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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연임' 공식 깬 KB의 세대교체…금융권 CEO 인사판 흔드나

등록 2026.09.14 11:44:41

KB금융이 쏘아올린 세대교체, 금융권 전반 확산되나

이재근 KB금융 회장 후보자 "세대교체, 나이 국한 안해"

[서울=뉴시스]이재근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신관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는 모습. (사진=KB금융그룹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근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신관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는 모습. (사진=KB금융그룹 제공). 2026.09.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로 양종희 현 회장 대신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선택하면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현직 회장도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른바 '현직=연임' 공식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의 관심은 이번 KB금융발(發) 세대교체 흐름이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영향을 미칠지에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CEO 선임 절차와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현직 회장의 경영 성과에서 나아가 미래 성장 전략과 세대교체 필요성 등이 향후 연임 여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역대급 실적' 현직 회장 대신 새 리더십 선택…배경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이재근(60) KB금융 글로벌·WM(자산관리)·SME(중소기업금융)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이 후보자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11월 21일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연임에 도전했던 양 회장 대신 이 후보자가 전격 발탁되면서 금융권은 '예상 밖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이 2년 연속 역대 최대인 5조원대의 실적을 지속하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데다, 연임에 걸림돌이 될 만한 뚜렷한 결격 사유도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회추위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KB금융에서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권 전반으로 넓혀봐도 보기 드문 사례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무산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현직 회장이 최종 경쟁까지 완주한 뒤 회추위가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의 경우 2023년 4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빠졌다. 지난 2022년 신한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3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조용병 전 회장이 최종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종 면접 과정에서 용퇴했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KB금융 회추위의 선택은 달랐다. 최종 심사 끝에 양 회장이 아닌 이 후보자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의 경영 성과에만 머무르기보다는 향후 그룹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과 세대교체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회추위가 이 후보자를 선택하면서 내세운 명분 역시 '변화와 세대교체'였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선은 현직 회장의 경영 성과가 연임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금융지주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CEO의 장기 연임과 이른바 '참호 구축' 등을 문제 삼아왔다. 현직 CEO가 경영승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고, 이사회가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국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이 나오기도 전에 KB금융 회추위가 먼저 세대교체를 선택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당국의 연이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 회추위가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등 민감한 현안이 맞물렸다는 점도 금융권의 여러 해석을 낳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회장 중심의 경영 승계 구조가 아닌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실제 작동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적어도 이번 인선에서는 이사회가 현직 회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하고 선택하느냐가 더 주목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임기 앞둔 CEO들…인사 태풍 휘몰아치나

금융권에서는 KB금융발 세대교체 흐름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대 실적을 낸 현직 회장조차 연임에 실패한 만큼 재임 기간의 성과만으로 연임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당장 연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 변화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연말 5대 시중은행장을 비롯해 금융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KB금융은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10명, 신한금융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12명, 하나금융은 이호성 하나은행장을 포함해 13명, 우리금융은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 12명, NH농협금융은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7명이다.

KB금융 계열사 CEO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근 KB금융 후보자는 오는 11월 21일 공식 취임한 뒤 연말 계열사 CEO 인사를 통해 사실상 첫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열사 대표 인사와 관련해 "회장이 전부 다 힘을 갖고 하기 보다는 금융그룹이 클수록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같이 논의하면서 결정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회추위에서 강조한 '세대교체'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인적 쇄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나이에 따른 세대교체라기보다는 좀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며 "나이에 국한하지 않고 역량과 전문성, 직원들과의 호흡, 조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가 누구인지 고민하면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KB금융 계열사 CEO 중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2년 임기는 연말 만료되고, 이홍구 KB증권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는 한 차례 연임해 '2+1' 관례에 따라 올해로 3년 임기를 채우게 된다.

초임인 김재관 국민카드 대표,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도 연말 임기를 앞두고 있다. 올해 초 선임된 강진두 KB증권 대표와 곽산업 KB저축은행 대표는 내년 말까지 임기가 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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