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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꽃으로 깨어나는 4월…봄꽃 명소 5선

등록 2026.04.02 06:00:00수정 2026.04.02 0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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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윤중로 벚꽃.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여의도 윤중로 벚꽃.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이주창 인턴 기자 = 영국 시인 T.S. 엘리엇(1888~1965)은 1922년 발표한 시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다. 죽어 있던 것들을 깨워내고,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불러낸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라면, 지금의 서울에 잘 어울린다. 겨우내 잿빛이었던 도심에는 화색(花色)이 돌고, 무뎌졌던 일상은 꽃내음을 타고 되살아난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은 이 같은 봄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서울의 봄꽃 명소 5곳을 추천한다. 서로 다른 색과 이야기가 겹겹이 쌓이며, 서울은 지금 가장 화사한 계절을 지나고 있다.
양재꽃시장.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양재꽃시장.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꽃향기 가득한 양재

4월 양재천과 주변은 시민들이 일상의 쉼표를 느끼기 충분한 곳이다.

양재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머리 위 벚꽃이 봄바람에 흩날리고, 발 아래 화단에서는 색색의 튤립이 수를 놓는다.

꽃은 영동1교와 영동2교 사이 약 2.5㎞ 구간에서 가장 화려하게 핀다. 매년 봄 ‘양재천 벚꽃 등(燈) 축제’의 주요 무대가 되는 이유다.

올해 축제는 19일까지 이어진다. 3일부터 5일까지가 메인 기간으로 주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집중된다.

좀 더 걷다 보면 서울 서초구 매헌로 매헌시민의숲(옛 양재시민의숲)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튤립들이 함박 미소를 짓는다.

이 숲에 왜 튤립이 만발하게 됐을까.

2000년대 초반 양재천과 매헌시민의숲을 복합문화 녹지공간으로 재정비하던 시기 ‘도시 속 작은 유럽 장원’이라는 콘셉트가 도입됐다. 이때 튤립이 ‘봄의 전령’이자 ‘희망, 새 출발’의 상징으로 선택됐다. 이후 구간별로 빨간색, 노란색 등 서로 다른 색의 튤립을 정갈하게 심었다. 잔디와 나무 위주였던 숲에 튤립이 더해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전 9시 전후 방문하면 햇빛이 부드럽고 그림자가 길어 입체감이 살아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특히 꽃잎 가장자리에 부드러운 빛이 들어가 색이 더 풍부하게 담긴다.

‘마법의 시간’이라 불리는 오후 4~6시에는 노을이 따뜻한 황금빛을 드리워 튤립 색상이 강조된 ‘인생샷’을 얻을 수 있다.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2번 출구에서 가기 편하다.
양재꽃시장.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양재꽃시장.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인근인 서초구 강남대로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 화훼 단지인 양재꽃시장은 꽃의 생동감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계절 내내 꽃 향기가 끊이지 않는다.

생화, 분화, 분재, 정원수 등을 판매하는 점포 수백 개가 밀집해 마치 거대한 식물원 내부를 탐험하는 듯하다.

꽃과 원예 자재를 집약적으로 유통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 남부 교통 요지에 터를 잡았다.

도소매가 함께 이뤄지고, 다채로운 품종의 꽃과 식물을 부담 없는 가격에 만날 수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휴장일인 매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11시30분부터 이튿날 정오까지 운영(생화 시장 기준)한다.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4번 출구에서 가깝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과 서울달.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여의도 윤중로 벚꽃과 서울달.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꽃비 내리는 여의도

매년 4월이 되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는 꽃 잔치가 펼쳐진다.

윤중로를 가득 채운 벚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려 하늘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인다. 가지와 가지가 맞닿아 만들어내는 ‘벚꽃 터널’은 서울을 대표하는 봄의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윤중로의 벚꽃은 시시각각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낮에는 쏟아지는 햇살 아래 빛난다. 해 질 무렵에는 노을과 어우러져 한층 깊은 색감을 자아낸다. 해가 져 조명이 켜지는 저녁부터 밤까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결론은 하나다.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여의도 윤중로가 서울 벚꽃 명소이지만,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울에서 가장 이름난 곳은 지금의 종로구 창경궁로 창경궁이었다.

대한제국 말기인 1909년, 일본은 조선 제27대 순종(1874~1926)에게 위안을 준다는 명목으로 창경궁 전각을 훼손하고 그 자리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조성했다. 이때 벚나무 수백 그루를 심었다. 해방 이후에는 ‘창경원’이라 불리며 서울 시민의 봄 소풍 장소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1980년대에 창경궁을 복원하면서 동물원은 서울 성동구 능동로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전했고, 벚나무는 여의도로 옮겨져 매년 봄 윤중로를 꽃으로 수놓게 됐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에서 가기 편하다.
불암산 철쭉. (사진=서울 노원구) *재판매 및 DB 금지

불암산 철쭉. (사진=서울 노원구) *재판매 및 DB 금지


◇진분홍 물결 이는 불암산

불암산은 해발 508m의 바위 산이다. 산등성이 위로 기암괴석이 그대로 드러나 웅장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름마저 “산꼭대기에 들어앉은 큰 바위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런 산이 매년 4월이면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철쭉동산’에 식재된 10만 그루 철쭉이 일제히 꽃을 피워 산을 ‘진분홍빛 천상의 화원’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불암산 철쭉동산은 산자락에 조성돼 가벼운 산책만으로 화사한 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촘촘히 식재된 철쭉이 만개하면 산자락은 바람이 불 때마다 분홍빛 파도처럼 출렁인다.

단단한 바위와 수줍게 고개를 내민 꽃잎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불암산만의 독보적인 봄 풍경을 빚어낸다.

철쭉동산이 자리한 서울 노원구 한글비석로12길 불암산 힐링타운은 공터로 방치됐던 중계동 일대를 노원구가 종합 힐링 복합단지로 조성하면서 함께 만들어졌다.

2018년부터 약 3년간 철쭉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봄이면 철쭉 파도가 산자락을 가득 뒤덮으며 많은 이가 찾는 명소가 됐다.

올해 ‘철쭉제’는 16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 5번 출구로 나와 1224번 버스로 갈아탄 뒤 중계주공4단지에서 내리면 된다.
경복궁 모란. (사진=여행작가 황정희) *재판매 및 DB 금지

경복궁 모란. (사진=여행작가 황정희) *재판매 및 DB 금지


◇꽃의 왕이 피어나는 경복궁

서울 종로구 사직로 경복궁은 봄이 되면 조선 왕실이 사랑했던 고귀한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 아름다운 ‘꽃대궐’이 된다.

그중 모란은 봄이 절정에 달했음을 알리는 화려한 신호탄이다.

모란은 예부터 ‘모든 꽃의 왕’이자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궁궐에서는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모란을 심어 가꿨다.

모란의 상징성은 궁궐 화단에만 머물지 않았다. 궁궐과 사찰 건물에는 꽃살문을 만들었다. 고려청자와 분청사기에는 정교한 꽃무늬를 새겼다. 백성들의 혼례용 병풍과 꽃방석도 장식했다.

모란은 왕실부터 민간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받으며 전통문화 전반에 깊이 뿌리 내렸다.

경복궁에서 모란은 집옥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옥처럼 귀한 보물을 모은다’는 뜻의 집옥재는 고종이 사용한 서재다.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장소로도 쓰였다. 본래 창덕궁 함녕전의 별당이었던 건물을 옮겨와 다시 지었다.

앞마당에 모란이 탐스럽게 피어나면 고풍스러운 집옥재의 건축미와 어우러져 더욱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경복궁 수양벚꽃.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경복궁 수양벚꽃.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경복궁의 봄꽃 중 모란보다 잘 알려진 것은 경회루를 감싼 수양벚꽃이다.

왕이 연회를 베풀던 경회루 연못 주변에 심어진 수양벚꽃은 가지가 물가를 향해 길게 늘어지며 연못 위로 꽃 커튼을 드리운다.

웅장한 누각을 배경으로 연분홍 꽃송이가 가득 매달린 가지가 물가에 드리워진 모습은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 장면으로 꼽힌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벚꽃의 부드러운 곡선미와 경회루의 단단한 위용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경복궁은 매주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이동하면 된다.
청계천 산수유.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청계천 산수유.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영원한 사랑이 깃든 청계천 영도교

청계천은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며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를 품어온 공간이다.

4월의 청계천에서는 겨우내 움츠렸던 물소리가 봄을 깨우고, 수변을 따라 꽃들이 활짝 핀다.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가 봄을 알린다. 앙상한 가지마다 손톱만 한 꽃송이가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습이 마치 불꽃이 터지는 것 같다. 작은 꽃이 가지 전체로 퍼지며 황금빛 등불처럼 봄을 밝힌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청계광장에서 약 4㎞, 1시간이면 다다르는 영도교 앞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특별한 봄나들이가 된다.

최근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로 조선 제6대 단종(1441~1457)의 비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다리가 그 아픔이 서린 장소다.

1457년 강원 영월로 유배를 떠나야 했던 17세 소년 왕은 한 살 많은 부인 정순왕후와 이곳에서 눈물로 이별했다. 두 사람은 끝내 다시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의 비극을 아는 조선 백성들은 ‘왕심평대교’(旺尋坪大橋)였던 이 다리를 ‘영이별다리’ 또는 ‘영영건넌다리’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영도교는 조선 제9대 성종(1457~1494) 시기 교통량이 늘어나 돌다리로 중수됐으나, 제26대 고종(1852~1919) 때 경복궁 재건에 석재로 쓰이면서 사라졌다.

지금의 다리는 청계천 복원 사업 때 새로 조성된 것이지만, 약 570년 전 한(恨)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도교로 곧장 찾아가고 싶다면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청계천 영도교.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청계천 영도교.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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