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은 같음 아닌 차이에서 시작”…2026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
등록 2026.09.29 14:18:53
74팀 81명 작가 200여점…창원 도심 전체가 전시장
성산아트홀·진해역·마산어시장 등 장소특정적 신작
조혜정 “조각은 다른 존재와 관계 맺는 물질적 경험”…11월15일까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29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입구에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작품이 설치돼 있다. 올해 비엔날레는 ‘공명장’을 주제로 30일 개막해 11월15일까지 열린다. 2026.09.29.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29/NISI20260929_0002250830_web.jpg?rnd=20260929140023)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29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입구에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작품이 설치돼 있다. 올해 비엔날레는 ‘공명장’을 주제로 30일 개막해 11월15일까지 열린다. 2026.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조각은 물질과 무게를 지니고 실제 공간을 점유하는 매체입니다. 우리가 조각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행동을 멈추고 주변을 돌며 자신의 몸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의식하게 됩니다.”
29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만난 조혜정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은 ‘왜 지금 조각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이미지의 시대에 조각은 오히려 느리다. 무게를 갖고 한 자리를 차지하며 관객에게 몸을 움직이라고 요구한다. 조 감독은 바로 이 물질적 경험에서 ‘공명’의 가능성을 찾았다. 다른 존재와 같은 공간에 머물고 서로의 거리를 조절하는 행위 자체가 관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가 조각을 “가장 느린 예술”로 다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설치 전경(성산아트홀 7전시실),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창원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조혜정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이 29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주제인 ‘공명장’과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20206.09.29.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29/NISI20260929_0002250864_web.jpg?rnd=20260929141559)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조혜정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이 29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주제인 ‘공명장’과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20206.09.29.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명은 같음이 아니라 차이에서 시작된다”
세계 41개 도시·지역에서 74팀 81명의 작가가 참여해 200여 점을 선보인다. 성산아트홀을 중심으로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까지 도시 곳곳이 전시장이 된다. 조혜정 감독과 중국의 장쥔(Jiang Jun) 감독이 공동예술감독을 맡았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외국인 감독과 공동감독 체제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조 감독은 이날 “공명은 같음이 아니라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색이 하나로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색을 유지한 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이번 비엔날레는 그 모습을 서로 다른 역사와 기억이 한 도시에 중첩된 창원에서 찾았다.
마산의 바다, 진해의 군항과 철도, 계획도시 창원의 산업적 시간이 하나의 역사로 봉합되지 않고 공존한다. 비엔날레는 이 차이를 도시의 결함이 아니라 서로 다른 리듬이 부딪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공명의 조건’으로 바라본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설치 전경(성산아트홀 1전시실),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창원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은 완성된 물체가 아니라 ‘사건’
정성진의 신작 ‘이합군상Ⅱ’는 서로 다른 시대와 맥락에서 가져온 형상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다. 고전 조각을 연상시키는 인체와 악기, 기계의 형상이 한데 얽혔다. 하나의 완벽한 신체로 합쳐지는 대신 각기 다른 파편과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조 감독은 “이번 전시에서 조각은 완결된 물체라기보다 물질과 신체, 작품과 장소가 만나면서 서로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사건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다의 신작 ‘생리적 반응 3: 창원 프로젝트’는 아예 보이지 않는 창원의 바람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인다. 창원 시내 세 곳에 설치한 센서가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실시간 측정하면 이를 전시장 안의 소리로 바꾼다. 눈으로 바라보던 조각이 도시를 듣고 몸으로 감지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성산아트홀에서는 본전시 '공명장'과 함께 두 특별전이 펼쳐진다.
조혜정 감독이 기획한 '조각 이전의 조각'은 조각이 미술관에 들어오기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돌을 깎고, 나무를 비우고, 물질을 묶고 쌓으면서 기원하고 기억하고 세계와 관계를 맺었다. 김윤신, 심문섭, 마더성, 박석원, 정관모, 잔왕, 주밍 등의 작업을 ‘깎기·비우기·묶기·쌓기’라는 원초적인 조형 행위를 통해 다시 읽는다.
장쥔 감독의 '창원조각아틀라스'는 반대로 조각을 도시 전체로 펼쳐낸다. 올해 출품작과 역대 창원조각비엔날레의 공공조각을 위치 정보로 연결해 창원의 역사·지리·문화와 함께 읽는 디지털 아카이브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도시의 조각 자산과 기록을 축적하는 플랫폼으로 남긴다는 구상이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설치 전경(성산아트홀 지하 1층)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창원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술관을 나온 조각…진해역·마산어시장으로
2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창원의집에는 딩이의 신작 ‘성수비(星宿碑)’가 놓이고, 마날 알도와얀은 황동으로 만든 입술 형태의 ‘내 말을 들어줘’를 선보인다. 작품을 두드리면 소리가 울리며 말하기와 듣기, 침묵과 응답의 관계를 묻는다.
옛 진해역에서는 김수자의 신작 ‘연역적 오브제-더 그리드’가 철길의 선형 구조와 만난다. 벽돌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위빙(Weaving)’을 건축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심문섭의 ‘반추’는 자개 상감 옻칠 기법으로 제작한 배를 옛 역사에 들여놓아 바다와 이동, 만남과 이별의 시간을 불러낸다.
삶의 현장인 마산어시장도 전시장이 된다. 유수진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창원에 사는 외국인 인구 통계에서 출발해 국적별 인구 비율에 따라 약 1000개의 통조림을 작은 섬처럼 배치한다. 관객이 통조림을 가져가고 다시 채우면서 처음의 비율은 흐트러지고 서로 섞인다. 숫자로 나뉘었던 사람들이 하나의 삶의 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셈이다.
조 감독은 창원을 단순히 작품을 설치하는 배경으로 보지 않았다.
“통합 창원 안에는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 삶의 방식이 중첩돼 있습니다. 우리는 창원의 그 다원성 자체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봤습니다.”
결국 '공명장'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서로 다른 존재는 같아지지 않고도 함께 울릴 수 있는가.
성산아트홀에서 시작된 질문은 오래된 집과 기차역을 지나 사람들이 장을 보는 시장까지 흘러간다. 조각을 보러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관객은 작품뿐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장소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다시 보게 된다.
조혜정·장쥔 공동예술감독은 “다양한 장소성을 끌어안듯 창원을 새롭게 바라보고 도시 전체를 하나의 조각처럼 인식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모태로 2012년 시작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올해 8회째다. 이번 전시는 11월15일까지 47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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