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성추행 무죄' 뒤집은 대법…"피해자다움만 따져선 안돼"

등록 2020.11.16 06: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편의점 업체 직원, 점주 강제추행 혐의

1심, 유죄→2심 "피해 진술 의심" 무죄

대법 "피고인이 진술 계속 바꿔" 파기

'성추행 무죄' 뒤집은 대법…"피해자다움만 따져선 안돼"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본 판결을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된 반면,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수사 그리고 재판에서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법원은 소위 '피해자다움'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편의점 업체 회사 직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17년 4월 점주인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A씨는 B씨가 홀로 근무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서있던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 업무 설명을 하던 중 B씨의 머리를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밀어내면서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계속해서 머리를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B씨를 의자에 앉힌 후 뒤에서 목을 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해 반항을 억압한 후, 강제로 볼에 입을 맞춰 추행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A씨는 B씨와 어느 정도 친밀한 관계였으므로 의사에 반해 신체접촉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B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 경위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해 신빙성이 인정되고, CCTV 영상 촬영 사진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반면 2심은 B씨의 일부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CTV 영상을 보면 B씨가 A씨를 피하려 하나,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해서 접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강제 접촉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점포 개수에 따라 실적을 평가받던 A씨가 B씨에 대해 갑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진술은 일관됐지만, A씨는 피해자와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방향으로 진술을 바꿔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경찰 수사시에는 B씨가 일방적으로 스킨십을 했다고 진술했다가, 검찰 수사시에는 장난삼아 스킨십을 하는 관계였다고 진술했다"면서 "1심에서는 B씨가 고백을 수차례하고 스킨십을 하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진술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심이 든 위 사정들은 대체로 A씨의 변경된 진술에 기초해 이와 배치되는 B씨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는 내용"이라며 "그 사실이 1심 판단을 뒤집기 부족한 사정이거나, 이미 고려했던 사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2심이 든 위 사정들은 B씨에게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사건 당시 B씨는 신체접촉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업무상 정면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관계에 놓인 B씨 입장에서 가능한 정도로 거절의 의사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면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신중히 판단했어야 했다"라며 "그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증명력을 배척한 2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