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늘린다고?…약사회 "오남용 우려"
정부 편의점 상비약 품목, 20개로 확대해 접근성↑
약사단체 "약물 오남용…청소년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제약업계 "상비약 확대 기대…소비자 안전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상비의약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5.11.20. hw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1/20/NISI20251120_0021068126_web.jpg?rnd=20251120121157)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상비의약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5.11.20. [email protected]
23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 하반기 중 편의점 상비약의 품목을 최대 20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는 2012년 처음 도입됐는데 도입 이후 14년째 13종으로 묶여있는 상비약 품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상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안전성상비의약품은 20개 품목 이내 범위에서 지정할 수 있다. 당초 편의점 판매의약품은 해열·진통제·감기약 등 13개 였는데 2022년 타이레놀 2종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재는 11개 품목만 편의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약사법에서 지정한 판매 품목 상한선이 20개 품목인 만큼 현재 11개 품목에서 최대 9개 품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현행 약사법은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를 갖춘 편의점에서만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가능한데,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판매 점포 기준을 완화하는 등 상비약 판매 편의점도 확대할 계획이다. 24시간 운영 기준이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 접근성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전국 3306개 읍·면·동 중 약 15.3%인 556개 지역에 약국이 부재한 상황으로 편의점에서의 상비약 판매를 늘려 상비약 구매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약사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약사들은 전문가의 복약지도 없이 편의점에서 판매될 경우 국민들이 의약품을 일반 소비재처럼 인식하게 되고, 약물 오남용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품목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안전한 약으로 여기고 있는데, 복지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43.5%의 소비자가 편의점 판매 의약품에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반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제도 시행 후 10.1%가 복용량 증가, 타인에게 빌려 복용하는 비율 증가 등 오·남용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현재 판매자 교육은 등록 전 1회 4시간 교육이 전부이며 편의점 종업원 등 실제 판매를 담당하는 인력의 73.1%가 교육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심지어 판매자 25.7%는 음주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을 추천하는 등 심각한 안전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상비의약품의 판매 점포 기준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약품 유통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약사회는 "보건의료 취약지라는 이유로 24시간 영업 점포라는 최소한의 관리 기준마저 완화하는 것은 예외 제도에 또 다른 예외를 중첩해 규정하는 조치이며 이는 의약품 유통 체계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며 "무약촌 지역의 불편함은 이미 시행 중인 '특수장소에서의 의약품 취급에 관한 지정'제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열차, 항공기, 선박, 고속버스, 고속도로변 휴게소 등 특수장소를 지정하고 취급자 및 종사자를 지정해 지정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3㎞(면은 2㎞)이내에 약국 등이 없는 시·읍 지역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한약사회는 또 우리나라 의약품 접근성이 이미 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예로 들었다. 대한약사회는 "우리나라의 경우 약국이 인구 10만명당 43.7개소로 OECD 평균(28개소) 보다 많다"며 "휴일지킴이약국 연중무휴 3000여개소와 공공심야약국이 240여개 운영 중이기 때문에 의약품 접근성 사각지대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청소년들의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사례가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제인 타이레놀의 주성분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20년 고려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아세트아미노펜 사용 편의성 증가 후 중독 발생 위험의 지속적 관리 필요성 연구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안전상비 의약품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판매되면서 아세트아미노펜의 중독 발생 위험이 증가했고, 평균 음독량도 간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스웨덴·영국 등은 아세트아미노펜의 편의점 판매 이후 중독 및 사망이 증가하자 포장 제한, 판매 제한, 편의점 판매 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편의점 상비약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약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입장을 내는 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므로 상비약의 편의점 매출이 좋은 편"이라며 "유통 채널이 늘면 매출과 판매도 증가하므로 제약사 입장에선 상비약 품목 확대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품목 확대 관련 구체화된 내용이 없는 걸로 안다"며 "만약 확대된다면 지금 상비약에 포함되지 않은 상처 치료제, 지사제, 제산제 등의 확대 필요성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다이소 등 유통 채널의 확대는 판매 확장의 발판이므로 기대감을 갖고 있으나, 소비자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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