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준비해야 갈 수 있다…수국 명소 ②거제 남부면 ‘저구 수국동산’
주민 손으로 30년간 가꾼 수국…해안길 4㎞ 군락 형성
인위적 조절 없이 대지 고유 산도 따라 파스텔 톤 발현

지난해 6월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 수국동산’에 만개한 수국. (사진=경남 거제시) *재판매 및 DB 금지
5월 초순을 기점으로 경남 합천군 황매산과 전북 남원시 바래봉의 분홍 물결이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초여름의 전령’ 수국(水菊)으로 향한다.
‘수국 얘기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경험’의 차이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수도권 수국 명소의 입장 티켓 확보나 남녘 수국 명소 섬 여행을 위한 교통편 예약을 생각한다면, 5월 초가 수국의 계절을 선점할 ‘가장 늦은 때’다.
수국은 초기 화색(花色)의 변화무쌍함 탓에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유행한 ‘꽃사전’(Language of Flowers)에서 ‘변덕’(Fickleness)이라는 부끄러운 꽃말을 얻었다.
그러나 영국의 거친 기후를 견디며 끝내 자신만의 색을 정착시키는 모습에서 ‘진심’(Heartfelt Emotion)이라는 정반대 의미의 꽃말까지 간직하게 됐다.
수국은 현재 ‘신부의 꽃’으로 사랑받는다.
‘변덕을 끝내고 도달한 진심’이라는 서사는 결혼이라는 약속의 정점에서 영원한 사랑을 증명하는 시각적 언어로 사용된다. 작은 꽃 수천 개가 모여 하나의 완벽한 구(球)를 이루는 형태는 화합과 결속으로 해석된다.
특히 흰 수국은 그 순수함까지 더해져 신부의 부케와 식장 데커레이션의 필수 요소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땅에 뿌리를 내리느냐에 따라 화색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산성 토양(pH 5.0 내외)에서는 토양 내 알루미늄 이온 흡수가 원활해져 꽃 속의 안토시아닌 성분인 델피니딘과 결합해 푸른색을 띤다. 이와 달리 알칼리성 토양(pH 7.0 이상)에서는 흡수가 억제돼 본연의 붉은 빛이 선명해진다.
유전적으로 안토시아닌 색소가 결핍된 ‘미국 수국’(Arborescens)의 일종인 ‘아나벨’(Annabelle) 등은 토양 산도라는 외부 조건에 반응하지 않고 고유의 하얀 빛깔을 고수한다.
수국은 비를 맞아도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아름다워진다. 물을 흡수할수록 꽃받침의 세포압이 높아져 팽팽해지는 수분 의존형 구조를 가진 덕이다.
전국 ‘4대 명소’로 수국을 보러 가기로 했다면 장마가 시작하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난해 6월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 수국동산’에서 만개한 수국. (사진=거제시) *재판매 및 DB 금지
◇‘파스텔톤’의 감동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해안길의 ‘저구 수국동산’은 세월과 지역 사랑이 어우러져 일궈낸 ‘감동의 기록’이다.
1990년대 후반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었던 주민들이 도로변과 산비탈에 수국을 한 그루씩 심기 시작했다.
관(官) 주도의 대규모 조성이 아니라 이웃들이 함께 30년 가까이 정성껏 보살핀 수국은 이제 남해안을 대표하는 군락지를 이루게 됐다.
이는 평범했던 포구 마을에 연간 수십억 원의 관광 수입을 안겨주는 고부가가치 자산이기도 하다.
신안 도초도가 강렬한 진청색으로 시선을 압도한다면, 거제 남부면 수국 군락지는 하늘색과 연보라색의 부드러운 물결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인위적인 산도 조절의 결과가 아니라 대지가 지닌 본연의 산도에 따라 피어난 파스텔 톤 수국은 주민들의 30년 정성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저구항 해안 덱(Deck) 길을 따라 약 4㎞ 구간에 펼쳐진 군락은 매년 6월 말에서 7월 초 절정을 이룬다.
바다를 마주한 채 거친 산비탈을 따라 은은하게 번져가는 연푸른 물결은 마치 수채화와 같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어서일까. 천혜의 경관을 배경으로 2018년부터 매년 수국동산과 저구항 여객선 터미널 일대에서 열리는 ‘남부면 수국축제’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9회째인 올해 축제는 6월 하순께 개최될 예정이다. 정확한 개막일은 수국의 개화 상태에 맞춰 6월 초순에 최종 확정된다.
저구해안길은 배를 타지 않고 차로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거제도가 이미 육지화된 덕이다.
경남 통영시에서 신거제대교를 건너거나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넘어 거제시에 진입한 뒤 거제대로를 따라 남부면 끝단까지 가면 된다.
축제 기간에는 저구항 터미널 주차장 외에 인근 저구초등학교 운동장과 명사해수욕장 주차장 등이 임시로 개방되므로 이를 기점으로 삼는 것이 효율적이다.
거제에 왔다면 수국만 보고 돌아갈 것이 아니라 저구항 터미널에서 배편을 이용해 매물도·소매물도 등 인근 섬 관광을 병행하거나, 육로를 따라 해금강을 비롯해 바람의 언덕, 신선대, 우제봉 전망대 등을 차례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주민들의 손으로 일군 수국 물결은 이제 단순한 풍경을 넘어 거제 체류형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 수국동산’. (사진=거제시)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