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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는 K아트&책]"행복할 자격이 있어요"...동구리·'나에게 고맙다'

등록 2022.03.11 05:00:00수정 2022.03.15 0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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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화가' 권기수 '리플렉션' 시리즈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 마음 처방전

[서울=뉴시스]권기수, 무지개 (A Rainbow) 2011 Acrylic on canvas on board, 162 x 130 cm.사진=갤러리현대 제공.

[서울=뉴시스]권기수, 무지개 (A Rainbow)  2011 Acrylic on canvas on board, 162 x 130 cm.사진=갤러리현대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내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예요.”

무지개 다리에서 자신을 흐뭇하게 반사하고 있는 그림은 권기수의 '동구리'다. 2012년 연 개인전에 새롭게 내놓은 리플렉션 시리즈다. 당시 마흔이 된 그는 '무지개' 작품처럼 자신을 당당하게 바라볼 줄 알게 됐다고 했다. 꽃비가 쏟아져 화려하고 빽빽한 이전 그림과 달리 '비움'에 대해, '수양'에 대해 깨달았다며 스스로 감사해 했다.

스마일로 무장한 단순한 캐릭터는 20년전 미술시장에 등장해 히트했다. 동글동글해서 그냥 '동구리'로 불리다 진짜 '동구리'가 됐다. 동구리 홀로 사군자로 휘날리는 죽림칠현을 누비고,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로 들어가 유유자적했다.

2002년 무명의 화가였던 권기수는 일약 스타 작가로 급부상했다. 해외 경매시장에서 낙찰되면서 '없어서 못파는 그림'이 됐다. 2008년 '동구리'는 위세가 대단했다. 홍콩 대만 런던 상하이 뉴욕 파리 두바이 자카르타로 날아다니며 세계 미술시장을 누볐다. 혼자 작업하다 조수만 10명을 거느린 'CEO 화가'가 됐다.

IMF시절을 겪은 배고파서 혁신한 그림이다. 홍익대 동양화과 출신 작가는 한동안 수묵 작업을 했다. 화려하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먹물은 소외감으로 번졌다. 처음에 동구리는 먹물을 덕지덕지 뒤집어쓰고 흘러내리는 무서운 모습이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불안했다. 화가로서 이렇게 계속 살아가야 하나.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니야'였다. '아이러니의 미소'로 탄생한 동구리는 작가 자신이었다.

스스로 웃자 세상의 대접이 달라졌다. 전통과 현대가 녹아있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는 평이 따랐고 그림이 팔려나갔다. '부자 화가'가 됐다. '동구리'는 조각 설치 굿즈까지 진화하며 미술시장 브랜드로 우뚝섰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 희망의 상징으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20년이 지났지만 또 봐도 새롭고 끌리는 이유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다리에 선 동구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를 사랑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것. 의심하지 마세요. 우리 삶엔 끝없는 행복만이 존재할 테니. 우린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31쪽)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의 마음 처방전 '나에게 고맙다'가 30만부 판매 기념으로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7년 간 에세이 베스트 자리를 지켜온 스테디셀러다. 박효신, 송민호, 소유진, 노홍철, 에이핑크 보미, 권율, 서지혜, 신지 등 스타가 먼저 찾아 읽고 추천한 에세이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좀 닭살 돋고 작업 멘트 같기도 하지만, 따스한 문장들은 그 어떤 위로보다 깊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대립의 시간도 끝났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왔다. 정작 내게는 인색했던 그 말을, 오늘만큼은 건네 보자. "나에게 고맙다.”
[아침에 보는 K아트&책]"행복할 자격이 있어요"...동구리·'나에게 고맙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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