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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1초도 눈뗄수 없는 신생아…전문의 일본 10분의 1"[인터뷰]

등록 2023.02.20 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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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

'활력징후 역동적' 초극소 저체중아, 세심한 치료 중요

신생아 세부 전문의 태부족…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

각종 검사보다 아기 세심하게 관찰하는 게 훨씬 중요

표정·호흡·혈압·울음소리 등 보면 어느 정도 감별 가능

신생아 진료 어렵고 소송 리스크로 인력 확보 어려워

중압감 있지만 아기의 신비로운 생명력에 힘 내게 돼

경희대병원 내달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12→16개 늘려

앞으로 더 많은 미숙아 만나 건강한 성장 지켜보고파

[서울=뉴시스]최용성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이 신생아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3.02.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용성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이 신생아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3.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미숙아(이른둥이)나 초극소 저체중아는 1분, 1초에도 활력징후(체온·심박수·호흡수·혈압)가 굉장히 역동적으로 변해 세심한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신생아 세부 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국에서 1년에 10명 정도 배출되는데, 일본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용성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15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초극소 저체중아를 치료하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에서도 추가적으로 수련을 견딘 잘 훈련된 세부 전문의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늦은 결혼으로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생 시 몸무게가 1kg 미만인 초극소 저체중이거나 선천성 기형 등이 있는 고위험 신생아도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 때문에 최 교수 같은 신생아 세부 전문의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제5중환자실에서 아기들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아기들의 아주 미세한 변화라도 조기에 발견해야 예후(경과)를 개선시키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아파 보이지는 않는지,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거나 숨을 쉬지 않는 것은 아닌지, 혈압이 오르락 내리락하진 않는지 들여다 본다. 아기에게는 각종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아기들은 말을 하진 못하지만 표정이나 움직임, 호흡, 울음 소리 같은 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 만으로도 증상을 알 수 있다"면서 "이런 증상들을 토대로 혈액·영상 검사 등을 시행해 적시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된 부모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위로하고 아기의 상태와 예후를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매주 두 번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부모에게 아기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보여준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간 면회 자체가 아직 금지돼 있어서다.

최 교수는 "미숙아를 분만한 산모가 느끼는 죄책감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면서 "면담을 할 때마다 울거나 우울증을 겪는 보호자도 있지만, 헛된 희망을 주기 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최선을 다해 설명해 신뢰를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신생아 세부 전문의는 고위험 신생아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인력은 태부족하다. 최 교수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그나마 있던 인력이 강도 높은 수련을 거쳐 총 15년 가량(의대 6년 포함)이 걸려 신생아 세부 전문의가 돼도 신생아의 특성상 진료가 쉽지 않고 의료소송 리스크가 굉장히 커 현장을 떠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도 인력이 적다 보니 40년 가까이 18개로 유지해오던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지난 2016년 12개로 줄였다.

최 교수는 신생아 세부 전문의가 부족한 미래를 상상하면 벌써부터 눈 앞이 깜깜해진다. 현재 국내 신생아의 8% 정도가 미숙아(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출생 당시 몸무게가 2.5kg 미만)로 태어난다. 고령 산모가 늘고 있어 미숙아 비중도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최 교수는 "65세 정년까지 17년이 남았는데, 그때쯤엔 미숙아 비율이 15%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보람된 일이지만 후계자가 없어 노인이 되어서도 돋보기를 쓰고 손을 떨면서 진료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암울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최용성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3.02.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용성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3.02.19. [email protected]


지금도 어깨가 무거울 때가 많다. 의술의 발달로 합병증 발병률이 낮아지고 생존율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목숨이 오가는 중환자실의 특성상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의료진이 혼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유증이 남는 등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가족뿐 아니라 의료진도 트라우마나 우울감을 겪는 것을 주변에서 봤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신생아중환자실을 10년 가까이 지키고 있는 것은 어린 생명을 살려냈을 때의 희열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아기를 어떻게든지 살려야 하고 혹시라도 합병증이 생겨도 평생 장애가 되지 않도록 치료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항상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기들은 고령의 중환자와 달리 고비만 잘 넘기면 대개 문제 없이 잘 살아간다. 이런 신비로운 생명력이 진료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픈 아기가 힘든 치료를 견뎌내고 쑥쑥 자라나는 것을 보면 보람도 크다. 최 교수는 지난해 난소에 주머니가 있는 선천성 기형을 갖고 생후 23주 몸무게 450g으로 태어난 여자 아기를 3개월 이상 치료하면서 총 5번 수술했고 아기는 뇌성마비 등의 큰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최 교수는 "생후 10개월이 넘었다"면서 "이젠 볼살이 통통하게 올라 옆에서 보면 미숙아였는지도 모를 정도"라며 기뻐했다.

많은 대학병원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신생아 진료를 축소하고 있지만 경희대병원은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위험산모센터를 열어 24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아청소년과·신생아중환자실, 산부인과,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재활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간 긴밀한 협진 체계를 만든 것이다. 특히 병원은 오는 3월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수를 기존 12개에서 16개로 늘리고 간호사도 충원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오는 3월이 되면 경희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한지 딱 10년이 된다. 최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을 거쳐갔던 아기들을 한 자리에 모아 잔치를 하는 게 꿈"이라면서 "앞으로 능력이 허락되는 한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미숙아들을 만나 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갖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며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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