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거대한 유기체가 된 빅밴드…마살리스, 거장이 건넨 가장 정교한 안녕

등록 2026.03.27 06:14:29수정 2026.03.27 06:55:5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4년 만에 성사된 윈튼 마살리스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리뷰

[서울=뉴시스] 윈튼 마살리스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사진 = Studio AL·LG아트센터 제공) 2026.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윈튼 마살리스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사진 = Studio AL·LG아트센터  제공) 2026.03.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재즈는 본래 찰나의 예술이지만, 미국 재즈계를 상징하는 거장 트럼페터 윈턴 마살리스(65·Wynton Marsalis·윈튼 마살리스)가 이끄는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JLCO)'의 손을 거치면 그 찰나는 영원이 된다.

지난 25일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펼쳐진 이들의 무대는 재즈가 어떻게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활력으로 전유(專有)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 '윤리적 정확함'을 요하는지를 증명한 시간이었다.

이번 공연은 24년 만에 성사된 JLCO 빅밴드 편성이라는 점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마살리스 포함 트럼펫 4 그리고 트롬본 3, 색소폰 5명에 피아노 리듬 섹션(베이스·드럼)이 더해진 15인조의 구성은 단순한 악단의 집합이 아니었다. 각자 출중한 기량을 지닌 솔로이스트들이 마치 하나의 폐로 호흡하는 거대한 유기체 자체였다.

1부는 빅밴드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이 객석을 압도했다. '멘디소로차 스윙(Mendizorrotza Swing)'으로 포문을 열어 구조적 완결성을 보여준 '무브먼트(Movement) IV'까지 불꽃 튀는 관악기 섹션의 화성은 지극히 현대적이고 지적이었으나 그 밑바닥을 흐르는 베이스와 드럼은 원초적 본능을 자극했다.

2부는 '그루브의 향연'이었다. 듀크 엘링턴의 적통임을 증명한 '댄스 넘버 파이브(Dance No. 5)'부터 아프리카의 영성을 담은 '우넴베자(Unembeza)'까지, 전통의 계승과 인류학적 시선이 교차했다. 특히 앙코르 전 마지막 곡 '타임리스니스(Timelessness)'는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과도 같았다.

3년 전 국내에서 보기 드문 7중주(Septet) 편성으로 내한했을 당시, 마살리스는 특유의 유머 감각과 여유로 관객과 호흡했다. 하지만 이번 빅밴드 무대의 그는 사뭇 달랐다. 여전한 여유 속에 숨겨진 것은 훨씬 더 치밀하고 정교한 음악적 아키텍처였다.
[서울=뉴시스] 윈튼 마살리스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사진 = Studio AL·LG아트센터 제공) 2026.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윈튼 마살리스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사진 = Studio AL·LG아트센터  제공) 2026.03.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즈라는 성역의 문지기를 자처하며 권위를 세웠던 과거의 그는 이제 없다. 대신 무대 가장 깊숙한 곳으로 물러나 동료들의 선율에 기꺼이 귀를 내어주고, 그들의 즉흥 연주를 온화한 미소로 품어내는 너른 품의 환대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2026-2027 시즌을 끝으로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거장의 뒷모습은,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JLCO)이 이제 자신 없이도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고집스러운 장인의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졌다. 뿌리 깊은 좋은 예술은 결코 늙지 않는다는, 명제도 새삼 확인해준 채. 앙코르 곡은 '버디 볼든스 블루스(Buddy Bolden's Blues)'였다.

JLCO는 2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한 차례 더 공연했다. 27일엔 평택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