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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서방 언론 호들갑이 러 핵위협 효과 키운다"

등록 2023.03.30 09:52:40수정 2023.03.30 10: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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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전술핵 배치, 지난해 이미 밝힌 사안

'러 억제' 논의가 '전쟁 회피 논의;'로 바뀌면서

푸틴 핵 발사 않고도 핵무기 성공적으로 활용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조약)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러시아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2.22.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조약)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러시아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2.2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주 벨라루스에 전략핵무기를 배치한다고 선언한 뒤로 서방이 러시아의 핵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 CNN은 이 같은 반응이 러시아로선 예상하지 못한 것이지만 매우 좋아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필자는 영국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및 유라시아 프로그램 연구원 케이르 자일스이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러시아는 핵무기를 발사하지 않고도 그것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핵공격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 만으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전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푸틴이 말한 것과 러시아가 해온 일,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을 구분해야 러시아의 핵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푸틴은 지난해 중반에 했던 것 이상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지난 주 밝힌 내용도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단지 전에는 밝히지 않았던 날짜만 덧붙였을 뿐이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 포탄을 지원한다는 발표에 맞서 푸틴이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고 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푸틴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영국의 조치가 푸틴을 자극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푸틴은 국영 TV연설에서 영국 발표와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진행돼 온 계획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러시아가 유럽 대부분을 사거리로 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기동하는 건 잠재적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러시아는 발트해 연안 월경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해 지난 10년 동안 서방 지도자들을 긴장시켜 왔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군사 배치가 새롭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도 기억력이 취약한 서방 전체로부터 만족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벨라루스 전술핵배치 발표도 사실 검증은 보도가 쏟아진 하루 뒤에야 이뤄졌다. 이미 러시아가 원하는 효과는 충분히 발휘한 뒤다.

러시아의 핵위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억제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해왔다. 일부 서방국들은 핵위협을 우려해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러시아의 선전, 인플루언서, 대변인, 서방에 침투한 요원들 모두가 러시아에 맞서면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오래도록 던져온 공작의 결과다.

서방 정책 논의의 바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면 러시아의 공작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확대 방지, 러시아 억지 등의 논점이 전쟁 확대 회피 논점으로 대치됐다. 그 결과 전쟁 확대를 막을 수 있는 건 러시아뿐이라는 전제가 성립된 것이다.

그 결과 푸틴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방의 순진한 언론 매체들이 스스로 핵위협을 극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가능한 일이다.

벨라루스 전술핵 배치는 벨라루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안보를 러시아에 의존하면서도 러시아의 공군 기지 설치 요구를 거절하는 등 일정하게 자율성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2020년 벨라루스 부정선거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루카셴코가 권력 유지를 위해 러시아의 지원에 더 의존하면서 러시아의 장악력이 훨씬 더 커진 것이다. 지난해 벨라루스가 영토와 영공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지로 내준 것도 이 때문이다.

벨라루스는 러시아를 위해 참전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복당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할 것이라는 소문이 연초부터 퍼졌지만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침공에 필요한 병력을 배치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내 고가치 자산을 드론으로 공격한 사실은 러시아군 작전의 후방 기지 역할을 한 벨라루스가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러시아 핵미사일을 받아들이면 벨라루스에 대한 위협도 더 커진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핵 위협은 공갈이었다고 해도 푸틴이 핵공격의 결과가 대가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하면 실제 감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이 가능성은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줄일 수 있다. 지금 상태라면 러시아가 핵사용의 대가를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바꿔 놓아야 한다. 푸틴이 핵모험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막지 못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해온 온갖 공포와 비극이 극대화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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