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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도시재단 '미디어센터 길들이기'로 갈등 심화

등록 2019.07.07 17: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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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미디어센터 명칭 사용 말라" 지시

재단 이사장 ''경영평가 받기위해 업무조정 했다''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경기 수원시민의 정책제안으로 출범한 수원미디어센터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으로 편입된 뒤 재단 이사장의 일방적인 사업 조정 등을 비롯한 '센터 길들이기'로 인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시민들의 제안에 따라 민관거버넌스로 출범한 미디어센터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7일 수원시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도시재단), 수원미디어센터(미디어센터) 등에 따르면 미디어센터 자문기구인 운영위원회는 운영위원장 요청으로 지난달 20일 센터 파행 문제를 논의하는 임시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디어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6월1일 센터가 도시재단에 통폐합되면서 이사장 멋대로 센터 기존 사업을 조정하고, 고유의 정체성을 없애 재단에 속한 하나의 기관으로 센터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도시재단은 올해 사업계획 논의에 앞서 지난해 11월 이사장을 주축으로 ▲주제 발굴 및 성장지원 ▲공유공간 조성 및 운영 ▲지역공동체 ▲지역 혁신가 양성 ▲지역 협치기반 구축과 운영 등 5대 사업전략과 하위에 14개 단위사업계획을 마련했다.

미디어센터 사업은 ▲미디어교육과 창작지원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공공적 접근 보장 ▲마을미디어 등 다양한 미디어 향유와 교육적 활용 ▲미디어 체험시설 운영 등으로 '수원시 미디어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에 의해 정해진 사항이다.

그러나 도시재단 이사장은 재단 측이 마련한 내부 전략에 맞게 기존 사업을 수정하라고 미디어센터에 지시를 내렸다.

이사장은 지난해 8월29일 중간실적보고회에서 "미디어센터의 사업 절반을 조정해야 한다"며 센터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평상시 회의 자리에서는 "미디어교육은 보편적인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원시로부터 사업비 축소 요구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예산을 삭감하겠다"거나 "미디어교육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발언도 했다.

이사장은 시민이 제안해 독립기관으로 출범한 미디어센터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 '수원미디어센터'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고, 반드시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미디어센터'로 쓰게 했다.

이런 지시로 직원들은 보도자료 등 공식 문서에 반드시 도시재단을 넣어야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사장으로부터 큰 질책을 듣기도 했다.

이사장은 지난해 9월 도시재단 직원 전체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수원마을미디어축제 마을라디오 공개방송' 녹화 동영상 속에서 사용을 금지한 센터 명칭을 발견하자 "수원영상미디어센터 치우세요. 규정 위반입니다", "일탈행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고 면박을 줬다.

이와 함께 조례에 명시된 미디어센터 고유 기능이자 부서명이기도 한 '미디어교육'을 '미디어학습'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에 센터 직원들이 미디어교육은 고유 명사로 굳혀진 표현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반발했고, 시 행정이 중재에 나서서야 일방적인 명칭 변경 시도는 중단됐다.

이밖에 미디어센터 기존 홈페이지와 소식지를 없애라거나 도시재생사업 현장에서 주민들을 모으기 위해 영화 상영회를 하라는 등의 지시가 있었다.

수원미디어센터 한 관계자는 "센터는 이사장의 것이 아니라 민관거버넌스로 출범한 시민들의 재산인데 자기 생각만 옳다는 이사장의 고집스러운 업무 추진 방식 때문에 직원들이 고초를 겪었다"며 "올해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데 있어 굉장히 많이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단과 모든 업무협의가 스트레스이자 압박으로 다가왔다. 비전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통폐합 이전에 일하던 기존 직원들이 없었다면 미디어센터는 재단 홍보 업무만 맡는 하나의 기관으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미디어센터 관계자는 "센터장은 센터와 재단 사이에서 재단의 일방적인 지시와 압박으로부터 센터를 지켜내느라 고생이 심했다"며 "그 스트레스가 만만찮아 술이 늘었고, 그것이 업무에 지장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은 "도시재단은 수원시 출자·출연기관이어서 경영평가를 받는다. 재단 목표나 전략에 맞춰 각 센터들이 똑같은 잣대로 평가를 받는다"며 "미디어센터 뿐만 아니라 다른 센터들도 공통 목표에 따라 사업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기관으로 운영되던 센터 직원들이 자기 일만 하다가 재단 업무를 같이 하면서부터 업무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미디어센터가 일을 잘 진행해서 재단에서 개입이나 간섭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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