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37년 독재' 무가베는 짐바브웨 경제를 어떻게 망쳤나?

등록 2017.11.16 17:57:24수정 2017.11.16 18:01: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하라레=AP/뉴시스】짐바브웨를 38년째 통치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가 "당신의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 우리에게 말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대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2월27일 무가베 대통령의 92번째 생일기념 행사에서 무가베 대통령과 그레이스. 2017.07.28

【하라레=AP/뉴시스】짐바브웨를 38년째 통치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가 "당신의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 우리에게 말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대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2월27일 무가베 대통령의 92번째 생일기념 행사에서 무가베 대통령과 그레이스. 2017.07.28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37년 간의 독재 정치 끝에 군부에 의해 사실상 퇴진하게 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93)은 집권 기간 동안 경제를 파탄에 빠뜨린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1960~70년대 백인 정권에 대항한 무장 투쟁에 참여했던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가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

짐바브웨는 1980년대 중반까지 아프리카에서 부국으로 통했다. 특히 일년 내내 농사를 지을 수 있어 담배 생산지로 유명했다. 무가베 집권 초기에는 경제가 순항하는 듯 했다. 제조업과 농업 분야의 수출이 꾸준히 늘었고 교육과 보건 관련 정책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1983년 자신과 정적 관계가 있던 조슈아 은코모 전 부통령을 측출하고 짐바브웨 2대 부족 은데벨레족의 거주지 마타벨레랜드 지역에서 약 2만 명을 학살하는 등 잔혹한 독재자의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0년 들어 단행한 토지개혁이 경제 붕괴의 출발점이 됐다. 짐바브웨가 1992년 도입한 토지취득법은 정부가 지주들의 토지 소유권을 회수해 이를 재분배할 수 있도록 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토지개혁에 반발하던 백인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하고 해외로 추방하겠다고 위협했다.

2000년대 들어 무가베 정권의 토지개혁으로 약 4000명의 백인 농부들이 땅을 포기하고 짐바브웨를 떠났다.

흑인들이 토지를 차지했지만 농업 경영이 미숙해 농업 생산량은 급격히 떨어졌다.미숙한 수확 기법과 건조한 기후가 맞물리면서 짐바브웨는 60년 만에 최악의 기근을 맞았다.

생활 필수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중앙은행은 수입품을 조달하기 위해 돈을 찍어냈다. 무분별한 발권력 동원은 급격한 물가 상승을 불러왔다.

2008년 초인플레이션 현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물가가 하루에 두배씩 뛰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이 해 짐바브웨의 월간 물가상승률이 79억%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업이 급증하고 공공 서비스가 붕괴되면서 경제는 18%나 후퇴했다.

결국 짐바브웨는 2009년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달러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7개 통화로 대체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2010년 국제사회가 자국의 언론 및 인권 침해를 이유로 경제 제재를 가하자 자국 내 서방 자산을 모두 몰수하겠다는 위협으로 맞서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짐바브웨는 다이아몬드 채굴 등 광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무가베 정권의 광산 국유화는 사실상 권력자들의 돈줄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 제조업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빠져 주로 달러에 의존하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6년에는 극심한 가뭄과 만성적인 현금 부족이 겹쳐 은행 예금 인출 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경제 파탄 속에서도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은 호화스러운 생활을 유지해 많은 비판을 받았고, 군부에 의해 측출되는 계기가 됐다.

무가베 대통령은 올해 2월 약 200만 달러를 들여 자신의 93세 생일 파티를 열었다. 그가 대통령직을 물려주려 했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는 짐바브웨 내에서 '구찌 그레이스'로 통한다. 수많은 보석과 초호화 저택, 고급 차량 등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치와 허영의 상징이 됐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