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도 AI로 갈아끼우나…'가상 배우' 틸리에 할리우드 일자리 공포
제작사 "배우 대체용 아냐, AI 제작 가능성 실험"
배우노조 "동의·보상 없이 학습된 캐릭터"…인간 연기 논쟁 확산
![[버뱅크=AP/뉴시스] 미국 작가조합(WGA) 작가들이 26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앞에서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배우들의 시위를 지지하며 행진하고 있다. 최근 파업을 끝내기로 잠정 합의한 할리우드 작가들과 제작사 측은 인공지능(AI) 도구 개발에 작가들의 기존 대본 사용을 합의했으나 SAG·AFTRA은 더 높은 임금, AI 사용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요구하며 여전히 파업 중이다. 2023.09.27.](https://img1.newsis.com/2023/09/27/NISI20230927_0000524033_web.jpg?rnd=20230927101750)
[버뱅크=AP/뉴시스] 미국 작가조합(WGA) 작가들이 26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앞에서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배우들의 시위를 지지하며 행진하고 있다. 최근 파업을 끝내기로 잠정 합의한 할리우드 작가들과 제작사 측은 인공지능(AI) 도구 개발에 작가들의 기존 대본 사용을 합의했으나 SAG·AFTRA은 더 높은 임금, AI 사용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요구하며 여전히 파업 중이다. 2023.09.27.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AI 배우 ‘틸리 노우드’를 만든 제작자 엘린 판 데르 벨덴과의 인터뷰, 틸리와의 대화, 배우노조의 반발 등을 통해 AI 배우를 둘러싼 할리우드 내부 논란을 조명했다. 틸리는 제작사 파티클6의 최고경영자(CEO)인 판 데르 벨덴이 만든 디지털 캐릭터다.
틸리의 외모는 20대 여성 배우처럼 설계됐고, 영국식 억양으로 말한다. 질문을 받으면 잠시 멈춘 뒤 농담과 반문, 칭찬을 섞어 사람처럼 대화를 이어간다. NYT 기자는 틸리가 노트북 화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응할수록 “그저 컴퓨터라는 사실을 계속 떠올려야 했다”고 썼다.
논란은 틸리가 지난해 7월 AI 생성 코미디 영상에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판 데르 벨덴은 파티클6의 AI 제작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틸리를 공개했지만, 배우들과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틸리의 존재 자체가 인간 배우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를 상징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틸리에 대해 “배우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든 캐릭터”라며 “수많은 전문 배우들의 작업을 동의나 보상 없이 학습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합성 이미지와 목소리를 조립하는 데 인간의 노력이 들어간다 해도, 그 과정이 배우들의 예술성과 산업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인간 배우의 노동이 AI 학습 재료가 되고, 그 결과물이 다시 배우의 일자리를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판 데르 벨덴은 틸리가 인간 배우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틸리가 현재로서는 감독, 작가, 배우들이 AI 제작 기술의 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한 실험용 도구라고 설명했다. 표준 영상물에서 AI 캐릭터를 연기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지만, 인간 배우의 자리를 빼앗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틸리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AI가 외모와 움직임, 목소리를 만들어 장면을 연기하는 생성형 모드, 실제 인간 배우의 움직임을 디지털 캐릭터에 입히는 ‘디지털 트윈’ 방식, 기자와 대화한 것처럼 실시간으로 질문에 답하는 상호작용 모드다.
![[서울=뉴시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배우의 등장에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사진=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캡처) 2025.10.01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01/NISI20251001_0001959000_web.jpg?rnd=20251001113545)
[서울=뉴시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배우의 등장에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사진=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캡처) 2025.10.01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배우들이 느끼는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AI 이미지와 영상은 짧은 명령어만으로 몇 초 만에 만들어질 수 있다. 제작비 압박이 심한 환경에서 제작사들이 노조도 에이전트도 없는 디지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배경 배우, 단역 배우, 대사가 적은 조연부터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가 크다. 배우의 연기가 촬영 뒤 동의 없이 수정되거나 재가공될 가능성도 문제로 꼽힌다. 인간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연기 패턴이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틸리의 등장은 업계의 관심도 끌었다. 일부 감독과 스튜디오는 AI를 활용하면 제작비를 줄이고, 기존 예산으로는 어려웠던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판 데르 벨덴 측에 접촉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틸리를 대리하려는 연예기획사 문의 등 관련 논의는 빠르게 조심스러워졌다.
SAG-AFTRA의 숀 애스틴 회장은 NYT에 보낸 이메일에서 “합성 구조물이나 알고리즘 출력물이 인간 배우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간 배우의 몸과 기억, 불안, 경험이 연기와 분리될 수 없다는 취지다.
NYT는 틸리와의 인터뷰가 사람과의 인터뷰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함이 커졌다고 전했다. 틸리는 재치 있고 빠르게 응답했지만, 그 말 뒤에 실제 경험이나 삶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어 배우가 없는 연기, 삶의 경험이 없는 표정, 인간의 상처를 모방한 대사가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를 둘러싸고 할리우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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