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반도체 팹 건설 특수…레미콘 공급 '골재'가 최대 변수[초점]
등록 2026.08.16 09:00:00수정 2026.08.16 09:06:24
건설경기 훈풍 앞두고 지역 골재 채취지 사실상 고갈
레미콘업계 "공급망 무너지면 팹 공사도 차질" 불가피
토석 채취 허가시 마다 '주민동의서' 놓고 갈등 심화

대형 건설 공사장과 레미콘 공급용 골재 채취 모습. (이미지=생성형 AI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광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전남광주 건설업계에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라는 사상 최대의 호황이 다가오지만 공사의 핵심인 레미콘 원자재 공급망이 한계에 이르면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팹(생산 시설)과 기반 시설 건설이 본격화하면 레미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광주와 인접한 전남에서 모래와 자갈을 공급하는 토석 채취장이 급감한 데다 신규·연장 허가 과정에서 주민 반발과 환경 논란이 반복되면서 '건설 특수'가 오히려 골재 부족으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전남광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이미 골재 수급난이 현실화하면서 레미콘 생산과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레미콘 원가에서 골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채취량이 줄자 모래 가격은 급등하고 운송 거리가 길어지면서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역 레미콘업계는 골재 부족으로 2020년 613만t에 달했던 연간 출하량이 지난해 440만t으로 28%가량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반도체 팹 건설은 일반적인 건축공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규모의 토목·건축 공사를 동반한다.
공장 건물뿐 아니라 산업단지 조성, 도로, 전력·용수 공급시설 등 기반 시설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초기부터 대량의 레미콘이 필요하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일대 약 826만㎡를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공장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연구시설, 정주기능 등을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공사가 현실화하면 지역 레미콘업계에는 사실상 수년간 이어질 특수가 될 수 있으나 골재 확보가 선행되지 않으면 공급망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에서 가까우면서 비교적 많은 석산이 분포한 나주는 골재 공급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지만 이곳에서도 토석 채취 허가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주시가 공개한 토석 채취 허가지 현황을 보면 현재 6곳에서 허가가 이뤄졌다.
업체별로 허가량과 기간이 설정돼 있으며 일부 허가는 2027년 말까지로 돼 있어서 향후 허가 연장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광주=뉴시스] 바닥이 드러난 한 레미콘 공장 모래 야적장 전경.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6/24/NISI20250624_0001875427_web.jpg?rnd=20250624151622)
[광주=뉴시스] 바닥이 드러난 한 레미콘 공장 모래 야적장 전경.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실제 나주 지역 석산 개발업체들은 허가 연장이나 변경 과정에서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주민동의서'가 있다.
토석채취업계에서는 지자체가 허가 과정에서 주민 민원 해소를 위해 주민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사업자가 마을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금전을 제공하지 않으면 동의서를 받기 어려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동의서가 사실상 토석 채취 허가의 관문처럼 작용하면서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금전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동의서 서명을 둘러싼 위·변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비국유림에서 토석을 채취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고, 허가 신청에 대해서는 현지 조사와 법정 허가 기준 검토, 지방산지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법적인 허가 기준과 별개로 주민동의서를 사실상 허가의 전제조건처럼 요구하는 관행이 있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부 석산 운영업체들은 주민동의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허가가 지연되거나 불허되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환경보호와 주민 생활권 보호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적법한 절차와 기준을 충족한 토석 채취 사업까지 주민 동의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면 지역 건설산업의 안정적인 골재 공급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광주 반도체 팹 건설을 비롯해 도로망, 정주시설 등 대형 사업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골재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불거진 '골재 대란'을 단순히 레미콘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대형 건설사업의 일정과 비용을 좌우할 산업 인프라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팹이 들어오면 지역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가 큰 특수를 누리고 많은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골재가 없으면 아무리 공사를 서두르려 해도 레미콘을 생산할 수 없다"며 "환경과 주민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법과 기준에 맞는 토석 채취 허가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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