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단절됐던 나…밖으로 이끈 건 '기술의 힘'이었죠"[당신 옆 장애인]
등록 2026.09.05 12:00:00
재활공학 전문가 김종배 연세대 교수 인터뷰
25살에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 갖게돼
"기술로 자립의 길…보조기기는 우리 몸 일부"
국내 재활공학 산업 열악…"획기적 지원 필요"
김종배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2026.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863_web.jpg?rnd=20260904191945)
[세종=뉴시스](사진 오른쪽)김종배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2026.09.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기술 활용 등 재활공학 연구를 선도하는 김종배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장애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장애 해결 방법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김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거의 없다"며 "다른 신체 기능을 가진 사람도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 문화, 제도 그리고 기술 등 사회 환경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장애 정도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강단에 서는 그 역시 장애인 당사자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석사 과정의 마지막 논문 학기를 밟고 있던 25살, 친구 집 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하루아침에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그 누구도 그에게 다시 공부나 일을 권하지 못했다. 친구들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발길이 끊어졌다. 부모님의 돌봄에 의지해 수도자처럼 집에서 성경만 읽으며 세상과 완전히 단절됐다.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사회적 인프라 탓도 있었다. 그렇게 5년을 집에서만 지냈고, 그 짙은 어둠 속에서 그를 밖으로 이끈 건 다름 아닌 '기술'이었다.
사고가 난 지 8년 후, 전동휠체어가 국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그는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 수 있었다.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 역시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됐다.
그는 "저 같은 중증 장애인은 보조기기가 없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며 "저도 전동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컴퓨터 기술이 있어 일을 하고 사회에서 역할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김종배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2026.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864_web.jpg?rnd=20260904192031)
[세종=뉴시스]김종배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2026.09.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스마트홈 기술을 통해 조명부터 가전까지 스스로 제어하고 있다. 그는 "가족과 활동보조인의 돌봄 부담도 훨씬 줄일 수 있다"며 "나 자신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 못지않게 돌봄에 대한 정신적인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것이 기술의 힘"이라고 밝혔다.
마흔의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도 올랐다. 자신을 사회에 다시 나올 수 있게 한 기술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원에서 국가 장학금을 받으며 4년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교수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는 한국행을 택했다. 국립재활원에 새로 생기는 연구소를 이끌어 달라는 제의에 한국 장애인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주저 없이 돌아왔다.
귀국 후에는 국립재활원에 재활로봇 중개 연구센터를 설립해 국내 재활 로봇 연구를 활성화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직접 기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미국 유학 당시엔 광활한 영토로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원격 재활' 시스템을 만들었다. 환자의 집을 3D 모델링으로 구현해 개조가 필요한 부분을 전문가가 원격으로 파악해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며 불편했던 점을 기술 개발로 발전시켰다. 손을 쓰기 어려운 장애인이 스마트기기를 거치하고 보기 쉬운 각도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마운트'를 개발했다. 목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타인 도움 없이 휠체어에 앉아 이젤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전동 이젤'도 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실내에서 혼자 운동할 수 있도록 한 '실내 핸드바이크'도 만들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재활공학 산업의 현실은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전동휠체어만 해도 프리미엄급은 물론 단순 기능의 일반형조차 생산하는 국내 업체가 없다고 했다.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김종배 교수가 개발한 식사보조로봇을 독일 전시회에서 선보이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2026.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866_web.jpg?rnd=20260904192139)
[세종=뉴시스]김종배 교수가 개발한 식사보조로봇을 독일 전시회에서 선보이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2026.09.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앞으로 인공지능(AI)·로보틱 전동휠체어 시대에는 한국 기업이 세계로 수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해요.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지원과 예산을 대폭 늘리는 혁신이 일어나야 하죠. 아무리 고가라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활동 보조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을 오히려 줄여줄 수 있어요."
장애라는 예상치 못한 장벽을 뚫고 모교에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어려운 환경 속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격려도 전했다.
"모교에 온 후 어느 날 잊어버렸던 저의 대학 시절의 꿈, 모교 교수가 되겠다는 꿈이 실현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감사할 따름이었죠. 환경을 내 힘으로, 내 뜻대로 바꿀 수 없어 좌절할 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처한 환경과 조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찾고 최선을 다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두 걸음, 세 걸음 길이 열려 있을 겁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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