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아침에 보는 K아트&책]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

등록 2022.03.15 05:00:00수정 2022.03.15 09:41:1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민머리 초상' 변웅필 신작 '누군가'...선의 미학

한혜경 신간...'나의 역사 쓰기' 프로젝트 강추

[서울=뉴시스]변웅필, SOMEONE, 2021, Oil on canvas, 90cm x 146cm

[서울=뉴시스]변웅필, SOMEONE, 2021, Oil on canvas, 90cm x 146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제 보니 작고 귀여운 상처일 뿐이었는데…. 그동안 자기 연민이 너무 심했다."

100세 시대에 ‘오십’은 '청춘'이다.  '꼰대' 소리를 듣고 연금을 계산해야 나이라고 하지만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 '한창 나이'다.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꿈꿀 수 있는 미래 또한 풍성하게 남아 있는 나이다. 왜냐,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 성공과 실패, 그리고 좌절까지 두루두루 경험했기 때문에 인생의 전체상이 한눈에 들어오고, 복기해야 할 과거 이야기도 충분히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한혜경 전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책 '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을 통해 ‘나의 역사 쓰기’ 프로젝트를 강조한다. 물론 자기 역사를 쓴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거나 ‘아 당신은 이러이러한 사람이군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이렇게 사세요’ 같은 인생 지침이 뜨는 건 아니다.

하지만 김 전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의 역사 쓰기’를 마친 사람들에게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걸 직접 보고 체험했다는 말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며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했다.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문자의 형태로 원고지 위에 쏟아지자 "누구는 자기 자신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걸 알게 되었다"고 하고, '은퇴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오십이 되기 전에 나의 역사를 썼다면 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치유의 사례도 전한다.
 
[서울=뉴시스]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

[서울=뉴시스]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



50이 넘어 그림이 변한 화가가 있다. '나의 역사 쓰기' 처럼 젊은 시절 자신의 초상화를 화폭에 담아내던 변웅필(52)작가다.  민머리에 커다란 얼굴을 찡그리고, 뽀뾰로통하고 시큰둥하게 그렸었다. 독일 유학시절 이방인으로 낯설고 서럽던 감정의 표출이었다. 국적도 나이도 불분명하게 담아낸 민머리 얼굴은 우리나라에서도 낯선 이미지로 환호받고 그의 브랜드가 됐지만 변해야했다. 그가 미소 가득한 뽀사시한 그림으로 변신한 건 지난해다.

오십이 넘어 나온 신작 ‘SOMEONE’은 형태는 단순해졌지만 몽돌처럼 부드러워졌다. 파스텔톤 색감과 일필휘지로 그려진 선이 돋보이는 사람 얼굴이다. 반항과 저항사이 입꼬리를 내리던 이전 초상화와 달리 입꼬리가 스마일로 올라간 사람들은 몽실몽실한 분위기다. 얼굴을 맞대고, 또 홀로 있어도 웃음이 번지는 만족감을 보였다.

수많은 실패와 결핍과 힘겨운 삶의 무게를 지천명의 앎으로 절제의 미학으로 이겨낸 증표다. 작품 제목은 모두 ‘SOMEONE’으로 ‘누군가’ 혹은 ‘어떤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누군가'를 껴안은 그림은 기분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누군가'에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다.

[서울=뉴시스]변웅필, SOMEONE 2021 Oil on canvas 146cm x 112cm

[서울=뉴시스]변웅필, SOMEONE 2021 Oil on canvas 146cm x 112cm



"자기 역사를 쓴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게 나를 다시 배우는 시간이다."

지금 오십을 앞두고 있거나 막 (오십이라는) 인생의 반환점을 돈 사람들이라면, '두 번째 삶은 좀 다르게 살고 싶다'면,  ‘나의 역사 쓰기’를 한번 시도해보라.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희망적 기획, 인생 2막을 위한 최고의 답은 어쩌면 나의 과거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