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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포기했다던 청년들, 설렘을 말하기 시작했다"…9쌍 맺어준 '시그널 피정'

등록 2026.06.22 09:00:00수정 2026.06.22 09: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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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시그널 피정' 이끄는 최봉근 선교사

"실패 두려움 때문에 망설여…자신부터 돌아봐야"

"결혼보다 먼저 배워야할 건 타인과의 관계 맺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6.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의 고립이 생각보다 심각해요. 많은 청년이 따뜻한 가정을 꿈꾸면서도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관계의 시작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에서 만난 최봉근 선교사는 청년 만남 프로그램 'Jesus 시그널 피정'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만남 주선이 아니라, 청년들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5년 몰타에서 설립된 ICPE 선교회는 평신도 중심의 국제 가톨릭 선교단체다. 세계 각국에서 청년 교육과 공동체 활동, 봉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청년 대상 사목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과 뉴질랜드에서 오랫동안 선교 활동을 한 최 선교사는 귀국 후 한국 청년들을 만나면서 공통된 고민을 발견했다. 결혼과 가정을 꿈꾸지만 사람을 만날 기회가 부족하고, 관계의 실패를 두려워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6.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6.20. [email protected]


그는 "결혼을 원하면서도 누군가를 만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았다"며 "단순한 소개팅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건강한 관계 맺음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프로그램이 'Jesus 시그널 피정'이다. 2022년 시작해 올해 아홉 번째를 맞았다. 올해 행사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교육관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인기 연애 예능 프로그램 제목에서 착안했지만,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이다.

"상대방을 잘 이해하려면,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해요. 캠프 중에 직업이나 나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터놓고 대화합니다. 스펙이란 사회적 편견과 세상의 시선을 내려놓고, 서로를 오직 '인격 대 인격으로 마주하며 소통하는 법을 배우죠."

첫날에는 아이스브레이킹과 관계 형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자기 성찰 강연과 조별 토론, 게임, 산책, 1대1 대화 등이 이어진다. 행사 이후에도 참가자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후속 프로그램과 공동체 활동을 지원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기도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2026.06.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기도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2026.06.20. [email protected]


성과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프로그램 참가자 가운데 9쌍이 결혼에 골인했다. 이 밖에도 피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만남에 나서 배우자를 만난 사례가 10건 이상 이어졌다.

최 선교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첫 번째 결혼 커플이다.

"남성 참가자는 결원이 생겨 마지막 순간에 참여했고, 여성 참가자는 결혼을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마지막 기대를 안고 왔어요. 큰 기대 없이 만났던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1년 뒤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수녀의 길과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다 삶의 방향을 찾은 참가자, 서로 접점이 없어 보였던 인디 음악가와 클래식 음악가가 만나 가정을 이룬 사례도 있다.

프로그램은 연령대에 따라 20~30대와 30~40대로 나눠 운영된다. 최근에는 이혼 등 아픈 경험을 가진 이들을 위한 별도 과정도 마련했다. 새로운 만남을 서두르기보다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최 선교사는 일부 참가자들이 여전히 만남을 조건과 스펙 중심으로 바라볼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재정 문제도 고민거리다. 과거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참가비 부담을 낮출 수 있었지만 현재는 후원금과 참가비에 의존해 운영하면서 적자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그는 이런 만남의 장이 지금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어요. 특히 30~40대가 되면 또래를 만날 기회는 더 적어집니다."

그는 현대 사회가 지나치게 조건 중심적으로 변한 것도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요즘은 '누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라는 생각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 삶의 본질은 관계에 있습니다. 누군가와 삶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은 결코 자유를 빼앗는 일이 아닙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6.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봉근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 선교사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6.20. [email protected]


실제로 참가자들 가운데는 "설렘도 없고 결혼도 포기했다"고 말하며 프로그램에 온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2박 3일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 선교사는 "첫날에는 '나는 이 프로그램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돌아가겠다고 했던 참가자가 끝까지 함께한 뒤 결혼에 대해 다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 적도 있었다"며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믿고 관계를 시작할 용기를 얻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혼자 살아도 외롭고, 혼인 생활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쁨은 그 어려움을 넘어설 만큼 큽니다. 많은 청년이 그런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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