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하면 패가망신" 빈말 아니다…2576억원 추징에 검찰 고발(종합)
주가조작 기업, 기업사냥꾼 등 27개 기업·관련자 탈세 적발
6155억원 탈루 금액 확인…2576억원 추징하고 30건 고발
'신사업 추진' 허위공시한 뒤 회사 자금 빼돌려…주식은 상폐
차명으로 기업사냥하고 내부정보 활용해 시세조종하기도
상장 정보 활용해 자녀에게 100억원 이상 부당 증여하기도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기계장치 제조업체 A사는 ‘친환경 에너지’ 등 추진 계획을 공시하고 직원을 대표로 내세워 신사업을 위한 B사와 C사를 설립한 뒤 출자금·대여금 명목으로 1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출연했다.
하지만 B사와 C사는 투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다. B사는 다른 회사와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투자금 18억원을 빼돌려 A사 사주에게 제공했다. C사도 매출이 전무한 부실회사로부터 11억원의 가공세금계산서를 받는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이후 A사의 신사업 추진은 허위로 밝혀졌고, 주가는 3분의 1 토막으로 폭락해 결국 회사는 상장폐지됐다.
정부가 이렇게 주가조작 등을 통해 시장을 교란한 세력의 탈세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수천억원을 추징했다.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시킨다'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볼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집중 실시해 6155억원의 탈루 금액을 확인하고 2576억원을 추징했다고 5일 밝혔다. 또 국세청은 조세포탈 등 불법행위가 적발된 30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고 16건은 통고처분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주가조작 목적의 허위 공시 기업 ▲먹튀 전문 기업사냥꾼 ▲상장기업 사유화로 사익을 편취한 지배주주 등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27개 기업 및 관련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7개 기업과 관련된 조사 대상자만 2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조작 목적으로 허위공시를 한 A사는 상장 폐지조치를 당해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사주는 횡령한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고액 전세금, 골프 회원권 구입 등에 사용하며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세청은 법인자금의 실질적인 귀속자인 사주에게 수억원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등 16억원을 추징했다. C사의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수 행위에 대해서는 사주와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
허위공시를 통해 부실기업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기업도 있었다. D사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상장폐지 위험이 생기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타 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당시 코로나19 특수로 인기가 높았던 의료용품 등을 판매한 것처럼 허위 실적을 만들었다. 또 직원 가족이 대표인 의료기기 판매업체를 이용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건실한 회사를 횡령 등으로 망가뜨린 기업사냥꾼들도 적발됐다.
기업사냥꾼이자 사채업자인 E씨는 금속 판넬을 제조하는 상장법인 F사를 차명으로 인수했다. E씨는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해 주식을 가장·통정매매해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리고 양도세를 탈루했다. 그는 명목상의 지배주주를 내세운 뒤 경영권이 변동된다는 내부 정보 등을 활용해 시세를 조종했다. E씨는 주가조작을 통해 80억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올렸지만, 이후 주가는 60% 이상 급락해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상장법인을 사유화해 사주 일가를 부당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
G사의 사주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자녀들에게 미리 증여한 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의 합병을 통해 회사를 우회상장했다. G사의 주식 가치는 단기적으로 9배까지 상승했고 자녀들은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고도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또 사주 배우자가 G사에서 가공급여를 받고 법인 소유 고급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H사는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법인 I사에 자금을 저리로 대여하는 등 부당 지원했다. 사주는 임직원이 보유한 I사 주식을 장외거래 플랫폼에서 3분의 1 가격에 지인에게 매도하도록 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사주의 자녀는 낮은 가격에 I사 주식을 취득해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한 뒤 최근에도 여러차례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주가조작 세력들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처벌과 경제적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불공정 행위에 따른 이익에 대해 세금을 안 냈을 경우 세무조사를 해서 세금을 추징하게 되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인 만큼 검찰이나 경찰 수사에서 형사 제재로 (부당 이익이) 무효가 되거나 몰수가 될 수 있다. 부당 과소 신고에 대해서는 40%의 가산세를 물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향후에도 주가 급변 동향, 비정상적 거래 패턴 등을 포함한 주식시장 전반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후속 조사를 이어가는 등 주식시장 불공정거래를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계획이다.
특히 명백한 불공정 거래의 경우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 변칙적인 지배력 이전 등이 있었는지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SNS를 통해 "국내 자본 시장이 질적 변화를 통해 생산적 금융의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업 이익을 빼돌리는 '터널링' 등의 지배구조 문제,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 관련 탈세에는 일관되게 엄정 대응해 공정한 시장 질서와 조세정의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달 9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생필품 등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6.02.09.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09/NISI20260209_0021158465_web.jpg?rnd=20260209120000)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달 9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생필품 등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6.02.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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