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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민간인이었다"…미군 공격에 인도 선원 3명 숨져

등록 2026.07.21 15:28:26수정 2026.07.21 15:56:24

미국 봉쇄 작전 첫 민간인 희생…미군 "경고 무시"

5년간 이란산 석유 운반한 ‘비밀 함대’ 의혹 유조선

국제법상 과잉 무력 사용 논란…인도 노조 "조사 필요"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과 수출 재개에 들어갔다.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줄고, 국제 유가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 한 척이 정박 중인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는 모습. 2026.06.19.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과 수출 재개에 들어갔다.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줄고, 국제 유가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 한 척이 정박 중인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는 모습. 2026.06.19.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지난 6월 미국의 이란 봉쇄 작전 과정에서 이란산 석유를 운반한 것으로 의심받던 유조선이 미군의 공격을 받아 인도인 선원 3명이 숨졌다.

미국은 해당 선박이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지만, 생존 선원들과 전문가들은 당시 선박이 엔진을 끈 채 표류 중이었다며 과잉 무력 사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세테벨로호는 최소 5년 동안 미국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를 운반해 온 것으로 알려진 유조선이다.

해상 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은 이 선박이 위치 정보를 숨기며 이른바 '비밀 함대'의 일부로 활동해 왔다고 분석했다.

세테벨로호는 지난 4월 말 중국 롄윈강항을 출항해 오만만으로 향했다. 이후 6월 초 오만 해역에서 여러 차례 선박 간 환적(STS)을 통해 이란산으로 추정되는 석유를 선적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6월 10일 오전 발생했다.

미군은 오전 7시14분께 기관실을 정밀 타격했다. 이 공격으로 근무 교대를 준비하던 수석 엔지니어 수레시 파트날라와 정비공 시바난드 차우라시아가 현장에서 숨졌고, 함교에서 근무 중이던 훈련생 아디티야 샤르마도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

이들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첫 민간인 희생자로 기록됐다.

미군은 세테벨로호가 봉쇄를 위반하고 반복적인 경고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대변인 팀 호킨스 대령은 "선박이 60여 차례의 무전 경고와 조명탄 발사, 전투기 저공비행 등 최소 8차례의 무력 시위를 무시했다"며 "해당 선박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생존 선원들의 증언은 다르다.

선원들은 "공격 당시 선박이 엔진을 끈 채 하루 넘게 표류하고 있었으며, 미군이 주장하는 최종 대피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도 선원노조 역시 "승무원들이 특정 선박을 겨냥한 경고가 아니라 일반적인 항행 경고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미군 공격 영상을 검토한 해군 전문가들도 선박이 정지 또는 표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국제법상 봉쇄를 집행할 때는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며, 움직이지 않는 선박의 기관실을 직접 타격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양 거버넌스 비영리단체 옥실리움 월드와이드의 이안 랄비 박사는 NYT에 "실제로 봉쇄를 위반하며 운항 중인 선박을 무력화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엔진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왜 기관실을 공격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해군 대령 출신인 조지타운대 로스쿨의 토드 헌틀리 교수는 "군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박이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했다면 무력 사용의 정당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테벨로호에는 모두 28명이 승선했으며 대부분 인도 국적이었다. 상당수는 최근 1년 사이 채용된 신입 선원들이었고, 숨진 아디티야 샤르마 역시 첫 항해에 나선 훈련생이었다.

아디티야의 아버지 라제시 샤르마는 "아들은 그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그들은 무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모두 민간인이었다"고 호소했다.

사망한 수석 엔지니어 파트날라의 아내 바르가비도 "누군가 내 남편을 죽였다"며 "아무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인도 선원노조는 미국 정부에 희생자 가족에 대한 배상과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이번 공격을 "전쟁 범죄"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봉쇄에 불응하는 선박에 직접 승선해 나포하는 것보다 기관실 등을 타격해 선박을 무력화하는 편이 미군 병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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