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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숨은 러 장갑차, 위성이 잡았다…우크라 ‘탐지→타격’ 시간 90% 줄였다

등록 2026.06.06 06:00:00수정 2026.06.06 06: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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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위성 사진, 병사 휴대폰·태블릿으로 직접 전달

중앙 검토 거치던 정보 흐름 줄이며 러 표적 탐지 속도 높여

[쿠피안스크=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군의 비상식량을 조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동부의 교통 중심지 쿠피안스크를 탈환했다. 2022.09.15.

[쿠피안스크=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군의 비상식량을 조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동부의 교통 중심지 쿠피안스크를 탈환했다. 2022.09.15.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숲에 가려 정찰 드론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웠던 러시아군 표적이 상업위성 사진에 잡히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표적 탐지와 드론 타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상업위성 사진과 지리공간 정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러시아군 표적을 찾아낸 뒤 드론으로 공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선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배치된 한 소규모 부대는 최근 울창한 나무에 가려진 건물 주변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정찰 드론을 띄웠지만 봄철 잎이 무성해 건물 윤곽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병사들은 휴대폰과 태블릿, 노트북으로 전달된 고해상도 상업위성 사진을 확인했다. 위성 센서는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체가 두꺼운 장갑 차량들을 포착했다. 러시아 고위 군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종류의 차량이었다.

부대는 사흘 동안 위성으로 이 지역을 감시한 뒤 이곳이 러시아군 작전 회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이후 공격용 드론으로 건물과 차량을 타격했다. 작전에 참여한 한 병사는 “성과가 좋았다. 적에게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방에서 하르티아 여단 소속 병사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드론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2026.05.21.

[하르키우=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방에서 하르티아 여단 소속 병사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드론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2026.05.21.

WSJ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밴터(Vantor)의 상업위성 사진은 우크라이나군의 표적 탐지와 드론 타격의 속도·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됐다. 기술 제공업체와 작전 관계자들은 이 방식으로 러시아군 장비와 시설을 찾아내고 타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90% 줄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위성사진이 중앙 지휘부를 거치지 않고 전방 병사들의 기기로 바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밴터의 위성사진은 이르면 15분 만에 병사의 태블릿이나 휴대폰, 노트북으로 전송된다. 기존에는 수도 키이우의 군 지휘부 검토 절차를 거치느라 정보가 전선에 도착하는 데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걸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기술이 부족한 돈과 시간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전장 감시용 드론은 비싸고,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나 격추에 취약하다. 위성사진을 활용하면 넓은 지역을 빠르게 훑고 의심 지점을 좁힌 뒤 드론을 투입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 422여단은 올봄 ‘스타폴Ⅱ’ 작전에서 2주 반 동안 수십억 달러, 수조원대 규모의 러시아군 장비와 시설을 파괴했다고 작전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들은 위성사진으로 과거 곡물 저장시설이던 건물을 살핀 뒤, 러시아 침공 전 사진과 비교해 시설 변화와 새 타이어 자국을 확인했다.

[크론시타트=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서쪽 크론시타트 해군기지에서 소방대원들이 유도탄 호위함 '보이키'호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크론시타트 기지, 탐보프 지역 군수공장 등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위성 사진=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 제공) 2026.06.04.

[크론시타트=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서쪽 크론시타트 해군기지에서 소방대원들이 유도탄 호위함 '보이키'호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크론시타트 기지, 탐보프 지역 군수공장 등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위성 사진=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 제공) 2026.06.04.

병사들은 해당 시설이 더 이상 농업용으로 쓰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새 타이어 자국도 군용 차량이 탄약을 내린 흔적으로 봤다. 이후 422여단은 공격 드론을 보내 시설을 타격했다. 작전에 참여한 한 기술 고문은 “탄약고 하나를 파괴할 때마다 적어도 우크라이나 병사 몇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전쟁의 핵심 흐름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군사분석가 프란츠슈테판 가디는 “표적을 포착한 뒤 타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압축하는 것이 이 전쟁의 전술적 수준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전쟁에서 상업위성 사진이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도 밴터는 국경 근처에 배치된 러시아 탱크와 병력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보자산에도 크게 의존해 왔다.

다만 이번 방식은 기밀이 아닌 상업위성 정보가 실시간에 가까운 전장 판단을 위해 병사에게 직접 전달된 첫 사례로 알려졌다. 불법 조업 감시나 구글 지도 업데이트에 쓰이던 위성 기술이 전쟁터에서 표적을 찾고 타격하는 데 쓰이게 된 것이다.

[토로페츠=AP/뉴시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8일 새벽(현지시각) 러시아 트베르주 토로페츠에 있는 러시아군 탄약고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사일 등을 보관하던 러시아 탄약고를 드론으로 공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은 이 공격으로 큰 화재가 발생해 일부 주민이 대피하고 최소 1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2024.09.19.

[토로페츠=AP/뉴시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8일 새벽(현지시각) 러시아 트베르주 토로페츠에 있는 러시아군 탄약고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사일 등을 보관하던 러시아 탄약고를 드론으로 공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은 이 공격으로 큰 화재가 발생해 일부 주민이 대피하고 최소 1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2024.09.19.

이 기술 체계는 밴터와 네덜란드 위치·지도 정보 분석업체 브라보1알파, 미국 통신업체 퍼시스턴트 시스템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부레비가 함께 구축했다. 밴터의 소프트웨어는 최신 위성사진과 과거 사진을 비교해 시설 변화나 차량 이동을 파악하게 해준다. 인공지능은 넓은 지역의 변화를 분석해 표적 이동을 잡아내고, 3차원 화면은 드론의 최적 비행 경로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쓰인다.

밴터 측은 자사 위성 10기가 하루 약 700만㎢를 촬영하고, 특정 지점을 하루 12~15차례 관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밴터의 영상 좌표는 실제 위치와 약 5m 이내 오차 범위에 들어간다. 우크라이나 사용자들은 50㎏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 공격에는 충분한 정확도라고 설명했다.

미군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 특수작전사령부는 지난해 병사들의 모바일 기기에 거의 실시간으로 상업위성 사진을 제공하는 새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미 육군도 모든 계급의 병사가 지휘부 검토 절차에 묶이지 않고 위성 자료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 군대에 더 빨리 파악하고 더 빨리 타격하는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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