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준 신부 "AI는 두려워하면서, 가정 붕괴는 왜 두렵지 않나"[뉴시스 함께家]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육아는 고통 아닌 기쁨… '육퇴'라는 단어가 생명 경시 부추겨"
"안락사·조력자살 용어 혼재… 생명은 끝까지 '존엄성' 지켜야"
생명윤리 분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받아 "더 잘하라는 요청"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29/NISI20260129_0021144004_web.jpg?rnd=20260129151206)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AI 시대는 두려워하면서, 붕괴되는 가정과 관계의 단절에 대해선 왜 무서워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저출산과 자살, 조력자살 등 삶과 죽음을 둘러싼 논의들이 정작 '생명의 본질'이라는 핵심을 놓친 채 겉도는 한국 사회를 이렇게 진단했다. 기술적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삶의 토대인 공동체의 균열이 초래하는 근원적 위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오 신부는 뉴시스와 만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할 방책은 없다"면서 "이미 생명 경시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 사회에서, 지금 필요한건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어떤 문화를 새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라고 강조했다.
'육퇴'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생명의 위기
"그동안 사회가 만들어놓았던 '틀'이 무너지고 있어요. 기존 잣대로 남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분위기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할 수 밖에 없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그 끝에서 희망과 생명의 소중함이 사라지는 모습을 봅니다."
이같은 현상은 저출산 문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했다. 오 신부는 특히 '육퇴(육아 퇴근)'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그는 "아이를 통해 얻는 기쁨이 사라지고, '육퇴' 같은 말들이 일상화되면서, 결국 육아로 인한 고통과 빼앗긴 '나 자신'만 부각되는 구조가 됐다"며 "이런 문화 속에서 어느 누구도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을거다. 지금 필요한 건 '관점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29/NISI20260129_0021143999_web.jpg?rnd=20260129151212)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email protected]
'조력 자살'이 아닌 '존엄한 죽음'을 말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흔히 아기에게만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인 역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힘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청년기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기'라면, 노년기는 '못함을 인정하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시기'입니다."
그는 특히 안락사, 존엄사, 조력자살이라는 용어가 혼재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존엄사는 본래 자연스러운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조력 자살'이라는 행위를 희석시키기 위해 '안락사' '존엄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혼란이 생깁니다.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 생을 마감하는 행위는 분명히 '조력 자살'이라고 행위와 가치를 명확히 구분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는 "조력자살을 이야기할 때 '나는 더 이상 할게 없다. 더 살아서 뭐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하지만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대화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죽음의 순간에 아무것도 할수 없을 것 같지만, 가족에게 전하는 편안한 표정이나 무언의 메시지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중년기와 노년기에 이 메시지를 발견해 조력자살이 아닌 존엄한 죽음, 더 나아가 노년기 돌봄을 통해 끝까지 인격적 모습을 인식하며 살았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존엄성과 가치가 더 분명해진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29/NISI20260129_0021143998_web.jpg?rnd=20260129151213)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email protected]
일상 속 '생명 존중 문화'를 세우는 교회의 역할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생명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참생명학교’, '교황의 생명교실', 예비·신혼부부를 위한 '어른을 위한 성·생명·사랑 이야기', 낙태된 영혼을 위한 기도 운동 '희망으로 가는 길', '임신부와 태아 축복미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명동 일대에서 진행한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했고, 생명과학·인문사회·현장 활동 분야에서 생명 수호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격려하는 '생명의 신비상'도 상금 인상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생명수호 일러스트 공모전 ▲청년을 위한 성·생명·사랑 이야기 ▲사별가족 돌봄 프로그램 ‘희망 샘’ ▲서울시 지원으로 진행한 토크 콘서트 '삶과 죽음을 잇다' 등 새로운 형식의 사업도 확대됐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중년을 위한 '해들녘 피정', 죽음을 성찰하는 '맞닥들이는 죽음, 맞이하는 죽음(죽음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올해는 생명윤리를 보다 쉽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5~6분 분량의 ‘생명윤리 동영상’을 제작해 ▲몸과 성, 혼인 ▲배아·태아의 존엄성 ▲보조생식술 ▲줄기세포 ▲젠더 ▲유전자 편집 ▲장기기증 ▲중독 등 사회적 쟁점을 가톨릭 관점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이 영상은 중·고등부 교육 자료와 중장년층 나눔 교재로 활용된다.
또 유산 경험이 있는 이들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 'Plan B', 청년 피정과 강좌, 생명윤리 문답 형식의 책 발간,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충전소', 초등부 부모를 위한 생명 특강도 추진된다.
미혼모 지원 사업 역시 확대되고 있다. 신자 후원으로 운영되는 '미혼모 기금'은 전국 가톨릭 미혼모 시설 추천을 받아 선정된 이들에게 2년간 매월 50만 원을 지원한다. 현재 약 60명이 도움을 받고 있으며,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미혼모 비중이 늘고 있다.
우리금융미래재단과 함께하는 '우리원더패밀리' 사업은 올해 지원 연령을 24세까지 확대하고, 학업·취업·의료·심리 지원을 포함한 자립 중심 프로그램으로 개편됐다.
오 신부는 "미혼모라고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아이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해 가는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가 함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29/NISI20260129_0021144000_web.jpg?rnd=20260129151209)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1.31. [email protected]
오 신부는 지난달 생명윤리 분야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닙니다. 이 상은 가톨릭이 쌓아온 생명 수호의 자산을 대표해 제가 받은 것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요즘 생명윤리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이 많은데, 교회의 역할은 종교적 주장에 앞서 인간의 존엄성을 분명히 상기시키는 데 있다. 그 역할을 더 잘해 달라는 요청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신부는 우울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한국 사회를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의 정체성과 우리 현재 모습을 제대로 붙잡아야 합니다. 내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의미와 가치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변화에 쫓아가는 데만 급급해 많은 가치를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지금의 삶을 붙잡았으면 합니다."
'뉴시스 함께家' 프로젝트는
'함께家'는 자살, 저출산, 고립 등의 자살 문제를 개인의 고통이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바라보는 연대 프로젝트입니다. 예방과 돌봄의 사회적 안전망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둡니다.
이 캠페인은 종교계와의 연대에서 출발했지만, 생명존중은 특정 영역에 머물 수 없는 과제라는 인식 아래 시민사회와 민간, 지역 공동체로 협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함께家'에는 '집 가(家)'와 '함께 가자(go)'의 뜻이 담겼습니다. 단절과 고립 속에 놓인 이들에게 공동체가 동행하자는 다짐입니다.
뉴시스는 '함께家'를 통해 생명존중 의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실질적인 협력과 실천이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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