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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라 공부 못하다 대학가니 난리지"…80대 여고생들 '빛나는 졸업식'

등록 2026.02.23 17:35:37수정 2026.02.23 18: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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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성여고 졸업식

만학도 239명 졸업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23일 일성여고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받고 있다. 2026.02.23. jee0@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23일 일성여고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받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딸이라는 이유로 공부 못하다가 80 다 돼서 대학 가니 가족, 친지, 동네 사람들 전부 잔치야. 그동안 아까운 인재 썩혔다고 난리지."

안경 너머 눈가에 감격의 눈물이 가득 고인 최효순(77세)씨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성여고 3학년 3반 최씨는 23일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

서울 마포에 있는 일성여고는 어린 시절 다양한 이유로 제때에 학업을 마치지 못한 만학도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이날 열린 일성여고 졸업식에는 머리가 한눈에 봐도 희끗한 학색들이 교복 대신 형형색색 한복을 입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23일 일성여고 졸업생들이 형형색색 한복을 입고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02.23. jee0@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23일 일성여고 졸업생들이 형형색색 한복을 입고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졸업생은 6개반 총 239명이다. 졸업생 82%(196명)가 6·70대다. 다음으로 80대가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4·50대가 17명으로 가장 적었다.

화성에서 왕복 4시간을 통학했다는 최씨는 4년 동안 단 한 차례 결석 없는 성실한 학생으로 유명하다.

최씨는 "3남 5녀 맏딸로서 가정 형편상 학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동생들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포기했다"며 "하지만 배움의 아쉬움이 계속 남아 항상 큰 가방에 명언집과 한문책 등 공부할 책을 갖고 다녔다"고 소개했다.

이어 "가정주부로 계속 살다가 2022년에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성여고에 입학했다"며 "매일 지하철과 버스로 화성에서 왕복 4시간씩 걸렸지만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다니는 내내 즐겁기만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씨는 4년의 결실 끝에 올해 서강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그는 "집안 경사다. 체력이 된다면 대학교 졸업 이후 대학원과 박사까지 하고 싶다"며 "친오빠가 동생이 딸이라는 이유로 공부를 못하다가 80 가까운 나이에 대학 갔다고 오히려 더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내 또는 어머니의 학업을 든든하게 응원했던 가족들도 졸업식을 찾았다. 졸업식이 열린 강당 입구에서부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김모(80)씨는 "4년 동안 아내가 공부하고 들어오면 저녁 7시였다. 들어오면 바로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내가 요리하고, 집안일도 도왔다"며 "아내가 그간 가정을 돌보느라 학업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다 이뤄서 얼굴이 밝아졌다. 내가 더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23일 일성여고 졸업식에서 졸업생을 위한 꽃들이 줄지어 있다. 2026.02.23. jee0@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23일 일성여고 졸업식에서 졸업생을 위한 꽃들이 줄지어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강당 뒷자리에서 주황색 큰 꽃다발을 들고 있던 박하성(80)씨는 "아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집안일도 돕고 공부도 도와줬다"며 "그간 나랑은 시사 상식과 글쓰는 것, 배움 등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나보다 더 잘해 뿌듯하다. 나를 따라잡을 정도로 깨어났다"고 자랑했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졸업생인 어머니 사진을 연신 찍던 조윤경(58)씨는 "어머니가 일성여고를 다니면서 기력을 되찾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며 "어머니가 배움을 통해 행복을 느끼시고, 성취하는 모습을 보니 자식으로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졸업식은 이날 끝났지만, 배움은 계속된다. 일성여고 졸업생 대학 합격률은 20년 연속 100%에 달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일성여고 2학년 1반 담임선생님을 맡은 나경화(39)씨는 "몸 아파도 치료받으면서 다니는 어머님과 택시 운전 등 생업을 병행하시는 어머님들을 보면서 배움의 열의를 항상 느낀다"며 "20년 연속 대학합격률 100%는 그 열의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다들 배움의 한이 있으신 분들이라 항상 즐겁게 공부하신다. 오히려 졸업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교장선생님이 항상 강조하는 말씀은 '배움을 멈추는 순간 늙는다'이다. 이를 따라 어머님들도 다들 배움의 끝이 없다는 마음으로 다니셔서 옆에서 보람차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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