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美 트럼프 전력망 비상사태 선포…韓 에너지 보안은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26.08.31 15:40:30

트럼프, '디지털 백도어·원격조작' 우려에 일부 외산 전력장비 거래 제한

원산지확인·인증 등 도입 단계 넘어 운용 단계까지 관리기준 정교화 과제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6일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06.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6일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06.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미국이 외국산 전력장비의 디지털 백도어와 무선 원격조작 위험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국내에서도 태양광 인버터 등 핵심 전력장비의 보안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과 동시에, 공급망뿐 아니라 장비 도입 이후 실제 통신 행위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보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 지적이다.

31일 보안 업계와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외국산 전력장비의 '디지털 백도어'와 무선 원격조작 가능성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적 경고나 보안 강화 권고를 넘어,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법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비상권한을 발동해 외국산 전력장비의 공급망 위험을 국가 차원의 안보 사안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한 조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안보 위험이 확인된 외산 전력장비의 신규 거래와 설치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이미 가동 중인 장비까지 격리·연결 차단·교체·철거 대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방위산업 등 국가 핵심 산업을 떠받치는 전력망의 장비 보안을 국가비상사태 사유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국내에서도 보급 확대와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조기에 달성한다는 전략 아래 공공사업의 국산 인버터 사용 촉진, 인증제도 고도화, 경제안보품목 지정 등을 통해 태양광·풍력 산업의 공급망을 복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에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국가 전력망에 연결되는 인버터와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산업제어시스템 등 핵심 장비의 공급망·통신 보안 기준이 보급 속도에 맞춰 마련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버터는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직류 전력을 교류로 변환해 전력망에 공급하는 장비다. 단순한 전력변환기를 넘어 출력 제어와 상태 모니터링, 원격 유지보수·업데이트 등 통신·제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장비에 어떤 통신기능이 탑재돼 있고 누가 원격접속 권한을 갖는 지가 전력망 보안과 직결된다.

문제는 이런 장치들이 외부와 통신하는 '경로'다. 정상적인 원격관리 기능이든, 소프트웨어에 심어진 백도어든, 회사가 깔아 놓은 유선·와이파이 네트워크를 거친다면 방화벽과 침입탐지시스템의 감시망 안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서 발견된 사례는 달랐다. 미국 에너지 당국이 일부 중국산 인버터를 분해해 점검한 결과, 제품 설명서에 없던 셀룰러 라디오, 즉 이동통신 모듈이 숨겨져 있었다.

이 때문에 망을 분리하고 네트워크 보안장비를 겹겹이 세워도 소용이 없다는 게 관련 업계 지적이다. 감시망은 회사 네트워크를 드나드는 트래픽만 들여다볼 뿐, 그 바깥에서 별도로 오가는 이동통신 전파까지는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인버터 제조사 간담회를 열어 태양광 인버터와 관련해 어떤 사이버안보 위험이 존재하는지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다만 당시 국내 유통 인버터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현황 파악과 의견 수렴을 토대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에 그쳤다.

관련 보안 업계에서는 장비 도입·인증부터 실제 운영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대응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비 도입 이전에는 제조사와 공급망, 통신 인터페이스, 원격접속 권한과 유지보수 경로를 확인하고, 설치 이후에는 승인되지 않은 기능이 추가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무선통신이 발생하는 지를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기준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단 얘기다.

특히 전력 설비는 한 번 설치되면 장기간 운영되고, 운용 과정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나 부품 교체, 원격 유지보수가 이뤄질 수 있다. 장비 안에 숨겨진 무선 모듈이 설치 시점에는 침묵하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깨어나는 경우라면, 도입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사실이 운용 중의 안전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공급망과 인증 중심의 사전 검증에 더해 실제 도입 후 운용 단계에서 장비가 무엇과 어떻게 통신하고 있는 지를 상시 확인하고 관리할 기준을 어디까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