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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2000장 묻어봤더니…두 달 뒤 정원 58%·잔디밭 40% 분해

등록 2026.08.28 17:07:36수정 2026.08.28 18:02:25

시민 1000명 면 속옷 2000장·티백 1만2000개 땅에 묻어

두 달 뒤 정원 58%·잔디밭 40% 분해…토지 이용이 최대 변수

연구진 "토양 건강 전체보다 비옥도·영양 상태 더 잘 반영"

팬티 2000장 묻어봤더니…두 달 뒤 정원 58%·잔디밭 40% 분해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스위스 시민 1000명이 면 팬티 2000장을 땅에 묻었다. 두 달 뒤 개인 정원에 묻은 속옷은 평균 58%가 분해됐지만 잔디밭에서는 40%에 그쳤다. 토지 이용 방식에 따라 토양 생물의 활동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속옷의 구멍으로 드러났다.

미국 과학기술 매체 아스테크니카는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랜츠, 피플, 플래닛(Plants, People, Planet)’에 지난 24일 게재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는 스위스 연방 농업연구기관 아그로스코프와 취리히대 연구진이 진행했다.

실험은 논문 발표 5년 전인 2021년 스위스 전역 1000곳에서 진행됐다. 농민과 정원 소유자 등 시민 연구자 1000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약 240명은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참가자들은 유기농 면 속옷 두 장과 티백 12개, 토양 채취용 봉투가 든 실험 꾸러미를 받았다. 한 곳에 속옷 두 장을 나란히 세로로 묻고 합성섬유로 된 허리밴드만 지상에 남겼다. 속옷 한 장 앞에는 티백 6개씩을 묻었다.

참가자들은 30일 뒤 첫 번째 속옷과 티백을, 60일 뒤 나머지를 파냈다. 회수한 물품과 토양 표본은 연구진에게 보냈다. 연구진은 속옷을 말린 뒤 사진을 찍어 남은 면적을 계산하고, 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도 분석했다.

면섬유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는 토양 속 미생물과 다른 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연구진은 속옷이 분해된 정도를 토양 생물의 분해 활동과 비옥도를 보여주는 보조지표로 삼아 이를 ‘속옷 지수’라고 불렀다.

속옷은 묻은 지 한 달 뒤 평균 10.1%가 분해됐고 두 달 뒤에는 평균 분해율이 50.45%로 높아졌다. 분석 결과 속옷 분해율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원·잔디밭·농경지·초지 등 토지 이용 유형이었다. 토양의 영양분과 비료 종류, 토질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팬티 2000장 묻어봤더니…두 달 뒤 정원 58%·잔디밭 40% 분해

개인 정원의 평균 분해율이 58%로 가장 높았고 잔디밭이 40%로 가장 낮았다. 농경지는 51%, 장기간 풀밭으로 유지하는 영구 초지는 47%로 두 곳의 중간 수준이었다.

개인 정원에서는 토양유기탄소와 영양분 농도가 높았다. 지렁이와 곰팡이, 세균 등 토양 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다. 반면 잔디밭에서는 토양유기탄소 농도와 생물의 분해 활동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속옷이 빨리 분해됐다고 토양이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었다. 개인 정원의 이용 가능한 인 농도는 1㎏당 평균 13.4㎎으로, 스위스 시비 지침의 적정 범위인 1.6~4.3㎎을 크게 웃돌았다. 연구진은 정원의 빠른 분해가 비료나 영양분의 과잉 공급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속옷 지수는 시판 티백의 무게 감소를 이용하는 기존 ‘티백 지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두 지표가 토양의 화학·물리적 특성에 관해 비슷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속옷은 정밀 저울이나 별도의 계산 없이도 분해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연구 공동책임자인 마르셀 판 데르 헤이던 취리히대 농생태학 교수는 “토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토양 생물과 토양의 질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건강하고 생물학적으로 활발한 토양은 비옥도와 영양분 순환을 비롯한 다양한 생태계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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