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개신교계, 임신중지약 법제처 해석 반발…"입법이 먼저"
등록 2026.08.27 14:07:45수정 2026.08.27 14:20:24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국회서 기자회견…오석준 신부 "입법 공백 방증"
"상담·숙려·주수 제한 등 안전장치 마련돼야"
![[서울=뉴시스]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태약물 수입허가에 대한 법제처의 왜곡된 법령해석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제공) 2026.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972_web.jpg?rnd=20260827125104)
[서울=뉴시스]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태약물 수입허가에 대한 법제처의 왜곡된 법령해석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제공) 2026.08.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기독교 단체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낙태약물 수입허가에 대한 법제처의 왜곡된 법령해석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것이 옳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라며 "법제처의 해석은 수입품목 허가가 모자보건법의 규율 대상인지에 대한 절차적 판단일 뿐, 생명에 관한 문제를 행정적·기술적 절차로 대신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 신부는 이번 법령해석이 오히려 현행 법체계의 입법 공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제처 스스로 임신중단의 허용 주수와 사유, 절차 등에 대한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며 "그렇다면 생명에 관한 가장 중대한 결정은 국민의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보호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약물에 대한 접근만 먼저 이뤄지고 상담과 숙려, 주수 제한, 위기 임산부 지원 등 태아와 여성을 함께 보호할 장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균형이 아니라 한쪽으로의 붕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 "생명에 관한 결정을 행정 절차로 대신하지 말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함께 담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온전한 정비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 현장의 우려도 제기됐다.
김경아 인천가톨릭대 간호대학 교수는 "정교한 안전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약물 유통부터 행정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자칫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여성과 태아를 안전한 의료체계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는 임상적으로 엄격하고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식약처의 품목 허가와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약물 사용은 구분해야 한다"며 "국회의 명확한 법률 정비 없이 품목 허가만을 근거로 약물 유통과 처방을 선행하는 것은 의료 현장과 법체계 전체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면 진료와 초음파 검사, 상담·숙려 절차, 위기 임산부 지원책 등을 포함한 입법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정성민 둥지조산원 원장도 약물 도입에 앞서 법적·의료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행정부의 품목 허가가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 합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제처 스스로도 허용 주수와 사유, 절차에 대한 입법적 정비가 선행돼야 함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기 임신 여성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국가는 먼저 '아기를 낳아도 국가와 사회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홀로 키워야 한다면 주거, 의료, 생계, 양육을 끝까지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며 "정부가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약물 도입을 서두른다면 국민과 함께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 약보다 먼저 법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에서는 법제처의 이번 해석이 입법 공백을 행정적으로 메우려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아의 생명을 중단시키는 수단을 확대하는 것은 행정 해석이 아닌 국회의 입법 권한 사항"이라며 "입법 공백은 국회가 사회적 합의로 메워야 하지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위험 약물 허용의 길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약물낙태는 과다출혈과 미완성 낙태 등 여성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부작용을 품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보건 보호라는 모자보건법의 목적과 중대한 공익적 위험을 외면한 채 단순 서류 요건만으로 무조건 허가해야 한다는 판단은 행정의 폭주"라고 비판했다.
법제처는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신중지약물에 대한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이란 제목의 법령해석례(26-0555)를 회신했다.
법제처는 해당 해석에서 임신중지약물에 대한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안전성·유효성 등 약사법상 허가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품목허가는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법령해석은 임신중지약물을 이용한 인공임신중절의 의료현장 사용까지 전면적으로 합법화한 것은 아니다. 법제처의 판단은 '수입품목허가가 현행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지'를 다룬 것으로, 실제 의료현장에서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어느 범위에서 허용되는지, 허용 주수와 사유, 의료적 절차를 어떻게 규정할지는 별도 입법적 정비가 필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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