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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비선형적' 시간의 역설…'세븐티' 주름 속 숨겨둔 소년의 '웃음 구멍'

등록 2026.01.27 17:44:52수정 2026.01.27 18: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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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밴드, 오늘 '세븐티' 발매…10년 만의 신곡

내달 26일엔 솔로곡 '웃음 구멍' 발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1.2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1.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흔히 늙음을 상실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시간이란 비가역적인 화살과 같아서, 한번 떠나보낸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물리적인 나이듦을 예술적 성취의 질료로 삼아 시간의 위계를 무너뜨리는 예술가가 있다.

'김창완밴드' 리더인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김창완(72). 그는 일흔두 해라는 물리적 시간을 건너왔으나, 그의 내면은 여전히 세상의 모든 경계를 지워버리는 소년의 무구함으로 가득 차 있다.

김창완밴드가 2016년 '시간' 이후 10년 만인 27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싱글 '세븐티(Seventy)'는 숫자 70에 대한 물리적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뒤엉켜 있다"는 그의 전언처럼, 과거와 현재, 노인과 아이, 후회와 희망이 한데 섞여 빚어낸 거대한 긍정의 서사다.

그는 타이틀곡 '세븐티'와 아이들과 함께 목청껏 외치며 유쾌한 정서를 담은 '사랑해' 두 곡이 실린 이번 싱글에서 노인의 회한을 노래하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변성기 소년들의 '삑사리' 섞인 목소리 뒤로 숨어 천진하게 웃는다.

김창완은 이날 음원 발매 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록(Rock)'을 장르가 아닌 태도라고 정의했다. 그 태도란 아마도 고여 있기를 거부하는 유목민의 기질, 그리고 어른이라는 견고한 허울을 벗어던지고 기어이 아이의 '웃음 구멍'을 찾아내는 시선일 것이다.

'웃음 구멍'은 김창완이 오는 2월26일 공개하는 솔로곡의 제목이다. 김창완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동요로, 지난해 그가 진행하는 SBS 러브FM의 프로그램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가 연 '저녁바람 동시 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장원을 차지한 김도이의 시에 김창완이 가사를 보완하여 작곡했다. 앞니가 빠진 상황을 '웃음 구멍'이라 표현하는 순수한 아이의 감성이 김창완의 선율로 옮겨졌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01.2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01.27. [email protected]

김창완밴드는 1970년대 후반 한국 록의 부활을 알린 사이키델릭 록밴드 '산울림' 정신을 계승하는 팀. 산울림은 김창완·김창훈·김창익(1958~2008) 삼형제로 이뤄진 록밴드다. 1977년 데뷔해 록 발라드, 헤비메탈, 동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실험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누렸다. 김창완은 2008년부터 김창완밴드를 이끌며 산울림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이 팀과는 다른 색깔의 음악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상훈(키보드), 최원식(베이스), 강윤기(드럼), 염민열(기타)이 함께한다. 내년 데뷔 50주년을 맞는 김창완은 반세기를 특기하다기보다는, 모든 해가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과 일문일답 전 '청춘'을 시작으로 베토벤의 '월광' 그리고 '시간' '노인의 벤치' '하루' 등을 거쳐 '세븐티'에 이르렀다. 거기에 50년이 배어 있었다.  

김경진 음악평론가는 '세븐티'에 대해 "잔잔한 포크로 시작해 6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발라드,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를 오간다"고 들었다.

-신곡 제목을 '세븐티'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숫자에 대한 아련함이나 회한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칠순'이라고 할까, '70살'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너무 노인의 이야기처럼 들릴까 봐 걱정이 됐어요. 단순히 '70'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노래는 노인의 회한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은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제 나이에 빗대어 시간을 바라보지 마시고, 열두 살은 열두 살대로, 열여섯 살은 열여섯 살대로 각자의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곡이 됐으면 합니다."

-과거 발표하신 '청춘'과 지금의 '세븐티'는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가요?

"'청춘'을 쓸 때만 해도 '언젠간 가겠지'라며 어디서 주워들은 시간관을 적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풋내 나고 귀엽죠. 하하. 하지만 '세븐티'에 담긴 시간은 다릅니다. '백일홍' 때의 시간관과도 많이 달라졌고요. 지금은 시간이 훨씬 더 '내 이야기'가 됐습니다."

-이번 곡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1.2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1.27. [email protected]

"어느 순간, 제가 인생을 너무 소모적으로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이게 늙음인가? 인생을 잃은 자로 살아보니 허무하네'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죠.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 오히려 저 자신을 꾸짖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곡을 썼습니다. 흔히 노년은 허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 곡을 쓰면서 그 허무로부터 해방됐습니다. 또 최근에 참 예쁜 말을 하나 들었어요. 언니와 막내딸이 아홉 살 터울이 나는 가족인데요. 동생이 엄마한테 '언니가 부럽다'라고 했대요.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좋은 엄마를 9년이나 일찍 만나서 너무 부럽다'라고 답했더라고요. 살면서 이렇게 예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세븐티'는 1981년에 나온 '청춘'에 비하면 몇십 년 아래 동생인데, 그런 면에서 '세븐티'가 과연 '청춘'을 부러워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세븐티'를 들려드리기에 앞서 '청춘'을 불러드렸어요. '청춘'이 저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선생님의 노래는 시간이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기억과 망각, 노인의 시간과 아이의 시간이 중첩돼 있죠. 노래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법 도구인데, 선생님께서는 노래가 시간을 다룰 때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시간에 관한 노래는 정말 많죠. 감미로운 카펜터스의 노래에도 있고, 핑크 플로이드의 '타임(Time)'도 있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래시계에서 모래알 떨어지듯 흐르는 '선형적인 시간관' 때문에 우리가 자꾸 위로를 갈구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용서'라는 말도 뒤집어 보면 그 뒷면에 위로가 써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미움을 시간 단위로 차곡차곡 쌓아서 생긴 병적인 증상 아닐까요? 용서는 설탕 녹이듯 야금야금 하는 게 아니라, 단칼에 해야 합니다. '일주일 동안 냉전할 거야'라는 식의 시간관을 가지면 영원히 용서하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이 와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이 기쁨은 두고두고 기쁜 게 아니라, 그야말로 '한순간에' 기쁜 것입니다. 어쩌면 어제부터 기뻤는지도 모르고요. 시간은 뒤엉켜 있습니다."

-이번 앨범 수록곡 '사랑해'에는 방배중학교 학생들이 코러스로 참여했습니다. 아이들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요즘 밴드 공연에 떼창이 참 많은데, 우리 밴드에는 떼창 곡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다 같이 '사랑해'라고 외치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어서, 억지로라도 떼창을 시키려고 만든 곡입니다. 하하. 코러스는 저희 집 옆 방배중학교 교장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얌전한 학생회 아이들 20명이 왔는데, 남학생들이 다 변성기라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그 '삑사리' 나는 목소리, 저는 그게 너무 예뻤어요. 저희 음악 감독이 기술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 놓은 걸 보고 제가 화들짝 놀라서 '다시 거친 목소리로 돌려놔라, 그 거위 소리 같은 목소리가 진짜다'라고 해서 원래대로 살렸습니다. 아이들과 짜장면도 먹고 참 행복했습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아이들의 마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1.2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창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새 싱글앨범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1.27. [email protected]

"어른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살지만, 아이들은 단 몇 마디로 그걸 깨우쳐 줍니다.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동요 대회를 했는데, 장원을 받은 시가 딱 두 줄이었어요. '앞니가 빠졌네. 웃음 구멍이 생겼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경험했던 청춘의 시간과 임종을 맞을 시간은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린 시절 가졌던 그 순수한 시간을, 바로 오늘 살아가자는 주장을 하고 싶습니다."

-김창완밴드로 신곡을 내는데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저희는 일년 내내 붙어있는데 곡 발표가 게을렀어요. 음악이 얼마나 무력한가라는 걸 느꼈던 시절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시절이요. 개개인이 다 격리된 시절이니, 무력감에 빠졌죠. 그런데 그 때 저를 구해준 것이 또 음악이었어요. 그때부터 공연도 더 열심히 하고 다시 음악을 열심히 만들었죠. 그렇게 10년 만에 다시 찾아뵙게 됐네요."

-내년이면 산울림으로 데뷔하신지 50주년입니다.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저는 50주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막내(고 김창익)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산울림은 없다'고 했기에 산울림 50주년도 저에겐 큰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산울림의 음악 정신을 지금의 밴드가 잘 이어가길 바랄 뿐입니다. '유목민은 같은 자리에 잠자리를 펴지 않는다'는 말이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50년도 의미가 있지만 49년도, 51년도 똑같이 의미가 있습니다. 어제에 안주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최근 밴드 음악 붐이 일고 있는데, '전설'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밴드 붐이 인다는 건 좋은 소식이죠. 하지만 '록(Rock)'을 하나의 장르로만 생각한다면 저는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록은 태도다'라는 말이 있죠. 음악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로서 락을 받아들인다면 좋은 일이지만, 단순히 트로트나 발라드처럼 유행하는 장르로서 소비된다면 그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빅나티, 지드래곤도 좋아하고 최근엔 '터치드', '이승윤' 같은 후배들을 보며 큰 희망을 얻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의 메시지가 있다면요?
[서울=뉴시스] 김창완 싱글 '세븐티' 커버. (사진 = 뮤직버스 제공) 2026.0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창완 싱글 '세븐티' 커버. (사진 = 뮤직버스 제공) 2026.01.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요즘 '위로'가 화두인데, 그만큼 현대인들이 강박적으로 쫓기며 산다는 방증 같아 안타깝습니다. 제 노래가 위로가 된다면 좋겠지만, 사실 위로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노래 한 자락에 위로받아야 할 만큼 고단한 심정이라는 게 안타깝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위로받으려 하기보다, 위로하려고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착한 어른'이라는 이미지가 창작에 방해가 되진 않나요? 내면의 거친 모습은 어떻게 다루시나요?

"저를 내려놓는 건 저에게도 숙제입니다. 얼마 전 기타 수리를 맡겼는데, 장인이 기타 줄과 '음쇠'를 다 빼버리고 하룻밤을 재우더라고요. 나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그분의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 가장 기본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허울이나 편견을 걷어내는 일입니다. 가라앉히는 거죠. 매일 아침 글을 쓰며 내 안에 분노나 미움이 없는지 점검하고 저를 바라보는 것이 창작의 큰 도움이 됩니다."

-싱글 커버 그림은 누가 그렸나요?

"제가 그림을 배우고 있는 이정현 화가의 작품입니다. 어느 날 그림을 보여주는데 아버지 얼굴 같기도 하고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거 우리 앨범 재킷으로 쓰자'고 했죠."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앙코르를 받으며 다시 무대로 나가는 장면이요.

"아휴, 저는 그 장면 빼자고 감독이랑 엄청 싸웠어요. 하하. 무슨 공연 망한 사람 표정으로 포스터를 찍질 않나… 다 끝났는데 앙코르 받는다고 다시 나가는 게 너무 쑥스럽고 '이게 뭐야~'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 장면이 너무 좋다고 우겨서 결국 제가 졌습니다. 마음에 드셨어요? 거봐요. 가끔은 지고 살아도 됩니다.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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