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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하드웨어 엔지니어인가…'터너스호' 애플 출범[애플 50년 새판 짠다②]

등록 2026.09.05 08:00:00

팀 쿡 이어 50대 엔지니어 존 터너스 새 CEO 취임…15년 만의 리더십 교체

아이폰·아이패드·자체 칩 전환 이끈 '제품통'…차세대 기기 혁신 정조준

AI 시대 해법도 '수직통합'…제품 중심 리더십으로 회귀

존 터너스 신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9년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맥 프로의 첨단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존 터너스 신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9년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맥 프로의 첨단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이 15년 만에 선택한 새 수장은 영업·재무 전문가도, 인공지능(AI) 연구자도 아닌 기계공학 엔지니어 존 터너스였다. 25년간 아이폰·아이패드·맥 등 제품 개발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다.

존 터너스는 지난 1일 팀 쿡의 뒤를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취임 당시 나이는 만 50세다. 2011년 팀 쿡이 스티브 잡스에게 자리를 넘겨받았을 때와 같다.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와 '넥스트 아이폰' 부재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은 애플이 쿡 이후의 해법을 다시 '제품'에서 찾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잡스에게 제품 배우고 쿡에게 경영 익혀…25년 하드웨어 외길

터너스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팀에 입사했다. 2013년 부사장을 거쳐 2021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애플의 모든 기기 개발 조직을 이끌어왔다.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애플 제품은 드물다. 초대 에어팟과 모든 세대의 아이패드 개발을 총괄했다. 아이폰12 시리즈 하드웨어팀도 직접 지휘했다.

인텔 칩을 버리고 애플 자체 칩을 넣은 '맥(Mac)'으로 바꾼 주인공도 그다. 인텔 컴퓨터를 애플 독자 칩 컴퓨터로 갈아타는 거대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최근에는 얇은 두께를 강조한 '아이폰 에어'를 직접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칩과 완제품 양쪽을 연결해온 경험이 CEO 선임 배경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부품과 소재 혁신도 주도했다. 제품 내구성을 높이고 재활용 알루미늄을 도입했다. 애플워치 울트라에 들어간 3D 프린팅 티타늄도 그의 손을 거쳤다.


단순히 제품 출시만 챙긴 것은 아니다. 제품 신뢰성과 내구성, 재활용 알루미늄 합금, 애플워치 울트라의 3D 프린팅 티타늄, 수리 용이성 개선 등 소재·설계 분야도 터너스가 집중해온 영역이다. 잡스 밑에서 혁신적인 제품 설계를 배웠고, 쿡 곁에서 공급망 관리와 경영 노하우를 쌓았다. 기술과 경영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애플은 터너스를 최근 몇 년 사이 제품 발표와 언론 인터뷰 전면에 세우며 차기 리더로서 존재감도 키워왔다. 2017년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맥·아이패드 하드웨어를 설명했고, 2019년 WWDC에서는 맥 프로 소개를 맡았다. 지난해에는 아이폰 에어 공개의 핵심 발표자로 나섰다.
왜 다시 하드웨어 엔지니어인가…'터너스호' 애플 출범[애플 50년 새판 짠다②]

AI 시대에 하드웨어 수장 택한 애플…'제품 중심' 리더십으로

애플이 하드웨어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힌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구글과 오픈AI가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칩과 운영체제(OS), 단말기를 하나로 묶는 독자 생태계다. AI 모델 성능만 따지기보다 아이폰과 맥 안에서 얼마나 편리하게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터너스 체제 출범을 차세대 기기 출시 신호탄으로 본다.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과 스마트 안경, 확장현실(XR) 기기 등 새 하드웨어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은 터너스 승계 발표와 함께 자체 칩 전략을 이끌어온 스루지를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로 올렸다. 스루지는 터너스가 맡아온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과 기존 하드웨어 기술 조직을 함께 지휘한다.

이 역시 터너스가 CEO로 올라선 뒤에도 칩과 제품 개발 역량을 경영의 중심축에 두겠다는 조직 재편으로 읽힌다.

50대 초반 CEO로 세대교체…쿡은 의장으로 '외풍' 막는다

애플의 경영진 교체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2025년 초 루카 마에스트리의 뒤를 이어 케반 파레크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고, 같은 해 사비 칸이 제프 윌리엄스에게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넘겨받았다. 여기에 터너스가 CEO를 맡으며 차기 경영진 체제가 본격화됐다.

이번 터너스 CEO 선임은 지난 4월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애플은 이를 오랜 기간 신중하게 진행한 승계 계획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쿡도 터너스를 엔지니어의 사고방식과 혁신가의 기질을 함께 갖춘 인물로 평가했다.

다만 쿡이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세계 각국 정책 입안자들과의 소통 등 일부 업무를 지원한다. 미·중 갈등과 반독점 규제 등 대외 변수는 쿡이 방파제 역할을 하고, 터너스는 제품과 기술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가능해진 셈이다.

터너스의 과제는 분명하다. 잡스의 방식을 흉내 내거나 쿡의 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25년 현장 감각으로 AI 기술을 새 기기에 녹여내 '넥스트 애플'을 증명해야 한다. 터너스 체제의 첫 평가는 그가 어떤 숫자 성적표를 받는지보다, 애플이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 제품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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