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깨물려는 자해 여성 입에 수건 넣었다 질식사…경찰·소방 무죄
등록 2026.09.03 16:39:20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오대석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B씨와 1급 응급구조사인 소방관 C·D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의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7명도 전원일치로 피고인 4명에게 무죄 의견을 냈다.
사건은 2022년 8월 26일 오전 1시58분께 거제시의 한 편의점 앞에서 발생했다. 경찰관 A·B씨는 '길에 여성이 누워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만취 상태로 횡설수설하던 41세 여성 E씨를 발견했다.
경찰관들이 귀가를 요구했지만 E씨가 거부하고 경찰관들을 폭행하자 오전 2시8분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E씨는 체포된 뒤에도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머리를 땅이나 벽에 부딪히는 등 자해를 시도했다.
특히 수갑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러면 내가 혀 깨물고 죽어야 되네"라고 말하며 자신의 혀를 깨물려고 했다.
경찰관 B씨는 이를 막기 위해 손가락을 E씨의 입 안에 넣었으나 손가락을 물려 상처를 입었다. 이후 A씨와 B씨는 전자 호루라기를 입에 물리는 방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편의점에서 받은 수건을 E씨의 입 안에 넣어 혀를 깨무는 것을 막았다.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은 소방관 C·D씨는 오전 2시19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검찰은 경찰관들이 수건을 입 안에 깊숙이 넣고 E씨가 몸을 뒤틀며 호흡곤란을 보였음에도 이를 즉시 제거하지 않았고, 소방관들도 현장 도착 후 수건을 제거하거나 신속하게 활력징후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E씨는 같은 날 오전 2시27분께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9월17일 오전 8시35분께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당시 충분한 사전정보 없이 현장에 출동했고, E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관을 폭행하는 것은 물론 머리를 부딪히고 혀를 깨무는 등 돌발적인 자해행위를 반복한 점을 고려했다.
또 경찰관들이 당시 자해를 막아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수건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급박한 현장 상황에서 이를 현장 경찰관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벗어난 조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해자의 저항이 줄어든 상황 역시 경찰관들이 수건으로 인한 질식 때문인지 주취 상태에서 저항을 포기하거나 심리적으로 안정된 것인지 즉시 구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체 반응이 떨어졌고, 자해 방지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뒤 수건을 일단 제거하거나 대체물건을 활용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소방관 C·D씨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사전에 '여성이 길에 누워 있다'는 정도의 신고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 피해자가 자해를 시도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현장에 도착했고, 경찰관들이 이미 피해자를 제압하면서 수건을 입에 넣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 C씨는 수건 대신 거즈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고, D씨 역시 수건 대신 구인두기도기(OPA)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체 방법을 강구한 것으로 판단됐다.
또 D씨가 휴대용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사용해 산소 농도를 확인하려 했으나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맥박을 지속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료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당시 현장의 특수성과 급박성을 고려하면 전문 의료인조차 즉각 수건을 제거해 기도를 확보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방관들에게 수건을 즉시 제거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역시 피고인 전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엄격한 선정 절차를 거친 배심원들이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 판단에 기초해 도출한 만장일치 평결 결과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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