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원필, 붕괴를 고백할 용기…빛을 끄고 마주한 '언필터드'
오늘 첫 솔로 미니 앨범 '언필터드' 발매 기념 인터뷰
첫 정규 이후 4년 만의 솔로음반
타이틀곡 '사랑병동'…"감정 쓰레기통이 됐으면"
![[서울=뉴시스] 데이식스 원필.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29/NISI20260329_0002096336_web.jpg?rnd=20260329100626)
[서울=뉴시스] 데이식스 원필.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원필은 30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번째 미니 앨범 '언필터드(Unpiltered)'에서 정제된 다정함을 거두고 기꺼이 자신의 붕괴를 고백한다. 그것은 타인의 슬픔에 가닿기 위해 기어코 자신의 헐은 상처를 벌려 보이는, 아프지만 가장 정확한 위로의 방식이다.
원필은 늘 음악의 결과물에 온전히 안주하는 법이 없다. 작년 데뷔 10주년을 맞은 데이식스가 굳건한 궤도에 올랐음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또 다른 파동을 찾았다. 두 번째 솔로 앨범은 오롯이 '인간 김원필'의 내면을 향하는 나침반이 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이전과는 다른, 생소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끝없는 갈증을 내비쳤다.
전역 후 팀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달라지면서 짊어지게 된 무거운 책임감,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아지면서 밤마다 찾아오던 두려움은 역설적으로 그를 더 투명한 고백의 장으로 이끌었다. 대중 앞에서는 늘 둥글고 다정한 사람이고 싶었지만, 음악 안에서만큼은 억눌린 자아의 파편들을 숨김없이 전시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데이식스 원필.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29/NISI20260329_0002096335_web.jpg?rnd=20260329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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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멤버들 역시 이러한 원필의 낯선 붕괴를 기꺼이 지지했다. 영케이(Young K)와 성진, 도운은 타이틀곡이 정해지기 전부터 가안을 듣고 "원래 네가 안 할 것 같은 걸 했는데 너무 좋다", "이건 무조건 타이틀이다"라며 확신을 심어줬다. 오랜 시간 다정하고 밝은 에너지를 담당해 온 멤버가 내밀한 상처를 꺼내놓았을 때, 이를 가장 먼저 껴안아 준 것은 결국 오랜 궤도를 함께 걸어온 동료들이었다.
그 치열한 갈증의 끝에서 탄생한 타이틀곡 '사랑병동'은 역설적이게도 병동에 갇힌 자의 절박한 구조 신호다. 가사에는 '텅 빈 숨만 쉬고 있잖아', '날 구해 줘', '이젠 못 버틸 것 같아' 같은 처절한 외침이 낭자하다. 표면적으로는 잃어버린 사랑을 향한 미련과 상실감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라는 거대한 병동 안에서 온전한 진심을 앓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억눌린 신음이 자리한다.
원필은 "진심을 다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세상에서, 단지 사랑에 빗대어 그 답답함을 해소할 창구를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온전한 절망의 감정을 투명하게 꺼내놓기 위해 그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은유를 빌려왔다. 슬픔을 밖으로 발화함으로써 비로소 그 슬픔의 무게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인간의 본질적 모순을 짚어낸 셈이다. 이 지독한 역설을 시각화하기 위해 원필은 뮤직비디오에서 피 칠갑을 하는 특수 분장까지 감행하며 죽어가는 화자의 내면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울=뉴시스] 데이식스 원필.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29/NISI20260329_0002096334_web.jpg?rnd=20260329100534)
[서울=뉴시스] 데이식스 원필.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우민 작곡가가 거친 질감을 함께 구현했다면, 앨범 전반의 서사를 다듬어준 또 다른 축은 최근 데이식스와 작업해온 홍지상 작곡가다. 원필은 이번 앨범에서 '어른이 되어 버렸다'를 함께 작업한 홍 작곡가에 대해 "단순한 음악적 조언을 넘어, 인생에 있어서 멜로디를 만들 때 생각지도 못한 관점을 제시해 준 감사한 분"이라고 깊은 애정을 표했다. 이들의 든든한 조력 아래, 원필은 미국 팝 록 밴드 '원리퍼블릭(OneRepublic)' 등 평소 즐겨 듣던 리듬감 있는 팝의 요소를 녹여내며 끝없이 침잠할 수 있는 우울감에 세련된 생동감을 부여했다.
앨범의 수록곡들 역시 촘촘한 서사로 엮여 있다. 특히 세 번째 트랙 '어른이 되어 버렸다'는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세상과 타협하며 기어이 어른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이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답이 아님을 알면서도 모두를 위해 타협해야만 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는 그의 고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어른아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마지막 트랙 '피아노'에서는 '누군가를 잃었을 때, 잊히기보다는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상실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애도하려는 이 곡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 아카이브'의 마침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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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20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원필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30대의 초입에서 그가 남긴 '언필터드'는 완벽하게 세공된 보석이 아니라, 상처 입은 원석 그대로의 묵직한 기록이다. 때로는 상처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유가 됨을 원필은 필터 없는 날 것의 음악으로 증명해 냈다. 원필이 오는 5월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언필터드'에서 얼마나 짙은 위로의 잔향을 남길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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