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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두 대의 휴대폰…SNS서 '살고 싶다' 신호 찾는 감시단장 [함께家]

등록 2026.04.13 08:00:00수정 2026.04.13 08: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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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기획-연결이 생명이다⑩]

유규진 SNS자살예방감시단장

23년째 자발적 온라인 구조 신호 찾아 신고

"청소년들 도움 요청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해"

"징후 없는 자살은 없어…양육엔 '정서'도 포함"

"인식 교육·신고 방법·통합 지원 체계 갖춰져야"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규진 SNS자살예방감시단 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규진 SNS자살예방감시단 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퇴근 후 두 대의 휴대전화를 앞에 둔다. 네이버 블로그, 디시인사이드,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수많은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훑는다.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을 청소년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하루쯤 쉬어갈 법도 하지만 SNS자살예방감시단 단장 유규진씨는 "하루라도 놓치면 안될, 마음 아픈 사연이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유씨는 2003년부터 자발적으로 자살예방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자살 징후를 찾으면, 자살생각·자살갈등·자살충동 등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자살이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도움을 청할 방법을 알려주고, 어떻게 도움받을 수 있다가 각인되면 충분히 자살예방이 가능합니다."

그가 온라인을 주시하는 이유는 그곳이 '아이들만의 공간'이라서다.

"청소년들은 친인척이나 실제 친구, 가족이 아닌 익명의 공간이라는 전제에서 더 솔직하게 글을 남기거든요."

그가 위험군으로 판단해 신고한 가장 어린 사례는 10살,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청소년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 유씨는 "부모와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 많다"며 "양육 책임에는 정서적 돌봄도 포함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규진 SNS자살예방감시단 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규진 SNS자살예방감시단 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3. [email protected]


유씨는 청소년에게 여러 위험 요인이 있지만,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대인관계를 꼽았다.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자살 징후는 직접적인 언급이다. 유씨는 다행히 청소년은 대개 주변에 징후를 알린다고 했다. 나이가 어린 위험군일수록 충동적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하나의 글이나 영상만 보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흔적', 즉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높은 곳의 사진을 올리거나, "못 버티겠다"는 댓글, 유서처럼 남겨둔 글 등이 대표적이다. 간접적 표현이라도 포착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사춘기나 학업 스트레스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고 느낀 청소년은 말하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는 "청소년은 힘들다는 말을 못하고 숨기다 한계점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아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씨는 보호자가 징후를 많이 놓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나아가 징후를 포착하더라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잘못된 대응은 치료받을 기회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는 징후 없는 자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규진 SNS자살예방감시단 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규진 SNS자살예방감시단 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3. [email protected]


자살이 단순한 구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유씨는 자기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조 이후에 다시 위험한 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거듭 충동을 보인 사람들도 구조를 경험하면 스스로 신고하기도 합니다."

유씨는 자살예방에 중요한 것은 스스로 징후를 인식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자살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가 이어지는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자살의 진행 단계와 위험 신호를 교육하고, 징후를 인지한 부모가 즉각 자살예방기관에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적으로도 청소년 자살 징후에 경찰과 소방이 공동 대응하고 여러 기관이 연계되는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결고리가 다 끊긴 경우에는 지금이라도 신고해서 도움을 청했으면 합니다. 말하기 힘들면 자살예방감시단장이 이렇게 하라고 했다고 저를 팔아서라도요.

'함께家' 프로젝트는

뉴시스는 자살·고립·저출산 문제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바라보는 생명존중 공익 캠페인 '함께家'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절 속에 놓인 이들에게 공동체가 함께 가자는 뜻을 담아, 예방과 돌봄의 안전망을 넓히고자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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