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엔 주재 쿠바 외교관 '기피 인물' 지정 추방
등록 2026.10.30 08:48:11수정 2026.10.30 08:52:23
미 대사 유엔 총회 미 쿠바 제재 결의안 반대 연설 중
항의한 쿠바 1등 서기관이 "미국인을 폭행했다" 이유
![[서울=뉴시스]마이클 월츠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27일(현지시각)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던 중 연단으로 다가가며 항의하던 유엔 주재 쿠바 외교관을 향해 물러서라고 소리치면서 "지금 누구에게 소리치는지 알고 있냐"며 일갈했다. (출처=디 오스트레일리안) 2026.10.30.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0/NISI20261030_0002278153_web.jpg?rnd=20261030084703)
[서울=뉴시스]마이클 월츠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27일(현지시각)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던 중 연단으로 다가가며 항의하던 유엔 주재 쿠바 외교관을 향해 물러서라고 소리치면서 "지금 누구에게 소리치는지 알고 있냐"며 일갈했다. (출처=디 오스트레일리안) 2026.10.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유엔 총회에서 쿠바 외무장관과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격렬하게 고성을 주고받은 다음날인 29일(현지시각) 미 국무부가 유엔 주재 쿠바 대표부 소속 1등 서기관을 “기피 인물”로 지정해 24시간내 출국하도록 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유엔 주재 쿠바 대표부에 리차르드 투르 데 라 콘셉시온 1등 서기관이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persona non grata)”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왈츠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9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투르 데 라 콘셉시온이 미국인을 “폭행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쿠바 당국자가 “오늘 아바나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타고 이 나라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와 미국 사이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평소 점잖고 엄숙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유엔 본회의장에서 이례적으로 격한 언쟁이 벌어졌다.
미 정부가 쿠바에 강한 압박을 가하며 대대적인 개혁을 강요하고, 정권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쿠바 국민들에게 중앙정보국(CIA)과 협력해 자국 정부에 맞서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미국 군대가 이란에서 돌아오는 길에 “쿠바 문제를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무장관은 이번 주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쿠바 정부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60년 동안 미국의 대쿠바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그같이 밝혔다.
유엔에서 벌어진 소동은 지난 27일 왈츠가 쿠바에 대한 미국의 오랜 경제 봉쇄를 끝내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면서 시작됐다.
왈츠는 연단에서 쿠바 지도부가 탄압과 부패를 일삼고 사익을 챙긴다고 비난했다. 로드리게스와 쿠바 대표단의 다른 인사들은 책상을 세차게 두드리며 의사진행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고 발언을 요구했다. 결국 이들은 왈츠로부터 약 1~2m 떨어진 연단 앞으로 다가왔고, 왈츠는 연설을 중단하고 이들을 질책했다.
왈츠는 “뒤로 물러서라! 뒤로 물러서!”라고 고함쳤다. 그는 “여기는 아바나가 아니다. 나를 위협할 수 없다. 네가 지금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여기는 미국이다!”라고 말했다.
유엔 의장이 회의를 잠시 중단한 뒤 쿠바 측 인사들은 곧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 로드리게스에게 왈츠의 발언에 대응할 시간이 주어졌고, 그는 왈츠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이 과정에 투르 데 라 콘셉시온이 미 당국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이 장면은 영상으로 촬영됐으며 왈츠가 X에 게시했다.
영상에는 투르 데 라 콘셉시온이 연단 옆에 서서 미국 당국자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손으로 쳐내는 모습이 담겼다.
유엔 직원이 다가오자 투르 데 라 콘셉시온은 미국 당국자가 “내 개인 공간을 침해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후 유엔 직원은 직원의 안내에 순순히 따르는 투르 데 라 콘셉시온을 그곳에서 데리고 나갔다.
왈츠는 X에 올린 글에서 투르 데 라 콘셉시온이 “유엔 직원을 위협해 내 마이크를 끄도록 하려 했다”며 “내가 그 정권의 실체를 전 세계가 보도록 폭로한 뒤 나를 침묵시키려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주재 쿠바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실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건에 공식 항의했다. 그는 촬영하던 미국 당국자가 투르 데 라 콘셉시온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쿠바 봉쇄를 끝내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은 유엔에서 매년 반복되는 관례가 됐다. 쿠바에 비판적인 국가들조차 미국의 대쿠바 제재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제재가 쿠바 국민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면서도 수십 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구속력 없는 이 결의안에 반대하는 로비를 강력하게 벌였다. 그 결과 결의안 찬성표는 130표에 그쳤으며, 이는 지난해의 165표에서 줄어든 수치다.
유엔 뉴스 담당 부서에 따르면 이번 찬성표 수는 2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지지표는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191표로 정점에 달했다. 이 결의안이 처음 제안된 1992년에는 찬성한 국가가 59개국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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