제정 시발점

이 법률이 제정된 배경은 흥미롭다. 참의원 법제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결투죄에 관한 건'의 제정 배경에 대해 나와 있는데, 1888년(메이지 21년) 신문기자였던 이누카이 쓰요시에게 누군가 결투를 신청한 것이 시발점이라고 한다.

당시 이누카이는 이 결투 신청을 거부했고,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사건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잇따라 결투 신청을 하는 일들이 벌어졌으며, 결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 논의에선 '결투는 문명의 꽃'이라며 무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국은 서구형 결투 풍습이 일본에 전파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 결국 그 다음해에 특별법으로 '결투죄에 관한 건'이 제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투죄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이 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신체뿐 아니라 사회의 평온과 질서까지 침해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벵고시닷컴은 설명했다. 사전에 합의한 계획적인 폭력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풍조를 사회에 확산시켜, 우발적인 싸움보다 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힐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합의 있으면 불법 아냐…다만 지나치면 위법

한편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합의 하에 쌍방 간 폭행이 이루어질 경우 '피해자의 승낙' 법리에 따라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가 침해의 결과 등을 인식하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로 폭행을 승낙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쌍방 간 폭행에 대한 승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는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만약 가해자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공격을 지속하고, 중상해나 사망 등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피해자의 승낙 법리가 적용되지 않아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흉기나 도구를 사용해 치명상을 입혔을 경우에도 승낙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본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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