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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있나…무대 위 오른 AI 시대의 불안

등록 2026.04.07 15:29:20수정 2026.04.07 16: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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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형식이지만 AI시대 인간 '자유 의지' 환기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 다룬 연극 '빅 마더'

AI 음성 지시 따라 도시 탐험하는 '리모트 서울'

 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빅 마더' 프레스콜이 열렸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빅 마더' 프레스콜이 열렸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알고리즘이 추천하고, 인공지능(AI)이 답을 내놓는 시대.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그 선택의 상당 부분은 이미 보이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같은 동시대의 질문이 공연예술 무대 위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빅 마더'와 리미니 프로토콜의 체험형 퍼포먼스 '리모트 서울'은 서로 다른 형식으로 AI시대 인간의 판단과 자유 의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하나는 무대 위에서 알고리즘이 만든 조작의 세계를 스릴러로 펼쳐 보이고, 다른 하나는 관객이 AI의 목소리를 따라 현실 도시를 직접 걷게 한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내가 내린 선택이라고 믿는 순간조차 이미 설계된 것일 수 있다'는 불안을 건드린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서울시극단 '빅 마더'

서울시극단이 지난달 30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연극 '빅 마더'는 정치, 미디어, 빅데이터, AI 알고리즘이 결탁한 현대 사회의 구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뉴욕 탐사 기자들은 현직 대통령의 성추문 영상 진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여론 조작과 딥페이크 영상, 그리고 그 배후에 놓인 '보이지 않는 조작 시스템'을 마주한다. 작품은 '조작된 사실'이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관객에게 되묻는다.

이준우 서울시극단 단장 겸 연출은 "알고리즘이 우리의 욕망까지 예측해 끌고 가는 점이 무섭다고 느꼈다"며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리모트 서울' (사진=GS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모트 서울' (사진=GS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I의 지시를 따라 걷는 당신, 무슨 생각 들었나… '리모트 서울'

독일 창작집단 리미니 프로토콜의 대표 프로젝트 '리모트 X'의 서울판인 '리모트 서울'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에 접근한다.

30여 명의 참여자는 헤드폰 속 AI 음성 안내를 따라 도시를 함께 걷는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출발해 약 2시간 동안 도보와 지하철로 강남 일대를 이동하며, 각자는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이는 듯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집단 속 일부가 된다.

AI 음성은 이동을 안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차를 조심하라'는 다정한 당부에서부터 삶과 죽음, 민주주의, 집단 지성에 대한 질문까지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참여자는 그 목소리를 따라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선택과 통제,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체감하게 된다.

'리모트 서울'의 현지 연출을 맡은 외르크 카렌바워는 "영원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AI가 우리의 꿈과 생각을 어떻게 좌우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챗GPT 같은 AI에 죽음과 삶에 대해 묻는 시대"라며 "과연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정말 AI와 나누고자 하는지, 아니면 인간을 흉내내는 AI와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대와 도시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공연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된다. AI가 점점 더 많은 판단의 순간에 개입하는 시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믿는 그 순간은 과연 어디까지 우리의 의지인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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