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다큐 감독이 찾은 수류탄 미신고…법원서 벌금형
제주 4·3 다룬 다큐 '레드헌트' 제작한 조성봉 감독
차기작 준비 위해 자료 조사 중 산에서 수류탄 발견
총포화약법 위반으로 기소…1심서 벌금 300만원
감독 "전쟁 전후 민간인·빨치산의 삶 발견한 것 뿐"
![[광양=뉴시스] 영화감독 조성봉씨가 지난 2022년 9월께 전남 광양시 백운산 일대에서 발견한 소련제 세열수류탄. (사진=조성봉 감독 페이스북 갈무리)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02147125_web.jpg?rnd=20260528124359)
[광양=뉴시스] 영화감독 조성봉씨가 지난 2022년 9월께 전남 광양시 백운산 일대에서 발견한 소련제 세열수류탄. (사진=조성봉 감독 페이스북 갈무리)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부디 저를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사람'이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려다 법의 문턱을 넘지 못한 한 시민으로 바라봐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상처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영화감독 조성봉씨가 차기작 준비 과정에서 습득한 수류탄을 신고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판사 강대현)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감독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조 감독은 지난 2022년 9월 전남 광양시 백운산 일대에서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묻혀있던 소련제 F-1 세열수류탄 1정을 발견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임의로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감독은 과거부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하고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에 관심을 뒀다. 국가 주도 양민학살 사건인 제주 4·3 사건을 다룬 '레드헌트' 1편은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서게까지 만들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지리산 일대에 남아있는 6·25 전쟁의 상흔을 뒤쫓는 다큐멘터리 '진달래 산천'을 준비 중이다. 자료 조사를 위해 찾은 백운산 일대 능선은 전쟁의 흔적이 남은 자리였고, 그는 거기서 소련제 세열수류탄 1정과 함께 탄피, 불발탄, 놋쇠 숟가락 등을 발견했다.
조 감독은 당시 수집한 물건을 집에 보관한 뒤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해 8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비록 수류탄은 녹이 슬어 작동이 안 되는 상태였지만, 보관하는 수류탄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경찰의 말에 조 감독은 수류탄을 경찰에 제출했다.
![[광양=뉴시스] 영화감독 조성봉씨가 전남 광양시 백운산 일대에서 수집한 6·25 전쟁에 쓰인 유류품. (사진=조성봉 감독 페이스북 갈무리)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02147126_web.jpg?rnd=20260528124449)
[광양=뉴시스] 영화감독 조성봉씨가 전남 광양시 백운산 일대에서 수집한 6·25 전쟁에 쓰인 유류품. (사진=조성봉 감독 페이스북 갈무리)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그럼에도 조 감독은 '총포류 등을 발견·습득했을 때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총포화약법을 위반했다며 법정에까지 서게됐다.
법정에서 홀로 싸워온 조 감독은 재판부에 "발견된 수류탄은 더 이상 '무기'라기 보단 전쟁의 잔해, 역사적 유물에 가까운 것"이라고 읍소했다.
그는 법원에 낸 변론서에서 "제가 준비 중인 다큐멘터리는 이념 선동·폭력 미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과 분단의 시대가 이 땅의 민중에게 남긴 상흔과 삶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희가 발견한 것은 수류탄 하나가 아닌, 1950년 전후의 민간인과 빨치산(파르티잔)의 삶을 보여주는 생활의 파편"이라고 적었다.
이어 "법률 상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무겁게 인식하고 있지만, 저는 이 사건이 개인의 처벌로 끝나기 보단 전쟁의 잔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되길 바란다"며 "제 남은 삶은 폭력이 남긴 침묵과 상처를 기록하는 일에 쓰일 것이다. 저를 부디 역사를 기록하다 법을 넘지 못한 시민으로 바라봐달라"고 간청했다.
증거 등을 검토한 재판부는 "총포화약법의 입법취지와 수류탄의 위험성, 소지기간을 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수년간 근현대사 전쟁 흔적을 수집했다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현재 1심 판결에 대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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