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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품' 답지 않은 '배짱 인상' 횡포

등록 2021.10.06 14:30:00수정 2021.10.06 14: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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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샤넬, 올해 각각 5회, 3회씩 가격 인상

가격 올라도 수요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 작용

가격만 명품일 뿐 고객 관리에서 허점 드러내

'명품'에 합당한 가격 정책·사회적 책임 보여야

[기자수첩]'명품' 답지 않은 '배짱 인상' 횡포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한 달이 멀다 하고 해외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루이비통은 올해 다섯 차례, 샤넬은 세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프라다를 비롯해 디올, 버버리, 까르띠에, 셀린느 등도 올해 최대 1~3차례 가격을 올렸다. 주요 품목과 라인은 인상 때마다 다르지만 평균 1~3회였던 인상 주기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더욱 잦아지는 추세다.

인상폭도 적지 않다. 지난 1일 0시를 기해 주요 핸드백 제품 가격을 전격 인상한 루이비통의 최대 인상폭은 33%에 달했다. 샤넬은 지난 7월 대표 제품인 클래식백과 보이백 등 주요 제품 가격을 8~14%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 초 지갑류 등 가격을 또 한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잦은 가격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샤넬코리아는 지난 7월 "다른 주요 럭셔리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제작비와 원재료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며 "이번 조정은 샤넬의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의거해 진행되며, 샤넬 브랜드가 운영되는 모든 마켓 간 현저한 가격 차이를 제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루이비통은 가격 인상폭과 품목은 물론 인상 이유에 대한 답변을 아예 내놓지 않았다. 대부분 명품 브랜드들이 샤넬과 마찬가지로 본사의 가격 정책과 원자재 가격 인상 이유를 들고 있지만 1년에 수차례씩 올려야 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가격 인상은 결국 명품 브랜드의 배를 불리기 위한 '배짱 영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가격 인상 횡포에도 명품 구매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명품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과시 욕구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까지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불투명한 가격 정책은 백화점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명품 매장에 들어가는 '오픈런'은 물론 리셀(재판매) 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데다 한정 물량을 풀면서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가격 인상은 수익률로 연결되면서 '샤테크(샤넬+재케크)', '루테크(루이비통+재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한 번 사면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오르면서 웬만한 주식보다 낫다는 소리도 나온다.

명품의 빈번한 가격을 그 자체로 비판할 수는 없다. 생필품이 아닌 이상 가격 정책은 사기업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가격 장벽을 높이는 것이 브랜드의 전략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명품 업체들이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경영은 물론 고객 관리 등에 소홀한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르·루이비통·샤넬)가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샤넬코리아는 면세점이 개점 휴업인 상태에서도 영업이익이 34% 증가한 1491억원을 기록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영업이익이 2배 넘게 증가했고, 에르메스 매출은 4190억원으로 15.8% 늘었다.

지난 8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샤넬의 경우 이틀 후에야 사과문을 올리고,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피해 보상이 없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면서 도마에 올랐다. 가격만 명품일 뿐 정작 고객 관리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이익 극대화에 골몰하면서 한국인을 '호갱님(입으로는 고객님이라며 친절하게 굴지만 실제로 고객을 우습게 보는 현실)'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명품을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제는 '가격만 명품'이라는 오명을 벗고 '명품'에 합당한 가격 정책과 사회적 책임을 보여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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