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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馬이야기] 말 보존에서 산업 육성까지…지원 확대

등록 2026.10.29 07:00:00

천연기념물 지정 40년…혈통 보존·유전자 연구 강화

올해 38개 사업에 89억원…생산 기반 확충

경주마 생산·교배·조련 지원…우수 마필 육성

말 복지 거버넌스…출생부터 퇴역까지 관리 강화

[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19일 오후 제주마 방목지에서 방문객들이 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마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당초 이날 '히잉 페스티벌' 일환으로 100여마리의 제주마가 초원으로 달려 나가는 입목(入牧)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었지만 전날 예보된 산간 비 소식으로 행사가 취소됐다. 2026.04.19. notedsh@newsis.com

[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19일 오후 제주마 방목지에서 방문객들이 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마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당초 이날 '히잉 페스티벌' 일환으로 100여마리의 제주마가 초원으로 달려 나가는 입목(入牧)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었지만 전날 예보된 산간 비 소식으로 행사가 취소됐다. 2026.04.19. [email protected]


제주는 오랜 세월 '말의 고장'으로 불려왔다. 제주마는 섬의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 왔다. 농경과 운송, 군사와 교통의 수단이었던 말은 마을 공동체의 생활문화와 풍속, 지명과 언어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시대가 바뀌면서 말의 역할과 사육 환경이 달라졌다. 제주마는 이제 역사적 유산을 넘어 생물자원과 문화 콘텐츠, 승마·관광·교육산업을 연결하는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인의 삶 속에 이어져 온 말문화와 제주마의 생태적·산업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보존과 활용 현장을 찾아 제주마와 말문화 유산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편집자주>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천연기념물 제주마가 국가의 보호를 받기 시작한 지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한때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위기에 놓였던 제주마는 체계적인 혈통관리와 유전자 연구를 통해 고유의 특성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마의 보존과 함께 경주마 생산·조련 등 말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말 보호시설 운영을 위한 국비를 새롭게 확보해 구조활동에 나서는 등 퇴역 이후까지 관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주마는 오랜 세월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 온 살아 있는 유산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가 제주에 국마장을 설치해 군마와 역마를 생산·공급했다. 한라산 중산간에 남아 있는 잣성과 목장, 공동목축의 전통에도 말과 함께 살아온 역사가 담겨 있다.

1980년대 들어 제주마가 급격히 감소하자 제주도는 혈통 보존에 나섰다. 1985년 학술조사를 통해 순수 혈통 제주마 64마리를 선발했으며, 이듬해인 1986년 2월8일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됐다. 올해로 지정 40년을 맞았다.

제주는 국내 말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말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사육 말 2만7165마리 가운데 제주에서 기르는 말은 1만4876마리로 54.8%를 차지한다. 말 생산농가와 육성목장, 경마장 등 관련 기반도 집중돼 있다.

제주도는 이러한 역사적·산업적 자산을 바탕으로 제주마의 순수 혈통을 지키면서 생산과 조련, 유통 등 말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 고유의 품종인 제주마 보존과 더러브렛, 한라마 등을 포함한 산업 육성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국비 26억원, 지방비 45억원, 자부담 18억원 등 총 89억원을 38개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마의 혈통 보존과 생산농가 지원, 경주마 육성, 말 복지 등이 주요 분야다.

제주마 순수 혈통 보존…생산농가 지원 강화

제주마의 혈통 보존과 증식은 제주도 축산생명연구원이 맡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주마를 보호·관리하면서 일반 사육농가의 혈통등록과 번식도 지원한다.

연구원은 제주마의 고유한 체형과 유전적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 개체를 관리하고, 계획적인 교배와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 농가에서 생산하는 제주마에 대해서도 개체별 혈통을 확인해 등록하는 체계를 운영한다.

농가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방문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연구원 직원 3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농가를 찾아가 개체 확인과 마이크로칩 삽입, 혈액 채취 등을 진행한다. 채취한 시료는 유전자 분석을 거쳐 제주마등록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등록된다.

고령 농가와 소규모 사육농가, 여러 마리를 기르는 농가를 중심으로 현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말을 등록기관까지 운송하는 부담을 덜고 이동 과정의 안전사고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뉴시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펼쳐지는 제주마 경주.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펼쳐지는 제주마 경주.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email protected]

제주마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우수 씨수말을 이용한 무상 종부(교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2월23일부터 6월30일까지 혈통등록 제주마를 대상으로 운영하도록 계획을 마련했다.

말전염성자궁염 검사와 수의사 진단 등을 통해 질병을 관리하면서 우수한 혈통의 제주마 생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연구원이 보유한 제주마를 공개경매 방식으로 농가에 공급해 우수 종축의 보급과 증식을 유도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혈통 연구…제주마 보존 과학화

제주마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축산생명연구원을 중심으로 혈통 자료를 축적하고 번식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연구원은 2000년 제주마 등록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개체별 혈통과 번식 정보를 관리해 왔다. 특히 혈액에서 추출한 DNA로 친자 관계를 확인해 등록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제주마등록관리 정보시스템에는 개체별 혈통과 가계도, 씨수말 현황, 종부 내역 등이 등록된다. 경주능력 추세와 성년 체중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통계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번식에 적합한 개체를 선발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제한된 집단에서 오랜 기간 번식할 경우 근친교배 등에 따른 유전적 다양성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제주마의 유전적 특성을 밝히기 위한 학술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동물생명공학전공에서는 혈통 자료를 활용해 제주마의 유효집단크기를 추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유효집단크기는 실제 사육두수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번식 개체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8월에는 이 연구가 한국축산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소개됐다. 연구 결과는 제주마의 장기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제시됐다.

제주마의 외형적 특성과 유전적 구조, 번식 특성에 대한 연구는 고유 품종의 보존과 개량 방향을 설정하는 학술적 기반이 되고 있다.

경주마 생산·조련 지원…우수 마필 육성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20일 오전 제주시 516도로 마방목지에서 열린 ‘2025 제주마 입목 문화축제'에서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마 100여마리가 초원을 달리고 있다. 2025.11.20. oyj434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20일 오전 제주시 516도로 마방목지에서 열린 ‘2025 제주마 입목 문화축제'에서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마 100여마리가 초원을 달리고 있다. 2025.11.20. [email protected]

경주마 생산과 육성은 제주 말산업의 핵심 분야다. 제주에는 국내 경주마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으며, 한국마사회 제주목장과 민간 생산농가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이 형성돼 있다.

한국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생산한 경주마는 1116마리로, 이 가운데 1021마리가 제주산이다. 국내 경주마의 91.5%를 제주에서 생산하는 셈이다.

제주도는 우수 씨수말 확보와 교배 지원, 전문 조련시설 확충, 경매 활성화 등을 통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국비와 도비 4억원을 투입해 해외 우수 씨수말 1마리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등 경마 선진국에서 경주 성적과 혈통 등을 기준으로 선발해 오는 12월 제주로 들여올 계획이다.

도는 앞서 오버애널라이즈, 투아너앤드서브, 콘서트투어 등 해외 우수 씨수말을 도입해 생산농가의 교배를 지원해 왔다.

일반적으로 경주마 생산을 위한 종부료는 마리당 500만~1000만원 수준이지만 제주도 지원사업을 통해 농가 부담을 50만~250만원으로 낮추고 있다. 한국마사회도 올해 씨수말 6마리에 대한 무상 교배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마 경주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제주경마장은 2023년부터 제주마 경주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제주마와 한라마가 함께 출전하던 경주체계를 개편하면서 우수 개체의 생산과 육성을 위한 지원 필요성도 커졌다.

제주도는 제주마 품평회를 본격 시행해 말의 체력과 조련 상태 등을 평가하고 우수한 개체를 조기에 선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주마의 능력에 따른 활용과 거래 활성화를 유도한다.

전문 조련시설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그동안 공공 조련시설은 제주시 노형동 축산생명연구원 부지에 있는 말조련거점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기존 시설은 승용마 위주로 조성돼 경주마를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도는 서귀포지역에 훈련용 주로와 마사를 갖춘 공공형 말 조련시설을 조성해 전문적인 육성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귀포시의 승용마 거점조련센터 시설 확충과 위탁조련, 경주마 엑스레이(X-ray) 진단비 지원 등도 추진하고 있다. 생산농가가 개별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시설과 전문기술을 공공 지원으로 보완하려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생산과 교배, 조련, 경매, 경주 출전으로 이어지는 기반을 확충해 제주산 경주마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제주=뉴시스] 제주마 공개 경매(분양) 현장. (사진=제주도 제공)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제주마 공개 경매(분양) 현장. (사진=제주도 제공) [email protected]

출생부터 퇴역까지…제주형 말 복지체계 구축 추진

제주도는 말의 생산부터 퇴역 이후까지 관리하는 복지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도는 지난 9월 '제주형 말 복지 거버넌스 운영(안)'을 마련했다. 퇴역경주마의 방치와 학대, 불법 도축 등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말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전국에서는 해마다 1500마리 안팎의 경주마가 퇴역하고 있다. 제주도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583마리, 2024년 1554마리, 지난해 1503마리가 경주를 마쳤다.

도는 이에 대응해 행정기관과 한국마사회, 생산자·마주 단체, 대학,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등 16명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했다. 말 복지 기준 마련과 현안 발굴,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 등을 담당하는 기구다.

도는 또한 정부에 말 등록 의무화를 건의하는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갑)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말산업 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심사 과정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법 개정에 대응할 계획이다.

퇴역경주마에 대해서는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전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유기·유실·학대마 보호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는 말 보호시설 운영비로 국비를 새롭게 확보해 구조와 보호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는 제주대학교 말산업전문인력양성센터와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등 두 곳에 말 보호시설이 조성돼 있다.

제주도는 한국마사회와 관련 단체의 협력을 통해 퇴역경주마의 새로운 삶을 지원하고 불필요한 안락사와 도축을 줄이는 말 복지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강원명 제주도 친환경축산정책과장은 "제주마의 고유혈통 보존에서 생산농가 지원, 경마와 승마, 말 복지까지 제주도가 추진하는 정책은 제주마의 가치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말 생산과 육성 기반이 집중된 제주에 한국마사회 본사가 들어서면 국가 차원의 지원정책과 산업 현장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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