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교섭문 열렸지만…번지는 '하투' 공포[노란봉투법 2R①]
개정 노조법 시행 4개월 경과…원청 상대 쟁의 본격화
플랜트노조 총파업 예고…한화오션 하청도 첫 쟁의권
완성차업계도 임단협 하투 본격화…파업 전선 확대 우려
전문가들 "갈등 이제 시작…교섭 기준 명확히 할 필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6.03.10.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0/NISI20260310_0021203185_web.jpg?rnd=20260310153436)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6.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간 직접 교섭을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 4개월 차를 맞은 가운데, 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원·하청 갈등은 원청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창구 단일화, 교섭단위 분리 등 교섭 전 절차를 둘러싸고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일부 하청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거나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원·하청 교섭 문제가 올해 하투(夏鬪)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법이 시행된 지난 3월 10일부터 6월 19일까지 1161개 하청노조(16만4000명)가 원청 사업장 439개소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절차에 착수한 원청은 96곳이며 본교섭 절차에 들어간 곳은 10곳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하청노조들은 원청이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파업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9.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들은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 뒤 8월 건설노조와 별도의 연대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달 중 노동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합법적인 쟁의권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플랜트노조는 플랜트 건설·정비 현장의 배관·용접·전기 등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전문 건설 노동자로 구성돼있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정유·석유화학·제철소·발전소는 물론 반도체 플랜트 공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오션에서는 하청노조가 이미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한 사례가 나왔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급식과 통근버스 운행, 시설관리 업무 등을 맡는 웰리브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사건에서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웰리브지회는 앞서 지난달 18~19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8.3%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이에 따라 개정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첫 사례가 됐다. 조선하청지회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쳤다.
![[거제=뉴시스] 신정철 기자=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단체교섭과 모든 노동자 동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 2월 25일 오후 5시부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선각삼거리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사진=독자제공).2026.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2/26/NISI20260226_0002071742_web.jpg?rnd=20260226201330)
[거제=뉴시스] 신정철 기자=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단체교섭과 모든 노동자 동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 2월 25일 오후 5시부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선각삼거리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사진=독자제공).2026.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지회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당장 파업에 나서기보다 한화오션에 다시 한번 교섭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2022년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에서 조선하청지회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51일 파업한 전례가 있는 만큼, 갈등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원·하청 갈등이 이미 본격화한 기존 하투와 맞물리면서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 인상과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권을 확보했다. 한국GM 노조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86.5%의 찬성률로 가결하는 등 완성차업계의 임단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도 이번 총파업의 핵심 요구로 원청 교섭을 내걸었다. 임금·성과급·정년연장 등 기존 쟁점에 원·하청 직접 교섭까지 더해지면서 개별 사업장의 원하청 분쟁이 산별노조와 총연맹 차원의 하투로 확산하고, 파업의 범위와 강도도 커질 수 있다.
경영계에서는 노동계 움직임을 우려하면서 사용자 범위 재조정 등 법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일 국민의힘과 정책간담회에서 "개정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자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사용자 방어권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가 실질적 지배력 유무와 관계없이 임금이나 성과급까지 교섭 의제로 요구하고 있어 노사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경총 입장이다.
경총은 특히 노동위가 원청기업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을 충실히 준수한 결과가 오히려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로 이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모호한 사용자 범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단체교섭 거부·해태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책임이 문제될 수 있어 법적 대응도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원청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범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쟁의 절차까지 본격화하면서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지침에서는 구내급식이 일반적인 도급관계의 대표 사례로 제시됐는데, 웰리브 사건에서는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의제를 이유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다"며 "판단 기준과 논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정 중지 결정까지 내려져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법과 관련된 갈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원하청 교섭과 파업이 앞으로 어디까지 확산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노사협상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크다"며 "하청노조들이 모두 원청과 협상하려 하면서 기업의 부담이 커졌고, 어떤 사안이 협상 대상인지에 대한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일부 사업장의 쟁의 움직임만으로 개정법이 노사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의 적응기인 만큼 노사관계가 불안정해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도 "아직 실제 교섭이 이뤄진 비율이 높지 않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쳐 행정소송까지 가면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며 "모든 사건이 소송으로 가지 않고도 원청이 교섭을 받아들이고, 교섭 회피와 시간 지연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원하청 교섭 제도화의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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