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 "이사 '몰랐다'해도 면책 안돼…내부통제 작동해야"
등록 2026.09.28 17:38:51
정준혁 교수, 삼일PwC '거버넌스 포커스' 기고
"의사결정 절차·이해관계 검토 내용 기록해야"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된 가운데 책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사가 내부통제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거버넌스 포커스 제39호'를 통해 국내 기업 이사회를 위한 전문가 제언을 담은 '이사회 가이드' 일곱 번째 시리즈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사의 법적 책임, 알고 대비하기'를 주제로 기고했다.
정 교수는 기고문에서 이사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거나 이사회 안건을 검토·결정할 때 '경영판단의 원칙'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칙에 따라 보호받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검토할 것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며 신의성실에 따라 판단할 것 ▲결정 내용이 통상적인 이사를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다만 법령 위반 행위에는 경영 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담합 등 위법행위로 회사가 과징금 등의 손해를 입었다면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이유 만으로 이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사회 안건에 반대했다면 그 의견이 의사록에 정확히 기재됐는지도 이사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의사록에 기재되지 않은 경우 해당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교수는 "실제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냈더라도 의사록에 남지 않았다면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이사의 감시 의무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운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사의 의무는 대표이사와 업무 담당 이사의 전반적인 업무 집행을 감시하는 데까지 미친다. 임무 위배 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거나 이를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정 교수는 "'임직원들이 법을 위반해 부당하게 돈을 벌었지만 나에게 보고하지 않아 전혀 몰랐다'는 식의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법행위가 의심되거나 확인될 때 관련 정보를 수집·보고할 수 있는 체계와 내부제보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독립적인 조사와 징계가 실제로 이뤄진 운영 이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 교수는 "위법행위가 장기간 반복됐는데도 회사가 이를 적발하거나 통제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회사가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으면 일정 지분율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지난해 개정 상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이러한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주요국과 비교할 때 이사의 의무 위반을 형사책임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다만 배임죄 구성요건을 개편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이사의 민·형사상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규정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만큼 향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사의 법적 책임 확대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감시의무를 다하며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운영한다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개정 상법 아래에서는 의사결정 절차의 문서화는 물론, 해당 결정이 주주 전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지는 않는지 검토한 내용도 함께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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