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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조차 정체성 되다…'아리랑' 방탄소년단이 증명(종합) [BTS 컴백]

등록 2026.03.21 23:03:18수정 2026.03.21 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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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화문 광장서 3년5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

뿌리로의 회귀, 그 끝에서 발견한 'BTS 2.0'

'가장 한국적인 세계 시민' 출사표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2026.03.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2026.03.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시간의 퇴적물이 쌓인 고궁의 담벼락 위로 현대의 빛이 흐른다. 600년 역사를 품은 광화문 월대(越臺)는 이제 과거를 증명하는 유적을 넘어, 동시대를 호흡하는 가장 뜨거운 무대로 변모했다.

글로벌 슈퍼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컴백 공연 'BTS 라이브 아리랑(ARIRANG)'을 펼쳤다.

2022년 10월 부산 공연 이후 3년5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이자, 전날 발매된 정규 5집 '아리랑'의 서막을 알리는 역사적 선언이다.

뿌리로의 회귀, 그 끝에서 발견한 'BTS 2.0'

이번 공연의 핵심은 '회귀를 통한 확장'이다. 방탄소년단은 팀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장소로 서울의 심장부를 택했다. 신보의 테마인 '정체성'과 '뿌리'를 시각화하기 위함이다.

이날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노래는 '가장 정확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자의 당당함'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아리랑은 박제된 민요가 아니라, 쉼 없이 헤엄쳐온 시간의 궤적이자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6.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6.03.21. [email protected]

공연은 북악산을 넘어 경복궁을 훑는 장엄한 드론샷으로 시작됐다. 월대에 도열한 50명의 무용수가 길을 터주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일곱 멤버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곡들을 쏟아냈다.

건곤감리(乾坤坎離)와 미디어 파사드의 미학

무대 디자인은 전통적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액자 프레임 형태의 큐브 무대 너머로 보이는 실물 광화문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세트였다.

특히 '아리랑' 첫 트랙이자 이날 공연의 문을 연 신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무대에서 펼쳐진 미디어 파사드는 압권이었다. 민요 '아리랑'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광화문 외벽에는 수묵화 같은 유려한 선들이 그어졌고, 국립국악원 연주자들과의 협연은 음악적 질감을 더욱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테마로 한 연출도 돋보였다. 감을 품은 '스윔'은 광화문을 따라 흐르는 물길을 시각화해 삶의 파도를 넘는 의지을 표현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21. [email protected]

'노멀(NORMAL)'(건/하늘),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곤/땅), 'FYA'(리/불) 등 각각의 요소를 큐브 내부의 세 겹 LED와 연동했다.

의상 역시 '한국적 아우라'를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전통이 아닌, 방탄소년단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기능적 미학의 결과물이다. 왼쪽 발목을 당해 RM이 의자에 앉는 등 동선을 최소화한 가운데도, 멤버들은 노련하게 능숙한 무대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생중계,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아미밤'

이번 공연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아티스트의 단독 라이브를 실시간 송출하는 것은 넷플릭스로서도 최초의 시도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연출한 해미시 해밀턴 감독과 에미상 수상 경력의 가이 캐링턴 프로듀서가 합류해 공연의 완성도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21. [email protected]

타이틀곡 '스윔(SWIM)' 무대에서 RM이 쓴 가사처럼, 그들은 거센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절제된 퍼포먼스와 여백의 미를 살린 안무는 한층 성숙해진 멤버들의 현재를 투영했다.

이날 RM은 앨범 준비 과정에서의 치열한 고민을 전했다. RM은 "가장 우리다운 음악이 무엇일까에 대해 LA에서 두 달간 작업하며 깊이 파고들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다시 함께 뭉칠 수 있을까를 솔직하게 나누고 싶어 멤버들과 대화도 정말 많이 했다. 이번 앨범에 담긴 새로운 도전을 느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환점에서 사실 어떤 선택을 해야 되는지 어떤 아티스트, 음악 작업자로 남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하고 스스로한테 많이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런데 답은 사실 밖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안에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고 고민이나 불안을 스스럼 없이 솔직하게 담아내는 거 그게 이번 앨범에서 담아내고자 했던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슈가는 이번 활동에 임하는 진정성을 보탰다. 그는 "7명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투영하고 싶었다"면서 "이전보다 성숙하고 성장한 방탄소년단의 내면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드디어 이 결과물을 선보이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공연을 하고 있다. 2026.03.2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공연을 하고 있다. 2026.03.21. [email protected]

대미를 장식한 것은 '소우주'였다. 공식 응원봉 '아미밤'의 불빛이 광화문 외벽의 미디어 아트와 연동되며 현장은 거대한 우주로 변했다.

방탄소년단은 오늘 광화문에서 노래했다. 그것은 단순한 컴백이 아니라, 자신들의 근원을 긍정함으로써 세계라는 바다로 다시금 힘차게 헤엄쳐 나가는 '가장 한국적인 세계 시민'의 출사표였다.

방탄소년단은 그럼에도 불안하다. 하지만 이들에겐 성장이란 '불안의 소멸'이 아니라 '불안과의 동행'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지에 대한 치열한 문답 끝에 그들이 도달한 결론은, 흔들리는 자신마저 온전히 껴안는 것이었다. 슈가는 공연 도중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 동안 우리들이 지켜야 될 것은 무엇인가 또 변화해야 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말 정말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확신할 수 없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 또한 저희의 감정 그리고 저희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하이브 추산 10만4000명(티켓 예매자 수·통신 3사·알뜰폰 이용자·외국인 관람객 합산)이 운집했다. 1시간 공연 내내 아미밤을 들었던, 아미들은 끝날 때 쓰레기를 줍거나 손에 들고 질서 있게 퇴장했다. 덕분에 모두들 안전하게 귀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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